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도쿄올림픽 남자마라톤에 나갈 한국대표팀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케냐 엘도렛대학 운동장에서 훈련에 앞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오른쪽부터 김재룡 대표팀감독. 심종섭(한국전력), 케냐 귀화 선수 오주한(청양군청) 케냐인 엘리자 무타이 코치. 국가대표 남자마라톤팀 사진이 국내 언론에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무타이 대표팀 코치 제공)

케냐에서 한국으로 귀화한 마라토너 오주한(33·케냐명·윌슨 로야나에 에루페·청양군청)이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남자마라톤에서 우승한 황영조의 영광을 29년만에 재현할 것인가. 8월 8일 오전 7시 일본 삿포로에서 펼쳐질 2020 도쿄올림픽 남자마라톤에 나설 오주한이 해발 2300m 고지대인 케냐 엘도렛의 캅타갓 흙길에서 막바지 체력훈련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오주한의 체력훈련 집중은 섭씨 25도 안팎으로 예상되는 대회 당일의 무더위를 이기기 위해서다. 아울러 부상 예방에도 비상이 걸렸다. 대회 한 달을 앞두고 혹시 부상하면 만사가 수포로 돌아가기 때문. 지난 6월 8일 심종섭(30·한국전력) 등과 함께 케냐 캅타갓 마라톤 캠프에 합류, 오주한 등 2명의 남자마라톤 국가대표 선수들을 지도하고있는 김재룡(55) 한국전력 감독 겸 국가대표팀 감독을 ‘뉴시안’이 4일 오후 전화로 인터뷰했다. 김감독은 “남자마라톤 국가대표팀은 대회 5일전인 8월 3일 결전지 삿포로에 입성하며 오주한은 우승, 심종섭은 10위권 진입을 목표로 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김감독,“더위에 강한 오주한 유력한 우승후보”

-케냐도 한 여름일텐데 무더위에 고생이 많습니다. 현재 가장 비중을 둔 훈련은...

“이곳은 해발 2300m이상의 고지여서 아침은 영상 10도, 한낮은 18~19도의 가을 날씨여서 훈련하기에 아주 좋습니다. 이제 대회가 한 달밖에 남지 않아 막바지 체력보강에 집중하고 있으며 선수들이 부상하지 않도록 컨트롤하는데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만에 하나 선수가 부상하면 모든 것이 끝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훈련 강도는 높이되 훈련량은 줄여 다치지 않도록 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고있습니다. 흙길 훈련도 아스팔트나 시멘트 포장도로보다 선수들의 무릎이나 발목 보호에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김감독은 “더위를 어떻게 이기느냐가 이번 대회의 관건이며 이를 위해 체력보강을 최우선 과제로 하고 있다”면서 “이번 레이스는 150여명의 참가선수 가운데 10여 명이 35km지점까지 선두그룹을 이뤄 달리다가 마지막 7km를 남기고 승부에 쐐기를 박는 스피드 경쟁에 들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감독은 “이럴 경우 케냐 북부 혹서지역 트루카나 출신으로 더위에 강하고 2시간 5분대의 최고 기록도 보유한 오주한이 막판에 강해 가장 유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감독은 “그동안 오주한이 최상의 컨디션을 보였으나 며칠 전 감기 증세를 보여 아스피린을 먹였더니 이제 90%는 나았다,”며 “곧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0년 도쿄올림픽 남자마라톤에 나갈 한국 대표 오주한(오른쪽)과 심종섭이 새벽훈련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무타이 대표팀 코치 제공).

2시간 11분대인 심종섭도 10위권 진입 목표

-오주한 심종섭 두 선수의 훈련성과와 도쿄올림픽에서의 목표는...

