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전경. (사진=뉴시스)
한국은행 전경. (사진=뉴시스)

[뉴시안= 이태평 기자]금융 리스크가 코로나19 이전보다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민간 부문의 빚이 3167조를 넘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은행은 22일 발표한 '2021년 상반기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이 같이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은은 자산가격 및 신용축적과 금융기관 복원력 등 3가지 평가요소를 표준화해 산출한 '금융취약성지수(FVI)'를 신규 편제했다. 금융취약성지수가 상승하면 금융시스템의 구조적 취약성이 심화돼 대내외 충격 발생시 금융·경제에 초래될 부정적 영향이 확대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올 1분기 금융취약성지수는 58.9로 코로나19 위기 이전인 2019년 4분기(41.9) 대비 17포인트 상승, 금융시스템의 잠재적 취약성이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평가요소별로 보면 자산가격 총지수가 91.9로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 2분기(93.1)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7년 3분기(100)에 근접했다. 주식 및 부동산 시장의 수익추구 성향이 강화된 탓이다.

이 보고서는 또  올해 1분기 국내 가계와 기업 등 민간 부문의 빚이 3167조2000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올 1분기 말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 신용(자금순환표상 가계·기업 부채잔액) 비율은 216.3%로 전년 같은기간 보다 15.9%포인트 상승했다. 1975년 통계편제 이후 역대 최대 수준이다. 주체별로는 가계가 104.7%로 1년 전보다 9.1%포인트 상승했고, 기업이 111.6%로 1년 전보다 6.8%포인트 올랐다.
 
가계부채는 1765조원으로 전년동기대비 9.5% 늘어나 2017년 3분기(9.5%) 이후 3년 6개월래 최대로 증가했다. 주택담보대출이 8.5% 증가한 가운데 기타신용 대출도 10.5% 늘었다. 주택담보 대출과 주식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기업부채는 1402조20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4.1% 늘어났다. 기업부채 증가세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다소 주춤하는 모습이지만 가계부채보다 더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는 등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기업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6월말 81.1%에서 지난해 12월 말 77.2%로 하락했다. 같은기간 부채비율이 200%를 넘어서는 기업 비중은 12.4%에서 15.3%로 상승했다.

한은은 이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기업 10곳 가운데 4곳은 번 돈으로 이자비용도 갚지 못하는 이른바 '좀비기업'이라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 수 기준으로 지난해 이자보상배율이 1배 미만인 기업 비중은 조사 대상인 상장·비상장 기업(2520개) 가운데 39.7%로 전년(35.1%)보다 4.6%포인트 상승했다. 이자보상배율 1배 미만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내지 못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좀비기업' 비중은 캐나다(72.6%), 미국(61.9%), 영국(49.1%) 등 국가보다는 낮지만, 독일(33.4%), 일본(15.2%), 중국(18.5%) 등 보다는 높다.

이자보상배율 1배 미만 기업 비중은 2016년 29.4%, 2017년 30.6%, 2018년 33.7%, 2019년 35.1%로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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