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전경. (사진=뉴시스)<br>
청와대 전경. (사진=뉴시스)

[뉴시안= 김진영 기자] 수산업자의 전방위 로비 의혹 이른바 ‘수산업자 게이트’에서 비롯된 파장이 검찰 경찰 그리고 정치권까지 확산되는 듯 하더니 이제는 청와대까지 흔들고 있다. 

최근 검·경과 언론계 인사들에게 금품을 건넸다고 폭로한 수산업자 사칭 김모 씨가 문재인 대통령이나 청와대와 관련이 있다고 야권이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청와대는 이 같은 의혹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5일 “김씨가 2017년 특별사면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당시 김씨는 형 집행률이 81%에 달했고, 사면기준에도 부합했기 때문에 사면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벌금형 2회 이외에 특별한 범죄 전력도 없었기 때문에 사면조건을 갖추고 있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다만 이 관계자는 ‘청와대 내부에 선물을 받은 사람들이 있는지 별도로 확인하고 있냐’라는 물음에는 “현재로서는 답변할 내용이 없다”고만 답했다.

김씨는 과거 자신을 법률사무소 사무장이라고 속여 36명에게 1억6000만원을 받아낸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2017년 12월 문재인 정부 첫 특별사면 당시 출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씨가 문 대통령의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된 경위가 사건의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경찰에 따르면 현직 부장검사와 언론인 등이 김씨로부터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 뿐만 아니라 정치권 인사들도 용의선상에 올라 있다. 

특히 경찰은 윤석열 전 총장 대변인이던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과 종합편성채널 앵커 C씨 역시 같은 혐의로 조사 중인데, 이 전 논설위원은 야당 대표 출신 유력 정치인에게 김씨를 소개 받은 것으로 알려져수사가 정치권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김씨는 100억원대 사기 과정에서 주변에 자신이 문재인 대통령과 안면이 있는 사이라고 말하고 다닌 것으로 알려져 주목을 끈다.

사정당국 소식통에 따르면 김씨는 특별사면으로 출소한 뒤 ‘선동 오징어’(선상에서 급랭한 오징어) 투자 사기를 벌일 당시 지인들을 집으로 불러 청와대 관련 물품을 보여주며 정치권 인맥을 자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의 아파트 거실에는 문재인 대통령 부부 사진과 청와대 로고가 새겨진 술병·술잔 선물세트 등이 진열돼 있었지만, 이 대통령 부부 사진은 김씨와 함께 찍은 게 아니라는 것이 이 소식통의 설명이다. 

김씨는 주변인들에게 신뢰를 얻기 위해 청와대 관련 물품을 보여주면서 “문 대통령과 알고 지내는 사이”라고 과시한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김씨의 사기행각은 이게 끝이 아니다. 심지어 김씨는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을 소개받아 만나고 자택으로 선물을 보내기도 한 것으로 드러나 김씨의 정·관계 인맥 뒤에 누가 있는지 궁금증을 키우고 있다. 

김씨는 116억원대 선동오징어 투자사기 등 혐의로 구속돼 송치되기 전 경찰에 박 원장과 관련한 내용을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김씨는 정치권 인사 소개로 박 원장과의 식사 자리에 참석한 적이 있으며, 이후 자신의 비서를 통해 박 원장 자택에 수산물을 선물로 보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김씨의 이같은 진술이 허무맹랑한 허위사실은 아니다. 

박 원장은 이에 대해 “전직 동료 국회의원 소개로 여러 사람과 함께 김씨를 만난 적이 있다”고 밝혀 귀를 솔깃하게 한다. 다만 김씨를 만난 시점이 국정원장 취임 이전인 것 같다는 게 박 원장 측 설명이다. 

박 원장 측은 “김씨가 인터넷 언론사를 운영하고 체육계 쪽에서 일한다고 소개받아 덕담을 건넨 정도였다”면서 “김씨가 보낸 선물도 받은 것은 맞지만 특별히 고가의 것이었거나 기억에 남는 선물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 경찰은 김씨가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박영수 특별검사에 수입차 렌터카를 제공한 정황을 발견하고 청탁금지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입건된 이모 전 부장검사도 박영수 특검팀에 파견됐던 경력이 있어 논란은 더 커지고 있다.

김씨는 앞서 2016년 다른 사기죄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수감됐을 당시 교도소에서 만난 언론인 출신 A(59)씨를 통해 출소 후 정치권 등 각계 인사들을 소개받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가 A씨를 통해 소개받은 이들 중에는 김무성 전 의원도 있어 향후 ‘수산업자 게이트’의 후폭풍이 어디까지 미칠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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