“지난 6월 26일 두 선수 모두 매 1km를 3분 20초, 매 5km를 16분대로 40km 거리주 훈련을 했는데 무난히 소화했습니다. 2시간 05분 13초가 최고기록인 오주한은 현재 2시간 4분대의 기량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지난 4월 4일 국내선발전에서 2시간 11분 24초로 올림픽 참가 기준기록(2시간 11분 30초)을 통과한 심종섭도 현 상태라면 2시간 10분대는 뛰어낼 수 있다고 봅니다. 역대 올림픽에서 2008년 베이징올림픽(우승 기록 2시간 06분 32초)을 제외하곤 모두 2시간 8분 이후의 기록으로 우승자가 가려진 만큼 도쿄올림픽도 우승 기록이 2시간 7~8분대가 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따라서 더위에 강한 오주한이 세계기록(2시간 01분 39초) 보유자인 엘리우드 킵초게(37·케냐) 등과 막판까지 금메달을 다툴 것으로 보이며 심종섭도 10위권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김감독은 “오주한이 엘리자 무타이(42) 남자 대표팀 코치의 자상한 보살핌으로 강화훈련을 무난히 소화해내고 있다”며 “저는 소속팀 한국전력으로부터 급여를 받고있어 지난 5월 별세한 오창석 전 감독님의 급여(미화 5천달러)를 무타이 코치에게 그대로 주고 있는데 무타이 코치가 이 대목에 감동을 받아 오주한을 더욱 열심히 가르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무타이 코치와 한방을 쓰고있는 김감독은 “무타이 코치가 오랫동안 오주한을 지도해서인지 오주한을 잘 다룬다”면서 “오주한이 도쿄 올림픽에서 메달을 딸 경우 자신이 내년 항저우 아시안게임까지 오주한을 지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더욱 열심히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해발 2300m의 고지대인 케냐 엘도렛의 흙길에서 훈련중인 마라톤 선수들. 맨앞 한 가운데 흰색 상의를 입은 선수가 오주한. 이곳은 요즘 한낮에도 섭씨 17~18도의 가을날씨를 보이고 있어 훈련에 안성마춤이다. (사진=무타이 대표팀 코치 제공)
해발 2300m의 고지대인 케냐 엘도렛의 흙길에서 훈련중인 마라톤 선수들. 맨앞 한 가운데 흰색 상의를 입은 선수가 오주한. 이곳은 요즘 한낮에도 섭씨 17~18도의 가을날씨를 보이고 있어 훈련에 안성마춤이다. (사진=무타이 대표팀 코치 제공)

세계기록 보유한 킵초게 등과 함께 훈련

-케냐 현지의 훈련 분위기는...

”도쿄올림픽을 겨냥한 각국의 대표선수들이 대거 몰려와 훈련에 열중입니다. 우선 킵초게 등 케냐 남녀 대표선수를 비롯, 일본, 터키, 브라질 페루, 인도 등에서 국가대표 선수들이 올림픽 대비 막바지 훈련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들은 이탈리아의 로사 군단, 네덜란드의 글로벌 군단 등 세계적인 마라톤 에이전트와 손잡고 도쿄올림픽 메달을 따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는 것입니다.“

고지훈련 효과 활용위해 닷새전인 8월3일 삿포로 도착

-8월 8일 올림픽 레이스를 앞두고 닷새 전인 8월 3일 삿포로에 도착 예정인데 시차 적응 등에 문제가 없나요?

“예전에는 고지훈련을 하다 2~3주 전 대회 개최지에 도착해 충분한 시차 적응을 했는데 최근에는 흐름이 바뀌었습니다. 고지대에서 심폐기능을 최고조에 이르게 한 다음 대회 현장에는 늦게 내려와 왕성해진 심폐기능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입니다. 고지대에서 일찍 평지로 내려오면 그만큼 약화돤 심폐기능을 활용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대회 현지 적응을 오래하다보면 오히려 지쳐버려 정작 대회에선 고전을 면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던 점도 감안했습니다.”

29년 전 황영조와 함께 바르셀로나 올림픽에 나가 10위를 했던 김감독은 “제가 이루지 못한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의 꿈을 오주한을 통해 이루겠다”며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21세 때인 1987년 동아마라톤에서 2시간 13분 35초의 한국최고기록을 수립했으며 1991년 동아마라톤 우승, 1993년 독일 시투트가르트 세계육상선수권대회 4위, 1993년 보스턴마라톤 준우승 등 화려한 선수 경력의 보유자다.

이종세(용인대 스포츠레저학과 객원교수·전 동아일보 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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