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윤석열 전 검찰총장, 최재영 감사원장 (사진=뉴시스)

[뉴시안= 김진영 기자] 

야권에서 유력 주자로 거론되던 인사들이 ‘국민의힘 빅텐트론’에 힘을 실으면서 여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유력 주자들이 국민의힘에 몸을 실을 경우 국민의힘이 대세를 타고 대선 주도권을 쥐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이에 야권은 대선판의 흥행을 위해 유력 주자들을 영입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재형 감사원장이 18일 대권도전에 대한 입장을 밝히면서 그 가능성을 열어둬 이후 움직임에 정치권 뿐만 아니라 국민적 이목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조만간 국민의힘 입당여부 결정에 앞서 대권도전을 선언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 잠룡의 국민의힘 입당이 현실화되면 국민의힘은 최·윤이라는 대어를 동시 잡게 되는 것은 물론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에 압승을 기대해 볼 수도 있게 된다. 

윤·최 대어 국민의힘으로?
이에 대한 민주당의 대응카드에 시선이 쏠린다. 국민의힘이 유력주자를 하나 둘씩 확보해나가고 있는 반면 민주당은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대권후보 지지율이 쏠려 있다. 친문주도의 민주당 입장에서는 비문성향의 이 지사가 단독 질주하는 것은 불편하다. 그렇다고 뾰족한 대안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어서 몸과 마음이 따로 노는 그림이다. 
우선 윤 전 총장은 오는 27일 ‘정치참여 선언’을 할 계획이라고 간접적으로 밝혔다. 그의 구상에 따르면 먼저 대권도전 선언과 민심투어를 거친 뒤 국민의힘 입당 여부를 결론내겠다는 것이다.
윤 전 총장은 18일 오전 이동훈 대변인을 통해 향후 행보와 관련해 이같이 밝히면서 “시장 다니며 오뎅 먹는 것이 아니다. 영향력 있는 분들 만나 다양한 목소리 듣겠다”고 뜻을 전달했다.
아울러 국민의힘 입당 여부는 민심투어 시간을 거쳐 결정하겠다는 게 윤 전 총장의 의사다. 
윤 전 총장의 ‘27일 이벤트’에 대해 이 대변인은 “정치에 나서는 선언, 대권 도전 선언이라고 보면 된다”라고 전했다. 
이 대변인에 따르면 직접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참여와 그에 따른 포부를 밝히는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최재형 감사원장도 조심스럽게 미동(微動)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그에 따른 주변의 동요는 작지 않다. 
최 원장은 18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참석해 ‘대선 출마 얘기가 나온다’는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 질문에 마침내 입을 열었다. 
최 원장은 “최근 저의 거취 또는 제가 어떤 다른 역할을 해야 하지 않느냐. 이런 부분에 대해 언론이나 정치권에 많은 소문과 억측이 있다”면서 “제 생각을 정리해 조만간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는 최 원장이 처음으로 입장을 말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조용히 움직이는 잠룡
또 최 의원은 다시 최 원장을 향해 “감사원장이나 검찰총장 이런 분들이 직무를 마치자마자 선거에 나온다고 하면 정치적 중립을 위해 바람직한 현상인가”라고 질문했다. 
이에 최 원장은 “그 부분엔 다양한 판단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공격을 차단했다.
일부에서는 "감사원장의 대권 출마 소문을 겨냥한 질문이었는데 이를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것은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의미 아니냐"고 분석한다. 하지만 최 원장이 평소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화법으로 정치권의 공세를 무력화 시킨 것을 감안할 때 대선출마 의지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최 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을 감사하는 과정에서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우는 모양새를 연출하며 ‘권력에 굽히지 않는 청렴한 공직자’라는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정치권에서는 최 원장과 가까운 주변인사들이 최 원장의 인물 됨됨이를 높이 사 대권도전을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내달 안에 감사원장직에서 물러나 대선에 뛰어들 것"이란 소문도 정치권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정치권 소식통에 따르면 최 원장은 가까운 인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나라의 장래를 걱정하며 감사원장으로서 소신발언을 하고 있다. 경제위기가 일반 국민이 체감하고 있는 것 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이다. 
정치권 주변에서 "최 원장 대통령 만들기가 조용히 추진되고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최 원장을 지지하는 지인 등 주변인들이 최 원장 지원 모임을 조직하고 큰 그림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소리가 들린다.

