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뉴시안= 김진영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대선경선을 놓고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경선연기론을 놓고 친문 비문 친이재명 등 계파 사이에 미묘한 냉기류가 흐르고 있다.   

대선경선 시점을 둘러싼 공방이 점차 격화되고 있어 7월경 계파갈등이 폭발할 것이라는 이른바 ‘7월 위기설’에 힘이 실리고 있다. 

친문과 비문 일부 인사들은 ‘경선연기’의 필요성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이대로 경선을 진행할 경우 대선승리는 장담할 수 없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강성친문을 중심으로 한 민주당의 핵심세력들은 이 지사에 대한 견제를 점점 강화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이낙연 정세균 등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들까지 마치 협공이라도 하듯 경선연기론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나서는 상황이다. 이 지사의 발목잡기를 위해 이낙연·정세균 연합전선이 형성되는 양상을 띠고 있는 것이다.

 

경선연기 물밑 추진설도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여권 최고 지지율을 자랑하는 이 지사는 불편한 기색을 감추기 위해 애써 표정관리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11일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경선연기와 관련해 의견이 분분하지만 조금씩 ‘경선연기를 적극적으로 고려해봐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며 “이 때문에 당 내 일부 인사들 사이에서는 ‘일단 경선연기를 결정하기에 앞서 이 지사를 설득하는 것이 선행돼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지사 측에서 ’경선연기‘을 무조건 반대하고 있어 당 내 다른 쪽에서 “당론으로 결론 내고 당의 지침을 따르라고 통보하는 게 더 나은 방법”이라는 소리도 나온다.

여권 주변에서는 경선연기가 물밑에서 추진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있다. 당 지도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서다. 무엇보다 당내 주류의 지지를 받고 있는 정세균 전 국무총리의 언행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이다. 

정 전 총리는 지난 8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경선 규칙은 필요하면 고칠 수 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 자리에서 정 전 총리는 “당헌당규를 보면 경선에 관한 규정이 있는데 그건 절대불변의 것은 아니다”라고 경선연기의 추진 가능성을 시사했다. 

특히 친문진영의 핵심인 정 전 총리가 “종합적으로 보면 당헌당규에 따라 경선의 시기나 방법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시점이 됐다. 지도부가 논의를 잘 이끌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과 관련, “이미 물밑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에 무게가 더해지고 있다. 

친문진영의 핵심인사로 꼽히는 이광재 의원도 최근 “나는 우리당이 ‘이기는 선거’를 하려면 경선 흥행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경선 연기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분명히 밝혔다”고 적어 ‘경선연기’의 추진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계파갈등 곧 폭발하나

이외에도 여러 친문진영 인사들이 라디오 방송 등에 출연해 경선연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반해 친이재명계 인사들도 언론 방송 등 공식석상을 통해 “경선연기는 절대 있을 수 없다”고 맞불을 지피며 경선연기론에 대한 방어진을 펼쳤다. 

이런 모습은 분열의 징조로 해석되기도 한다. 여권의 한 인사에 따르면 경선연기 추진이 공론화될 경우 민주당은 겉잡을 수 없는 내분에 휩싸이게 된다는 것이다. 

경선연기를 둘러싸고 당 내 최고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대선주자가 경선연기를 반대하고 있고 이에 대항해 민주당 핵심주류인 친문이 경선연기를 찬성하고 있어 창과 방패의 전쟁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이 안으로 계파갈등을 넘어야 한다면 밖으로는 윤석열 전 총장이 넘어야 할 산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유력 대권주자인 윤 전 총장에 대한 수사에 나서면서 여권의 견제가 본격화됐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지난 4일 윤 전 총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정식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이는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이 지난 2월 8일 “윤 전 총장과 검사 2명이 2019년 5월 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을 부실 수사한 의혹이 있다”며 이들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한 것에 따른 것이다.

 

윤석열 향해 칼 빼든 공수처

또 이 단체는 3월 4일 윤 전 총장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교사 의혹을 받는 검사들에 대한 수사·기소를 방해했다며 그와 조남관 전 대검 차장을 같은 혐의로 고발한 바 있다.

사세행은 윤 전 총장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 눈길을 끈다. 이 단체는 지난 7일에는 ‘판사 사찰 문건’을 불법 작성하고 이와 관련한 수사를 막았다며 윤 전 총장 등 전·현직 검사를 공수처에 고발했다.

이 단체 김한메 대표는 “윤 전 총장과 한 전 부장 등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사건 등에서 검찰에 유리한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재판부에 대한 개인신상 정보까지 위법적으로 수집해 활용했다”고 고발 이유를 밝혔다.

사세행은 이날 정부과천청사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윤 전 총장과 조남관 전 대검 차장, 조상철 전 서울고검장, 명점식 서울고검 감찰부장, 한동훈 전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등 6명을 직권남용·직무유기 혐의로 처벌해달라고 공수처에 요구했다.

이에 공수처는 사세행이 고발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공소장 유출 사건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렇게 해서 공수처는 모두 2건의 윤 전 총장 고발사건을 조사하고 있다.

윤 전 총장의 영입을 추진하고 있는 국민의힘은 이런 여권진영의 움직임에 맞대응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이 ‘김학의 위법 출국금지’ 수사 과정에 외압을 행사한 의혹이 있다며 공수처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유상범·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27일 오전 박상기·조국 전 장관, 윤대진 검사장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전 의원은 고발장 접수와 관련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 관련 조 전 장관 등과 윤 검사장이 공모해 수사 중단 지시를 한 의혹이 있다”며 고발이유를 밝혔다. 

 

전선 복잡하면 전쟁 패배
 

또 전 의원은 “지난 5월 13일 검찰이 윤 검사장 등 세 명의 현직 검사를 공수처로 이첩했다”며 “이런 조직적 범죄를 공수처에서 공정하고 투명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수원지검은 지난 달 12일 '김학의 위법 출국금지' 첫 수사 과정에서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당시 수원지검 안양지청이 출국금지 과정에서의 위법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확대하자, 이규원 검사와 친분이 있던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조 전 장관을 통해 윤 검사장에게 수사 외압을 행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경선연기론’과 ‘윤석열 공수처수사’ 두 개 이슈가 팽팽한 긴장감을 품고 출발지점에 대기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 “민주당 강성친문진영이 무리하게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다 태울 수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대선을 향해 가기 전 풀어야 할 민주당의 숙제는 이게 끝이 아니다. 

현재 추진하고 있는 검찰개혁과 언론개혁도 마무리해야 한다. 이 부분이 마무리되지 않으면 뒤가 개운치 않은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다.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의 지지도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 레임덕까지 시작되는 분위기인데다 검찰과 언론도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와 여권에 우호적이지 않은 탓이다. 

하지만 내부 갈등과 외부 강적을 동시에 처리하면서 적대적인 검찰 언론에 대한 개혁까지 처리하기에는 시간도 에너지도 부족한 상황이다. 

한 야권 인사는 “전력을 집중하지 않고 전선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는 느낌”이라며 “이것저것 다 잡으려다 적대세력만 더 많이 만들어 위기에 봉착하게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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