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브라질 리우 마라카낭 올림픽 경기장에서 열린 2016 리우데자이네루 올림픽 육상 남자 400m 계주 예선을 마친 일본 팀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일본 계주 팀은 37초 68으로 아시아 신기록을 세우며 결선에 진출했다. (사진=뉴시스)

[뉴시안=기영노 편집위원]“올림픽 경기의 중요성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가 없다” 

1972년 뮌헨 올림픽 도중 ‘검은 9월단 사건’으로 이스라엘 선수와 임원 11명, 아랍 게릴라 5명, 서독 경찰관 1명 등 17명이 사망해 약 24시간 동안 올림픽이 중단됐다. IOC는 대회 중단을 두고 고심했지만 결국 에이버리 브런디지 IOC 위원장은 대회 강행을 선택했다.

올림픽은 그전까지 상업주의와 정치적 압력을 받고 있었다. 범죄단체의 횡포(테러)에 굴복했다면 그 이후의 올림픽이 열릴 때마다 크고 작은 테러에 시달렸을 가능성도 높다. 브런디지의 용단 덕분일까, 그 후 올림픽은 테러의 위협에서 자유로워졌다.

그러나 금지약물 복용과 질병이 새로운 복병으로 등장했다. 러시아는 국가가 조직적으로 선수들에게 금지약물을 복용 시켜, 세계반도핑기구(WADA)로부터 2년 간 국제대회 출전정지를 받았다. 남자 육상 100m의 강력한 금메달 후보 크리스티안 콜먼, 여자 육상 100m의 미국 챔피언 샤케리 리처드슨이 도핑 문제로 출전이 정지됐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 지카 바이러스 때문에 세계정상권 선수 몇몇이 출전을 하지 않는 등 약간의 상처를 입었다면, 2020 도쿄올림픽은 코로나19로 1년 간 연기돼 사상 초유의 무관중 개최를 선택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의 결단으로 질병에 굴복하지 않고 열리게 되어서, 차기 올림픽부터는 어떠한 질병에도 굴복하지 않는 내성이 생기게 됐다.

뉴시안은 도쿄올림픽이 끝나는 8월 9일까지 도쿄올림픽 기획특집을 연재한다. [편집자 주]

 

일본, 세계스포츠를 깜짝 놀라게 한 400m 계주

2016년 8월 25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400m 계주 결승전에서는 2개의 기적이 일어났다.

자메이카의 우사인 볼트가 400m 계주 금메달로 올림픽에서만 9번째 금메달을 획득했다. 우사인 볼트는 2008 베이징 올림픽 100m. 200m, 400m 계주 금메달, 2012 런던올림픽에서도 같은 종목 금메달 그리고 이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도 같은 종목 3관왕에 올라, 올림픽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성적을 올렸다. (후에 베이징 올림픽 400m 계주 금메달은 동료선수의 도핑으로 박탈됐다.)

그러나 현장의 주인공은 일본의 400m 계주팀이었다. 당시 일본은 주장 이즈카 쇼타(10초22) 등 4명 전원이 10초대 선수로 구성되어 결승 진출도 어려워 보였다. 그러나 일본은 예선을 거뜬하게 통과하더니 준결승전을 거쳐 결승전에서 미국(37초62)을 0.02초 차이로 제치고 은메달을 거머쥐었다. 

당시 일본은 아시아육상 사상 올림픽 남녀 계주(400m와 1600m)에서 처음으로 메달을 땄다.

일본, 바통터치에 스포츠 과학접목

일본은 바통터치에 과학을 접목했다. 

400m 계주는 모든 선수는 달려오는 선수가 위에서 아래로 바통을 주는 '오버핸드 방식'으로 바통을 주고받는다. 

그런데 일본은 주는 선수가 밑에서 위로 넘겨주는 언더핸드 방식으로 바통을 주고 받았다. 그렇게 되면 바통을 주는 선수는 속도를 줄이지 않고 가속을 유지하면서 넘겨주게 되고, 바통을 받는 선수는 자신의 상체를 덜 흔들게 된다.

일본은 4명의 선수가 언더핸드 방식으로 3번의 바통을 주고받으며 무려 0.6초나 기록을 단축할 수 있었다. 기존 일본의 기록은 38초20으로, 메달권 진입이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미국, 400m 최강국이지만 실격 처리 많이 돼

육상 400m 계주는 4명의 선수가 길이 30cm, 둘레 12cm, 무게 50g의 바통을 이어 받으며 400m를 달린다. 4명의 선수는 바통을 아무 데서나 주고받으면 안 되고, 20m의 바통인계 구역에서 주고 받아야 한다.

지난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 미국 대표팀은 1위로 들어왔음에도 불구, 바통인계 구역을 벗어난 곳에서 바통을 주고받은 것으로 확인돼 실격 처리됐다. 미국은 지난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도 일본에 0.02초 뒤진 36초62로 골인했으나, 과거와 같은 같은 실책으로 실격 처리됐다.

400m 계주는 1, 3번 주자가 주로 곡선, 2, 4번 주자가 직선을 뛴다. 1번 주자는 스타트가 좋고 곡선을 잘 타는 선수, 2번 주자는 직선에 강한 선수, 3번 주자는 곡선을 잘 타지만 그 팀에서 기량이 가장 떨어지는 선수 그리고 마지막 4번 주자는 앵커라고 해서 그 팀의 에이스를 배치한다.

일본, 도쿄올림픽 대부분 9초대 선수로 구성

리우올림픽 당시 일본은 10초01의 기류 요시히데, 10초05의 야마다타 료타, 10초22의 이즈카 쇼타, 10초10의 아스카 케임브리지 선수가 팀을 이뤘는데, 100m를 9초대에 뛰는 선수가 한 명도 없었다.

미국과 자메이카는 출전선수를 물론, 엔트리 6명 전원이 100m를 9초대에 뛰는 선수들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도쿄올림픽에 출전하는 일본 선수들은 대부분 9초대를 끊는 선수들로 구성이 된다.

야마가타 로타가 4년 전 10초05에서 9초95로, 기류 요시히데는 10초01에서 9초980으로 자신들의 100m 기록이 빨라졌다.

그리고 10초22를 뛰던 이즈카 쇼타는 은퇴를 했는데, 그 대신 가나 출신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샤니 브라운이 9초97을 끊고 있고,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200m 금메달리스트 고이케 유키는 9초98을 뛰고 있다.

또한 자메이카 출신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아스카 캠브리지도 10초00의 기록을 갖고 있다.

2019 도하 세계대회 미국 금메달

지난 2019 도하 세계 육상선수권대회 400m 계주에서 미국이 37초10으로 금메달, 영국이 37초36으로 은메달, 일본은 2016년 리우 올림픽 때 자신들이 세운 아시아 신기록(37초60)을 0.17초 단축하며 37초43으로 동메달을 땄었다. 당시 미국의 에이스 콜먼이 도핑 도피 혐의로 이번 도쿄올림픽에 오지 못한다. 백전노장 저스틴 게이틀린도 미국 선발전에서 8위에 그쳐 탈락했다.

미국을 비롯한 자메이카, 캐나다, 영국 그리고 아시아국가 가운데 일본을 따라잡으려는 중국이라는 변수가 있기는 하지만 일본이 메달을 딸 것은 확실시된다. 일본은 동메달을 넘어 더 좋은 색깔의 메달을 기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도쿄올림픽 남자육상 400m 계주 결승전은 오는 8월 6일 금요일 밤 10시 50분에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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