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품이 사용이 급증하고 있는 이 때에, 다회용기 대여와 수거·세척 과정을 통해 친환경에 앞장서고 있는 가치가득의 신광민 대표. (사진=박은정 기자)
일회용품 사용이 급증한 요즘 다회용기 대여·수거·세척을 통해 친환경에 앞장서고 있는 가치가득의 신광민 대표. (사진=박은정 기자)

[뉴시안= 박은정 기자]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자장면을 시켜 먹고 난 그릇을 문 앞에 내놓으면 배달원이 가져갔다. 그러나 코로나19로 배달 수요가 늘어나면서 이같은 그릇, 즉 다회용기 대신 플라스틱·일회용품 사용량이 급증했다. 처음에는 일회 용기가 깔끔하고 편한 듯 했지만, 넘쳐나는 쓰레기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번 쓸수 있는 용기 사용으로 되돌아가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가운데 조금은 불편하지만, 지구를 위해 과감히 그 시절로 돌아가자며 용기를 낸 기업이 있다.

"조금은 불편하더라도, 다시 돌아갑시다"

가치가득 신광민 대표(41)는 경영컨설팅 기업을 이끌다 지난해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온라인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했다. 당시 직원들과 배달 음식을 시켜 먹으며 회의를 했던 그는, 어느 순간 일회용품을 처리하는 것이 불편하다는 생각이 들어 이를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 라는 고민을 하게 됐다.

"처음에는 친환경 플라스틱을 제조 할까도 생각했어요. 그런데 초기 연구·투자 비용이 많이 들어, 다회용기를 음식점에게 제공하고 이를 수거·세척해줌으로써 무분별한 쓰레기를 줄여보기로 했죠."

그러나 음식점에 다회용기를 제공·대여해준다고 하더라도, 그릇을 다시 수거하고 세척하는 과정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막막했다. 사실 수많은 음식점이 다회용기를 사용하고자 했지만 이 문제에 대한 뚜렷한 해결책이 없어 일회용품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우선 저희는 친환경에 뜻을 함께하는 음식점주 분들을 찾기 시작했어요. 그러던 중, 직원들과 주로 가던 메밀 전문점 사장님께 저희 사업을 말씀드렸죠. 감사하게도 흔쾌히 일회용품이 아닌 다회용기를 사용해보겠다고 해주셨어요. 그래서 저희가 시범 서비스 기간 동안 무료로 그릇을 대여하고 수거해 주고, 사장님은 그릇을 세척하는 방식으로 처음 시작하게 됐어요."

신 대표는 시범 서비스 운영을 앞두고 세부적인 내용까지 고민하고 또 연구했다. 음식이 위생적이면서도 국물이 새지 않는 다회용기를 찾기 위해 수십 곳의  그릇 전문점을 방문해 조사하기도 했다. 면류, 고기류 등 음식 종류에 따라 사용하는 용기도 달라서 가장 적합한 다회용기를 찾는데 시간을 투자했다.

"국물이 새지 않는 게 제일 큰 숙제였습니다. 그래서 높이가 있는 그릇에 실리콘 뚜껑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음식을 포장하고 있어요. 그리고 음식이 고객들에게 배달된 후, 수거도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가치가득만의 보냉백도 만들었죠."

또 그릇이 원활하게 수거될 수 있도록, 부산 내 '생각대로'라는 배달대행 업체와 계약을 해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수거까지 하고 있다. 올해 2월에 첫 시작한 가치가득 시범 서비스는 현재 부산 동구 내 5곳으로 확대됐다. 조금씩 가치가득의 선한 움직임이 부산 내에 퍼지고 있는 모습이다. 

다회용기를 통해 고객들에게 배달된 모습과 고객들의 반응. (사진=가치가득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는 음식점의 배달앱 리뷰 캡처)
다회용기를 통해 고객들에게 배달된 모습과 고객들의 반응. (사진=가치가득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는 음식점의 배달앱 리뷰 캡처)

다회용기 사용 실험 '성공'…고객·음식점주 모두 감동 

일회용품이 아닌 다회용품으로 배달된 음식을 받아본 고객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사업 시작전만 해도 '고객들이 좋아할까, 불편해 하진 않을까' 라는 걱정도 됐지만 고객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오히려 가게의 세심한 친환경 움직임에 고객들은 감동을 받는 모습이었다.

고객들은 배달앱에 "배달받자마자 감탄했어요. 너무 꼼꼼하게 포장해주시고 정말 하나하나 다 신경 썼다는 게 느껴지네요", "업체 입장에서 플라스틱 용기를 쓰는 것보다 일이 더 번거로워지긴 했지만 환경과 미래를 위해 이런 업체가 많아졌으면 좋겠네요. 업체에서 좋은 의도로 불편함을 감수한다면 고객도 음식 먹고 나서 그릇 3~4개 정도 설거지는 일도 아니죠" 등과 리뷰를 배달앱에 남겼다.

장례식장에 다회용기 사용 추진…세척시설까지 완공

다회용기 사용에 대한 가능성을 경험한 신 대표는, 최근 장례식장을 대상으로 한 '가치다담' 서비스도 시작했다. 이는 지난 2019년 정부가 오는 2024년까지 공공장례식장의 일회용기 사용을 전면 금지하겠다고 밝힌 것에 따른 움직임이다.

"부산 내에 있는 장례식장 70여곳을 방문해 보았지만 정부의 정책에 따라 일회용품 대안책을 마련한 곳은 드물었어요. 일부 장례식장에서는 빈소마다 식기세척기를 설치해 사용하고 있었지만, 다회용품을 별도로 구매하고 이를 정리해야 한다는 점에서 인력이 투입되는 문제가 있었죠. 그래서 저희는 직접 세척한 다회용기를 대여해주는 방식으로 장례식장도 친환경 움직임에 동참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습니다."

가치다담은 이달 1일부터 부산 한 장례식장에서 시범 서비스로 운영되고 있다. 원활한 세척과정을 위해 최근 세척시설을 별도로 세우기도 했다.  

"1만개 용기까지 세척시설의 수용이 가능해요. 아직 음식점은 점주분들께서 직접 세척해주시고 계시지만, 앞으로 사업이 확장된다면 세척시설을 통해 깨끗한 다회용기를 음식점과 장례식장 등에 제공할 계획입니다."

나아가 신 대표는 대한민국의 대표 친환경 기업이 되고자 다회용기 배달과 대여·수거·세척 모든 과정을 책임지는 구조를 꿈꾸고 있다.

"지금은 배달대행 업체를 통해 서비스가 운영되고 있지만, 결국에는 가치가득만의 배달 시스템이 구축돼야 수거와 세척 과정이 수월할 것 같아요. 그래야 음식점주뿐 아니라 고객들도 가치가득 브랜드를 알게 될 테니깐요. 올해는 부산 동구와 진구, 연제구 등까지 서비스 지역을 확대해 나가며 가치가득만의 선한 가치를 널리 알려나가고 싶습니다. 대한민국의 대표 친환경 기업을 생각하면 '가치가득'이 떠오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다회용기를 통해 음식이 배달된 모습. (사진=가치가득)
다회용기를 통해 음식이 배달된 모습. (사진=가치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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