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검찰 중간간부 인사를 발표한 지난 25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에서 관계자들이 이동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뉴시안= 김진영 기자] 지난 25일 단행된 검찰 중간간부 인사와 관련해 검찰 내부에서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주요 수사를 담당했던 이들이 이번 인사에 반발해 하나 둘 씩 검찰을 떠나면서 박범계·김오수發 검찰개혁에 의문을 표시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검찰개혁의 진짜 목적이 무엇이냐는 의구심이 바로 그것이다. 법무부가 추진한 인사의 면면을 살펴볼 때 대체 어떤 부분에 검찰개혁의 의미가 담겨 있는지 모르겠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요직에 친정부성향의 인사가 배치된 단순 코드인사일 뿐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아울러 주요 권력 수사를 이끈 핵심수사인력들이 한직으로 사실상 좌천돼 ‘권력에 칼을 댄 죗값’을 치르고 있는 모양새가 연출되고 있다. 정권을 겨냥한 사건을 수사 중이던 부장검사들이 전원 교체되면서 수사가 사실상 끝났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이에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법치를 파괴했다”는 비판여론이 법조계를 비롯해 사회전반에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일부에서 “여권의 주장대로 공정한 수사를 위한 ‘검찰개혁’이라면 여권을 겨냥한 수나팀은 수사가 끝날 때까지 그대로 둬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이번에 단행된 인사 면면을 살펴보면 일단 고검검사급 인사에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을 수사한 이정섭 수원지검 형사3부장은 대구지검 형사2부장으로, 윤중천 면담보고서 왜곡·유출 의혹 수사를 이끈 변필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은 창원지검 인권보호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특히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을 수사한 이상현 대전지검 형사5부장은 서울서부지검 형사3부장으로 이동했다.

수사팀의 부부장들도 각기 다른 검찰청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이처럼 주요 수사팀이 해체되면서 검찰 내부에서 “이번 인사는 ‘검찰개혁’을 내세운 권력 수사 무력화”라며 “이대로라면 여권인사가 연루된 권력수사는 사실상 끝난 것”이라는 한탄이 나오고 있다. 

수원지검 수사팀은 지난달 불법 출금 조처를 주도한 의혹을 받는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에 대한 기소 방침을 대검에 보고한 데 이어 지난 24일 재차 보고를 올렸지만 아직 이렇다 할 결정을 내리지 못한 상태다. 

수사팀은 앞서 기소한 이규원 검사와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의 공소유지를 위해 수사팀 해체 보류를 요청했지만 대검은 승인을 거부했다. 이 때문에 지난 15일에는 3명만 재판에 참여하기도 했다.

대전지검 수사팀 역시 지난달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을 기소하겠다는 보고를 올렸다가 반려됐다. 대검의 기소 여부 판단이 미뤄지고 있어서다. 
검찰의 한 소식통은 “수사팀장이 전부 바뀐 데다 직제개편과 맞물려 형사말(末)부로 사건 재배당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사건 처리가 더 지연될 수밖에 없다. 

이에 좌천성 인사발령이 난 검사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하나 둘 검찰을 떠나고 있다.

지난해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휴가 특혜 의혹을 수사한 양인철 서울북부지검 인권감독관(49·사법연수원 29기)이 이날 검찰에 명예퇴직원을 제출한 것으로 28일 전해졌다. 
양 인권감독관은 지난 25일 법무부의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서 대구고검 검사로 발령났다. 

그는 지난해 서울동부지검 형사1부장으로 재직하면서 추 전 장관 아들 관련 의혹을 수사하다가 한직으로 분류되는 서울북부지검 인권감독관으로 전보됐다.

양 인권감독관은 이날 검찰 내부망 “바깥에서도 국민의 사랑을 받는 검찰이 될 수 있도록 끝까지 응원하겠다”고 이프로스에 사직인사를 올렸다.

나병훈 서울중앙지검 제1차장검사(54·사법연수원 28기)와 이준식 부천지청장(52· 28기)도 이날 사의를 표했다.

나 차장검사는 이번 인사에서 한직으로 분류되는 수원고검 검사로 발령났다. 지난 2월 1차장검사로 발탁된 지 4개월 여만에 단행된 사실상의 좌천 인사이다.

나 차장검사 산하의 형사1부(부장검사 변필건)에서 ‘청와대 기획사정 의혹’과 ‘채널A’ 사건을 수사해 왔다.

그는 채널A 사건에 연루된 한동훈 검사장을 무혐의 처분해야 한다는 변 부장검사의 의견을 지지하는 과정에서 이성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과 갈등을 겪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변 부장검사도 창원지검 인권보호관으로 좌천됐다.

나 차장검사 동기인 이 부천 지청장도 같은 날 사의를 표명했다. 이 지청장은 이번 인사에서 서울고검 검사로 발령났다.

한편 김오수 검찰총장을 두고 “최근 검찰 인사와 직제개편에서 친정권 성향 간부의 약진과 검찰의 직접수사 축소를 (법무부가 아니고 김 총장이) 사실상 주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검찰의 한 소식통은 “김 총장은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을 보좌할 때도 검찰개혁을 같이 추진했던 인물“이라고 지적하면서 “박범계 장관의 직제개편안에 이의를 제기하며 검찰조직을 대변하는 제스처를 취하기는 했지만 이는 본심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정작 법무부에서는 김 총장이 일선의 부정적 의견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아 그대로 처리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김 총장의 말이 앞과 뒤가 다르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