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운영중인 3개 요금제의 가격이 최대 2달러 인상된다. (사진=뉴시스)
법원이 넷플릭스 서비시스코리아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SK측 손을 들어줬다.  (사진=뉴시스)

[뉴시안= 조현선 기자]약 2년간 이어져 온 망 이용대가 분쟁에서 SK브로드밴드가 웃었다. 법원이 넷플릭스가 SKB에 망 이용 대가를 내야 한다고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0부는 25일 넷플릭스 한국법인인 넷플릭스 서비시스코리아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제기한 채무 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넷플릭스의 청구 가운데 협상 의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해달라는 부분을 각하하고, 망 사용료를 제공할 의무가 없다는 점을 확인해 달라는 부분을 기각했다.

이날 재판부는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협상의무 부존재 확인의 이익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인다"며 "대가 지급 의무에 관해서는 합의 하에 서로 연결하고 있고 서로 합의 중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계약자유의 원칙상 계약 체결 여부, 어떤 대가를 지불할 것인지는 당사자 협상에 따라 정해질 문제"라며 "법원이 나서서 '하라', '하지 마라' 이렇게 관여할 문제는 아니다"고 판단했다.

앞서 넷플릭스는 지난해 4월 트래픽과 관련해 망 운용·증설·이용에 대한 대가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것을 확인해달라는 '채무부존재 확인의 소'를 냈다. 당시 양측은 1년 여에 걸쳐 망 이용대가 지불 관련 협의를 진행해 왔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방송통신위원회에 중재를 요청하기도 했으나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소송전으로까지 이어졌다.

SK브로드밴드 측은 "넷플릭스가 트래픽 폭증을 유발하고 있는데도 합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다"며 망 이용료를 납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넷플릭스는 콘텐츠 사업자로서 망 이용료를 납부해야 할 의무가 없다고 맞섰다. 망 이용료 대신 해외에서 해당 국가로부터 미리 콘텐츠를 옮겨두는 방식의 일종의 캐시서버인 '오픈 커넥트(OCA)'를 무상으로 설치하는 방안을 제안해 왔지만 SKB 측이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양사는 지난해 10월부터 변론을 진행해 왔고, 변론 과정에서도 확연한 입장 차이를 보이며 첨예하게 맞서왔다. 

먼저 넷플릭스는 다른 CP(콘텐츠사업자)와 달리 SK브로드밴드(ISP, 인터넷사업제공자)로부터 '인터넷 접속 서비스'를 제공받지 않은 탓에 대가를 지불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특히 인터넷 접속·전송의 개념을 구분지었다. 망 중립성 원칙에 기반해 인터넷에 접속하는 것은 유료, 전송료는 무료라는 주장이다. 또 ISP '전송'에 최선을 다하고, CP는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현행 망 중립성 원칙이란 통신망 제공사업자가 모든 콘텐츠를 동등하고 차별 없이 다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이미 인터넷 이용료를 지불한 이용자가 인터넷에 접속해 요청한 콘텐츠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착신'한 것일 뿐, 망 이용료 청구는 '이중과세'라고도 주장햇다.

반면 SKB은 망 중립성은 망 이용대가와 별개라고 봤다. 또 인터넷이 가입자-CP 모두를 고객으로 하는 양면시장의 특성상 이중과세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넷플릭스가 해석한 망 중립성 원칙도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이는 CP간 차별을 두지 말라는 게 핵심이며, 돈을 받지 말라는 게 아니라는 설명이다. 특히 현재 상황에서는 망 중립성 원칙에 따라 넷플릭스에 청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CP들은 통신사들에 망 사용료를 지급하고 있다.

이번 판결을 선례로 SK브로드밴드를 제외한 KT, LG유플러스 등 타 ISP도 망 이용료 협상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 지불에 따른 비용을 이용료 인상 등으로 전가할 것이 예상돼 소비자 들만 피해를 볼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날 SK브로드밴드 측 대리인은 "글로벌 CP(콘텐츠 공급자)와 ISP(인터넷 서비스 제공자) 사이 책임을 가려준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생각한다"며 "(재판부가) 기각한 이유는 자세히 말하지 않았지만 (넷플릭스에) 망 이용 비용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인정했다고 본다"고 밝혔다.

또 SK브로드밴드는 "이번 법원의 합리적 판단을 환영한다"며 "앞으로도 SK브로드밴드는 인터넷 망 고도화를 통해 국민과 국내외 CP(콘텐츠사업자)에게 최고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SKB가 넷플릭스에 청구할 금액은 글로벌 CP를 위해 별도로 설치·운영하는 광케이블 비용 등이 감안될 것으로 예상된다. SKB측은 감정 후 청구 여부를 결정해야 하나, 상당한 액수가 될 수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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