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 유희준 기자]이 책은 모피로드가 정복과 제국의 길이 아니라 상업의 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금까지 실크로드에 관해서는 수천 권의 책이 나왔지만, 우리에게 이보다 더 중요한 모피로드에 관한 책은 거의 없다. 게다가 이 책은 시베리아와 극동 개발을 정복이나 제국사의 관점에서 보지 않고 교역사의 입장에서 서술하기 때문에 그 가치가 높다.

인류사 최초의 무역 품목인 비단, 모피, 그리고 영국의 면화 제품은 세계사를 바꾸어 놓았다. 시베리아와 알래스카에서 생산된 모피는 러시아 제국의 번영을 이끌었으며 결과적으로 러시아를 유라시아 제국으로 성장시켰다는 것을 규명했다. 

모피로드는 위대한 탐험의 여정이었다. 바다같이 거대한 강과 타이가와 툰드라, 그리고 지구상에 가장 사나운 바다인 베링해를 돌파한 불굴의 탐험가들의 이야기를 우리는 잘 모른다.

예르마크, 포야르코프, 하바로프, 데즈네프, 아틀라소프, 베링, 바라노프, 프르제발스키, 아르세니예프 등은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어려운 환경을 헤치고 위대한 탐험과 개척에 성공했는데, 이 책은 이들 인물의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다룬다.

러시아의 모피 원정은 동아시아 은둔의 나라였던 조선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나선 정벌, 네르친스크조약, 러시아의 동방정책으로 주인이 바뀐 아무르와 연해주, 시베리아횡단열차와 만주철도, 러일전쟁, 만주에서 한국의 독립운동, 고려인의 강제 이주, 소련 극동군의 8월 진격과 김일성의 북조선 장악 등은 모피로드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이 책은 기존 한국의 시각이 아니라 러시아의 시각에서 다루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역사적 사건을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저자 윤성학은 "과거 모피로드의 성공은 개방적인 길이었기 때문에 성공했다. 상업을 앞세우고 정치적 간섭은 최소화할 때 길에는 사람들이 다니고 번성했다"며 "러시아는 좀 더 개방적이어야 한다. 북극항로를 지중해로 만들고 극동에 대한 규제를 대폭 풀어야 한다"고 말한다.

윤씨는 고려대 노어노문학과를 나와 연세대 대학원 정치학과에서 러시아 지역학을 전공한 뒤 대우경제연구소, 러시아 IMEMO 연구소, 대외경제정책연구소, 카자흐스탄 국립대학 동방학부 등에서 일했다. 현재 고려대 러시아CIS 연구소에서 연구 및 강의 활동을 하고 있으며, 유튜브 '윤성학 TV'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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