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아이폰12 퍼플. (사진=조현선 기자)<br>
애플의 아이폰12 퍼플. (사진=조현선 기자) 

[뉴시안=조현선 기자]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애플을 비롯한 스마트폰 제조 업체의 사설 수리 제한 관행을 불법으로 규정하겠다고 예고했다. 최근 미 바이든 정부가 애플과 소비자의 '자가수리권'를 두고 벌이는 신경전에 힘을 실어준 셈이다. 

21일(현지시각) FTC는 이날 이같은 내용의 정책 성명서에 만장일치로 승인, 제출했다고 밝혔다. 사설 수리를 제한하는 행위를 향후 독점금지법, 소비자보호법 등에 대한 위법으로 보고 제재를 가하겠다는 방침이다. 

이후 FTC는 중소기업과 정부기관, 일반 소비자 등이 사설 수리를 받을 수 없도록 제한하는 것에 대해 살펴볼 전망이다. 성명서에 특정 기업을 언급하는 등 직접적으로 겨냥하진 않았으나, 주 타겟이 애플이 됐다는 시선이 우세하다.

애플은 그동안 자체 공인 수리 시설에 대해서만 교체 부품 주문, 불량 진단 등의 권한을 부여하는 AS 정책을 시행해 왔다. 또 사설 수리 센터를 이용할 경우 애플의 제품 보증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방침에 따라 이용자들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값비싼 공인 서비스를 이용해야 했다. 

타 스마트폰 제조업체 역시 수리 권한을 독점하고 높은 수리비를 책정, 기존 기기를 수리해 사용하기보다 새 상품을 구매하도록 유도한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FTC는 지난5월 "장치, 장비 및 기타 제품의 수리에 대한 이같은 제한이 소비자와 기업의 부담을 증가시켰으며, 제조업체와 판매자는 여러 위법 행위로 수리 경쟁을 제한했다"고 주장했다. 소비자의 제품 보증을 특정 서비스 제공자, 제품에 규정하는 것을 금지하는 '맥너슨-모스' 소비자제품보증법을 위반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같은 문제가 제기된 것은 처음이 아니다. FTC는 지난 2018년에도 6개 글로벌 업체를 대상으로 이같은 행위에 대한 시정명령을 내렸다. 당시 관련 법규가 마련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애플 등 주요 빅테크 기업들은 경제단체 등을 앞세워 이를 막아냈다.

그러나 지난주 바이든 대통령이 소비자의 '자가수리권' 보장 방안을 마련하라는 행정 명령을 내리면서 규제가 본격화됐다. 부품 판매 제한 등으로 자가수리 및 사설 수리 업체 이용 제한 시 FTC가 이를 제재토록 하는 것이 골자다. 애플의 공동 창업자 스티브 워즈니악 역시 미 정부의 정책을 지지하고 나서기도 했다.

리나 칸 FTC 위원장은 "이같은 제한을 통해 이용자들은 수리 비용 부담이 크게 늘어났으며, 적시 수리 지연 등의 피해를 입었다"며 "또 혁신을 억제해 사설 수리점의 비즈니스 기회가 차단됐을 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전자 폐기물이 생성돼 왔다"고 지적했다.

향후 FTC는 애플 외에도 모든 기업의 이같은 행위에 대해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애플인사이더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서페이스 제품, 엑스박스 게임 콘솔 제품군에 이같은 문제가 있다"며 "닌텐도, 소니 등 게임 하드웨어 기업도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규제가 시행될 경우 수리 관련 시장 활성화 및 소비자 선택권 강화, 전자 폐기물 감소 등의 효과가 기대된다. 사설 업체간 자유로운 경쟁이 가능해지면 수리 비용도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들 제조사의 미국 현지 내 시정 방식에 따라 한국 등 그 외의 국가에서도 유사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애플은 지난 3월 한국을 포함한 40여개 국가에서 공인 수리 서비스 센터와 동일한 비용으로 부품을 제공하는 등의 '개별 수리 제공 프로그램(IRP)' 도입을 발표했다. 이후 사설 업체로부터 신청서를 받았으나 이렇다 할 선정 결과를 내놓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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