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9일 오후 서울 중구 남산예장공원 개장식에 참석해 박수치고 있다.(사진=뉴시스) 

[뉴시안= 김진영 기자] 국민의힘 쪽으로 기우는 듯 했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독야청청의 길을 선택할 가능성도 없지 않아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윤 전 총장의 행보를 놓고 여러 분석과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 문제를 놓고 국민의힘과 윤 전 총장이 밀고 당기는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지만 윤 전 총장은 그저 ‘아직 아무것도 정해진 바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윤 전 총장 측은 정치 참여선언이 6월말, 7월 초가 될 것이라고 간접적으로 밝혔지만 이 역시 윤 전 총장이 직접 공개적으로 밝힌 내용은 아니다. 

또 국민의힘 입당 여부와 관련해서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을 뿐 이 역시 본인이 본인 입으로 구체적인 계획을 말 한 적은 없다. 

윤 전 총장이 할 듯 말 듯, 올 듯 말 듯 한 태도 때문에 대중의 피로감이 누적되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늦어도 8월말까지는 버스에 타야 할 것”이라며 재촉했지만 윤 전 총장은 이렇다할 움직임이나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윤 전 총장의 행보와 관련해 언론의 추측성 보도와 주변인의 입을 통한 여러 메세지만 난무할 뿐 본인의 직접적인 입장발표는 아직 없는 상황이다. 

국민의힘 입당은 시기만 정해지지 않았을 뿐이지 입당 결심은 섰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그렇게 보기에는 풀리지 않는 의문점들이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는 것을 두고 일부에서는 ‘입당시기 타진’으로 단정지어 버리는 분위기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이를 역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야권 일부에서는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 관계자들과 접촉하는 것은 아직 입당결심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이 대표가 제기한 ‘버스 정시출발론’을 계기로 윤 전 총장은 오히려 국민의힘 쪽으로 가는 길에서 한 걸음 뒤로 물러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그 이유를 두고 윤 전 총장이 자신과 가족에 대한 검찰·공수처 수사를 신경쓰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앞으로 경선 분위기가 치열해지면 국민의힘 경선 후보들에 의해 윤 전 총장에 대한 검증 공세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경선과 검찰·공수처 수사의 타임라인이 겹칠 경우 윤 전 총장은 야권의 경선 경쟁후보와 여권으로부터 협공 아닌 협공을 당할 가능성이 높다. 

여권은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계속 언급해온 이른바 ‘윤석열 X파일’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나만 아는 윤석열의 이야기’ 등 윤 전 총장 공격카드를 벌써부터 꺼내드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송 대표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이 야권 대선후보로) 들어오면 야당 내부 검증 과정에서 수많은 상처를 입고 탈락할 수 있다”며 “윤 전 총장 관련 X파일 준비가 계획대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윤 전 총장이 대선후보로 나서지 않고 유력후보 캠프에 합류하거나 극단적으로는 대선이든 정치참여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초야에 묻혀버릴 수도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이는 과거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윤 전 총장과 같은 충청도 출신의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대선후보로 나섰지만 네거티브가 수면위로 부상하자 이를 견디지 못하고 대선레이스가 시작되기도 전에 도중하차했다. 

윤 전 총장 측은 입당과 관련된 내용을 단 한 번도 직접 밝힌 적 없을 뿐만 아니라 여론의 관심이 쏠리고 야권의 재촉이 심해지자 ‘정치참여’라는 애매모호한 화법을 사용해 ‘국민의힘 입당’ 또은 ‘대권도전 선언’이란 주제를 살짝 비켜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모호한 화법을 사용하는 것은 향후 주변의 기대와 다르게 움직일 수도 있을 때 세간의 비난을 피하기 위해 동원하는 일종의 ‘자기방어 기제’”라고 윤 전 총장을 비판한다. 그래도 윤 전 총장은 17일 “여야의 협공에는 일절 대응하지 않겠다. 국민이 가리키는 대로 큰 정치를 하겠다”라며 기존의 태도를 유지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이동훈 대변인을 통해 밝힌 메시지에서 “국민을 통합해 국가적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큰 정치만 생각하겠다”며 “내 갈 길만 가고, 내 할 일만 하겠다”라고 또다시 모호한 화법을 동원했다.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 입당 시기에 대해서도 “다 말씀드렸다”며 “더 이상 말씀드릴 게 없다”고 더 이상의 입장표명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서울중앙지검이 수사 중인 윤 전 총장 가족·측근 의혹 사건은 모두 4건이다.

형사6부(박순배 부장검사)는 윤 전 총장의 부인 김건희씨가 도이치모터스 관련 주가 조작과 도이치파이낸셜 주식매매 특혜 사건에 관여됐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형사6부는 윤 전 총장의 장모 최모씨가 불법 요양병원을 개설·운영했다는 의혹도 수사해 지난해 11월 말 최씨를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이와 함께 반부패수사2부(정용환 부장검사)는 부인 김씨가 운영하는 전시기획사 코바나컨텐츠의 ‘전시회 협찬’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고발인들이 코바나컨텐츠의 수년 전 전시회까지 문제로 삼고 있어 사실관계 확인 차원에서 협찬 기업들로부터 계속해서 관련 자료들을 제출받고 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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