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의 오디오형 SNS '음(mm)' (사진=조현선 기자)

[뉴시안= 조현선 기자]한국판 '클럽하우스'가 나왔다. 카카오가 출시한 오디오형 SNS '음(mm)'이 그 주인공이다. 써봤다. 베타 서비스 출시 후 약 보름 만에.

음을 사용하고 싶다면 앱 스토어, 안드로이드 마켓에서 '음(mm)' 앱(어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 받으면 된다. '음'은 대화를 시작하기 전 일반 사람들이 많이들 쓰는 감탄사 '음…'에서 따왔다. 한국어 패치가 정확하게 적용됐다. 

가입은 간편했다. 카카오 계정을 연동해 가입할 수 있다. 약관을 확인하고 프로필과 별명, 아이디를 입력하면 된다. 기존의 회원이 초대장을 보내줘야 하거나, 가입 후 누군가가 허락해 줘야 입성할 수 있었던 클럽하우스와는 비슷한 듯 달랐다. 언젠가 지인으로부터 "너 클하하니? 내가 초대장 보내줬다"라는 연락을 받았을 때의 수치심은 덜 수 있었다. 디바이스 환경에도 구애 받지 않는다. 접근성은 최고 수준이다.

실명 위주의 클럽하우스와 달리 현대인들의 기호를 적중해 별명으로 활동할 수 있는 점도 좋았다. 어디서든 이미 새어나갔을 내 신상 정보지만 대놓고 다른 이들에게 공개하기는 꺼려지기 마련이다. 

앱 실행 후 하단의 '+' 버튼을 통해 방 제목, 토픽 등을 입력한 뒤 '방 만들기'를 누르면 누구든 대화방을 개설할 수 있다. '방'은 기존 카카오톡의 오픈채팅방처럼 누구든 입장 시키거나, 초대한 친구에 한해 함께 대화를 나눌 수도 있도록 했다.

또 이용자 관심 키워드를 미리 설정하고, 취향에 맞게 자동으로 추천해 주는 대화방 리스트를 클릭해 운영 중인 대화에 참여할 수도 있다. 개설된 대화방을 검색해 들어갈 수도 있다. 또 음성 외에도 상태나 감정 표현이 가능한 이모지를 사용해 공감, 박수 등을 전할 수도 있다.

이후 관심 토픽을 선택했다. 일상, 음악, 엔터테인먼트. 이들 중 일부는 클럽하우스에서 봤던 대화방이 그대로 옮겨온 듯한 느낌도 들었다. 추천 친구도 소개됐다. 일반인들도 많았지만 익숙한 이름도 수없이 봤다. 카페미남 최준도 만날 수 있었고, 오세훈 서울시장도 만날 수 있었다. 물론 '진짜'는 아니다. 최근 클하에서 불거진 사칭 문제 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후라 기분이 묘했다. 

그러나 어디든 '빌런'은 존재하는 점이 불안했다. 익명이라는 가면 뒤에 숨어 혹여 불상사가 일어나지는 않을까 겁이 났다. 그러나 카카오톡 계정과 연동돼 있다는 사실이 강점으로 작용했다. 카카오 측은 카카오톡 지갑 인증서 서비스를 연동하겠단다. 일종의 실명인증 시스템인 셈이다. 덕분에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이외에도 일정 기능을 통해 다른 이가 예고한 대화방 리스트를 확인할 수도 있는 점도 클럽하우스와 비슷했다. 시간대별로 주제가 나뉜다. 예를 들어 밤 8시엔 다이어트, 주식 토론방이 열리는 반면 밤 9시엔 클럽 음악을 함께 듣는 이들이 많아진다.

총평은 이렇다. 한국어 패치가 완벽하게 적용된 토종 음성 기반 SNS인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유명 앱을 대신하기 위해 음을 찾는 이용자들은 다소 아쉬울 수 있겠다.

클럽하우스는 특유의 폐쇄성을 기반으로 인기를 얻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초대장을 받아야만 들어갈 수 있는 구조, 애플 OS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앱 환경까지. 정치인과 셀럽들이 참여하고 있다는 소식이 맞물려 인기를 끌었다. 덕분에 중고 아이폰 거래량이 늘었던 해프닝도 있었다. 실제로 30대 남성 A씨는 클럽하우스에서 지구 반대편의 외국인과 손쉽게 대화할 수 있어 흥미로웠다는 평을 전하기도 했다.

반면 음은 모두에게 열려있는 앱, 이용자들이 한국인이 대부분일 수 밖에 없는 환경이 누군가에겐 흥미를 잃게 할 수 있다

카카오 '생태계'를 강화하는 느낌도 받았다. 예를 들어 음에서는 오픈채팅을 바로 만들거나 참여할 수도 있고, 음으로 초대할 수도 있다.  

인싸들에겐 아주 훌륭한 앱이겠으나, 평범을 표방하는 아싸인 나에겐 어려웠다. 예를 들어 15명이 함께하는 방에서 14명의 마이크가 켜져있다는 걸 확인했을 때엔 아무리 흥미로운 주제라도 피하게 됐다. 모름지기 '끼리끼리'일 테니, 팟캐스트를 듣는 기분으로 그들 사이에 껴있다가도 언제 제외될지 모른다는 우려에서다. 

목소리를 공개하기는 것도, 이름 모를 누군가와 내 목소리로 아무렇지 않게 대화하는 점도 놀라웠다. 이 세상 모든 'E' 타입이 존재하는 한, 음이 카카오톡과 함께 국민메신저 계열에 함께 들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래도, 카카오는 카카오다. 익명성과 개방성을 기반으로 한국을 넘어 글로벌 대표 음성 기반 SNS가 될 수도 있겠다. 카카오톡이란 버프도 든든하다. 

주말이다. 토요일엔 또 비가 오락가락 하고 있다. 흐리고 습한 바깥을 피해 에어컨과 함께 자본주의를 온몸으로 느끼거나, 차 안에서 썬루프에 부딪히는 빗소리와 함께 고독을 씹는 당신까지. 하루 정도는 이름 모를 누군가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눠보는 것도 좋겠다. 물론, 신나는 드라이브를 위한 'mm'악 감상으로도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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