위기탈출 해법찾기 골몰
야권으로 대선주도권이 점점 넘어가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여권의 호흡은 점점 거칠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내부적으로 국민의힘에 쏠리고 있는 흥행 기운을 꺾기 위해 ‘경선 연기론’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외부적으로는 언론개혁과 검찰개혁을 고강도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 민주당은 ‘언론보도의 공정성’을 위해 ‘악의적인 가짜뉴스’에 대해 최대 5배의 손해배상 책임을 부여하는 방안을 법제화, 6월 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민주당 미디어혁신 특위는 지난 17일 국회에서 보고회를 열고 이같은 방향으로 ‘허위조작정보 피해구제 제도’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특위는 우선 허위·조작정보로 손해를 입히는 경우 산정되는 손해액의 3∼5배를 배상하도록 할 방침이다. 이는 여권내부에서 "대선을 앞두고 쏟아지는 추측성 보도와 악의적 보도를 견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아 올해 안에 입법과 적용이 완료될 전망이다. 
손해액을 산정하기 어려울 경우 3000만∼5000만원으로 추정하고 최대 2억5000만원의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민주당의 방침이다. 이와 함께 포털사이트의 뉴스 편집권을 제한하고 독자가 직접 미디어나 기자, 뉴스의 선택권을 행사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네이버 모바일 서비스에서 운영되는 ‘이용자 구독제’를 PC 서비스나 다른 포털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자체 인공지능(AI) 알고리즘으로 추천하는 뉴스 역시 없애거나,   이용자의 선택권을 반영할 수 있도록 포털 사업자들과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또 법무부도 검찰개혁에 속도를 붙일 방침이다. 박검계 법무부 장관은 검찰개혁과 관련해 17일 오전 “거의 가닥이 잡혀간다”며 “실무선에서 충분한 교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혁에 속도 붙이는 여당
앞서 대검은 법무부가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의 개정을 통해 일선 검찰청 형사부의 직접 수사를 제한하는 것은 검찰청법이나 형사소송법 등 법 위반 소지가 있고, 그동안 법무부가 강조해 온 형사부 강화·전문화 기조에도 배치된다고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이와 관련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故 김홍영 검사를 애도하며 “일제 잔재인 검사동일체 원칙을 혁파해야 한다”라고 검찰개혁을 촉구했다.
추 전 장관은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상관의 폭언과 폭행으로 세상을 떠난 김홍영 검사의 부모님께서 검찰개혁에 아들의 희생을 바치셨다”라며 이같이 말해 눈길을 끌었다. 
추 전 장관은 “꽃피지 못한 자식을 잃은 통한에도 '검찰개혁으로 다시는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달라'는 유족의 뜻에 부응하려면 검찰청법을 개정해야 한다”라며 “상명하복식 지휘체계로 묶어두는 검찰청법을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법무부장관 선임자인 추 전 장관이 후임자인 박 장관에 강도 높은 검찰개혁을 촉구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처럼 여권은 야권에 대한 공세와 견제를 강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윤석열 X-파일’을 꺼내드는가 하면 추 전 장관은 ‘나만 아는 윤 전 장관의 비밀’을 슬쩍 내비치며 견제구를 던지고 있다. 
다년간 선거캠프에서 활동해온 한 언론인 출신 선거 전문가는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일종이 공식이 있다. 먼저 당이 대세가 돼야 한다. 국민의 선택은 제3지대가 없다”며 “오늘은 여당을 선택했지만 ‘실망했다’는 여론이 커진다면 정반(正反)야당이 대세가 되고 결국 내일은 야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는 패턴이 끊임없이 반복돼 왔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 대세는 점점 국민의힘으로 기우는 분위기다. 
또 이 전문가는 “두번째 조건은 대선주자가 흥행몰이를 해야 한다. 대세가 된 정당에서 흥행몰이를 하는 후보가 대선주자로 나설 경우 대한민국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지역감정이 정치적으로 크게 작용한다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각 지역별 인구수를 감안할 때 지역의 몰표 여부보다는 대세와 흥행성적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영남출신과 호남출신이 번갈아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특정지역 인구의 몰표가 작용한 것이 아니라 실망에 따른 반발적 선택이 작용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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