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돈곤 청양군수. (사진=청양군)

 “두 달도 남지 않은 도쿄올림픽 남자마라톤에서 오주한 선수가 반드시 입상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오 선수가 1992년 황영조(바르셀로나 올림픽)에 이어 29년 만에 우승한다면 소속팀 군수로서 더없는 영광이겠지만 그의 기록으로 미루어 적어도 메달은 딸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오 선수가 입상할 경우 전국의 마라톤 동호인들이 즐겨 찾을 수 있도록 청양군을 ‘마라톤 도시’로 가꾸어 나갈 것입니다” 

오는 8월 8일 일본 삿포로에서 열릴 2020 도쿄올림픽(7월 23~8월 8일) 남자마라톤에 한국 대표로 참가할 케냐 귀화선수 오주한(33·케냐명·윌슨 로야나에 에루페·청양군청 소속)을 뒷바라지하고 있는 김돈곤(64) 청양군수를 ‘뉴시안’이 22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김 군수는“세계 정상급 기량을 갖춘 오 선수가 도쿄올림픽에서 입상할 것으로 보고 포상 계획을 마련했다”면서 “오 선수가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면 자연스럽게 전국의 마라톤 마니아들이 청양을 찾을 수 있도록 '오주한 마케팅'을 펼쳐 지역경제 활성화의 계기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김 군수와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오주한 우승하면 TV 광고 모델도 가능

ㅡ안녕하십니까? 이제 도쿄올림픽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대회 마지막 날 남자마라톤에 나갈 오주한이 입상할 경우 청양군이 지급하는 포상금 규모부터 말씀해주시지요.
“청양군 예산이 넉넉하지 못해 오 선수가 우승할 경우 5000만 원, 준우승할 경우 4000만 원, 3위를 할 경우 3000만 원을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올림픽 폐막 이벤트로 지구촌 전역에 TV 중계될 남자마라톤에서 오 선수가 선두그룹에서 달리는 모습은 상상만해도 가슴이 설렙니다. 욕심 같아서는 우승상금 1억 원도 괜찮다 싶지만 청양군의 재정 형편에 맞춰 결정했습니다.”

 오주한은 또 도쿄올림픽에서 우승할 경우 대한육상연맹 규정에 따라 받는 1억 원의 격려금 외에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지급하는 일시금 6720만 원(월정액으로는 100만 원)을 받게 돼 최소한 2억1000만 원의 포상금을 수령할 수 있다. 아울러 각종 광고 모델로 기용될 가능성도 높다. ‘돈방석’이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피겨 스타 김연아가 모델로 활약하고있는 KB 금융그룹은 올들어 국내 주요 일간지에 육상 남고부 100m 유망주인 비웨사 다니엘 가사마(안산 원곡고 3년)와 박원진(속초 설악고 3년)을 모델로 한 전면광고를 싣고 있다. 비웨사는 부모가 아프리카 콩고 출신으로, 한국에서 태어나 안산에서 자랐으며 3년 전 귀화, 한국 국적을 갖고 있다.

케나에서 귀화한 마라토너 오주한 (사진=청양군청)
케나에서 귀화한 마라토너 오주한 (사진=청양군청)

청양군 육상팀 연간 운영비 6억3000만원

ㅡ오주한의 훈련 뒷바라지에 많은 예산이 소요될텐데요.

“오 선수는 지난달 별세한 오창석 국가대표 남자마라톤 감독이 케냐에서 발굴해 2011년부터 동아마라톤대회에 출전시켜 좋은 성적을 거두었죠. 2015년 청양군청 마라톤팀에 입단해 7년째 활약하고 있습니다. 처음엔 계약금 없이 연봉만 6000만 원을 지급했는데 실적이 뛰어나 2019년부터 8000만 원으로 올려주었습니다. 오 선수를 포함해 7명(감독 1, 선수 6)으로 구성된 청양군 육상팀의 연간 운영비는 6억3100여만 원이나, 지난해 1월부터 도쿄올림픽 대비훈련에 돌입한 오 선수의 케냐 전지훈련비는 국가대표선수를 관리하는 대한체육회가 부담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오창석 감독과 케냐인 무타이(42) 코치가 오 선수를 지도했는데 오 감독의 별세로 이달 초 육상연맹이 김재룡(55) 한국전력 감독을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 케냐 현지에 파견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오 선수의 기본기가 탄탄하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대회 당일 실내체육관 대형 TV 앞에서 군민들과 함께 열심히 응원할 계획입니다.”

 오주한은 2011년 8월 데뷔 무대인 케냐 뭄바사 마라톤에서 2시간 13분 01초의 기록으로 우승한 뒤 그해 10월 경주 국제마라톤과 2012년 서울국제마라톤 등 2018년까지 국내 7개 국제마라톤에서 연속 우승했다. 최고기록은 2016년 서울국제마라톤의 2시간 05분 13초.  지난해부터 해발 2300m의 케냐 고지대 전지훈련을 통해 2시간 3~4분대의 연습 기록을 내고 있다. 김재룡 국가대표 남자마라톤 감독은 지난 16일 “오주한은 오늘 40km 연습 레이스에서 마지막 5km를 14분 50초에 달릴 만큼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고 알려왔다. 김감독은 “오주한이 세계기록(2시간 01분 39초)보유자인 케냐 대표 엘리우드 킵초게(37) 등과 함께 훈련하고 있다”며 “8월 삿포로의 높은 기온과 습도를 감안, 오주한의 체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주한 마라톤 갤러리 견학 유도 계획”

 ㅡ오주한이 도쿄올림픽에서 입상할 경우 오주한 마케팅을 통해 청양군의 지역경제 활성화를 계획하고 있다고 하던데요.
“오주한 마케팅은 2019년부터 준비했습니다. 그 일환으로 2018년 9월 한국 특별귀화가 확정된 오 선수와 당시 오창석 감독이 비용을 절반씩 부담해 10억 원 규모의 '오주한 마라톤 갤러리'를 청양군 정산면 백곡리에 짓기 시작해 이제 마무리단계입니다. 건평이 약 107평으로 2층 건물인데 1층은 마라톤 관련 전시실과 카페로 활용하고 2층은 오주한 가족의 숙소로 쓸 예정입니다. 청양군에서는 전국 마라톤 마니아들의 견학을 돕기 위해 마을 진입로 확장을 지원할 계획입니다. 또 청양군을 관통하는 금강변에 마라톤 훈련코스를 만들어 마라톤 마니아들이 활용할 수 있게하고 나아가 국제마라톤대회 창설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오주한 마케팅이 성공할 경우 청양군 지역경제 활성화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으로 봅니다.”

   이종세(전 동아일보 체육부장·용인대 스포츠레저학과 객원교수 )

 

저작권자 © 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