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21일 서울 양천구 SBS 방송센터에서 열린 여야 당대표 토론 배틀에서 미소짓고 있다.(사진=뉴시스)

[뉴시안= 김진영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언행을 놓고 당내 중진 의원들이 불편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범야권 대권주자와 관련해 발언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야권 주변에서는 대선 후반부로 갈수록 이 대표의 행보가 당내 중진 의원들의 반발을 살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범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 협상안, 협상방법 등을 놓고 의견충돌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이 대표에 대해 당내 친윤석열계 의원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친윤계 인사들은 23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압박이 선을 넘고 있다”며 이 대표를 향해 정면으로 쏘아붙였다.

이 대표가 윤 전 총장의 초반 정치 행보가 미숙하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향후 범야권 단일화 도모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꼽히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비유해 이같이 발언해 “제1야당 대표로서 발언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대표는 지난 22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윤 전 총장의 행보를 언급하면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안철수 대표가 과거 정치에 미숙했을 때 했던 판단과 비슷한 판단을 한다"고 분석했다.

이 대표는 야권 후보 또는 야권인사들을 언급할 때 아슬아슬한 발언을 자주 해 야권 안팎에서 ”지나치게 말을 가리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최근 윤 전 총장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이면서 이 대표가 던지는 말들은 그의 정치경력을 감안할 때 지나치게 고자세라는 여론이 야권 뿐만 아니라 여권에서 조차 심심치 않게 들린다.

마치 30년 경력의 5선 의원인 듯한 모습이라는 것이다. 

특히 이 대표는 윤 전 총장에 대해 "탄핵의 강을 다시 들어가려 한다", "지지율 추이 위험", "정치 판단 미숙" 등 비판 발언을 잇달아 내놓은 적 있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이 대표는 지위가 당 대표이기는 해도 경력이 그것을 뒷받침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때로는 자신을 낮추는 자세와 말을 조심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공직생활을 오래한 인사에게 ‘아마추어같다’는 말을 공석에서 쉽게 던지는 언행은 오히려 국민정서에 맞지 않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야권 대선주자를 향한 이 대표의 지나친 발언에 친윤계가 야권의 유력주자를 보호해야 한다며 공개 반발하고 있는 것도 바로 ‘국민정서’ 때문이다. 이 대표가 야권 대선 주자의 입당을 종용하기 위해 압박한다는 명분으로 해당 인사를 비난하고 평가절하하는 행위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친윤계 중진 의원들은 23일 SNS에 항의성 글을 올리는 등 집단행동에 나서 이 대표의 대응에 이목이 쏠린다. 

5선인 정진석 의원은 SNS를 통해 "윤석열이 있어서 그나마 국민들이 정권교체의 희망을 갖고, 국민의힘이 그나마 미래를 꿈꾸는 정당의 몰골을 갖추게 됐다"며 4·7 보궐선거 승리 요인도 윤 전 총장이었다“고 주장했다.

또 정 의원은 "지지율 30%의 윤 전 총장을 그저 비빔밥의 당근으로 폄하한다"며 "당내주자에 대해서만 지지 운동할 수 있다는 등 쓸데없는 압박을 윤 전 총장에게 행사해선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윤 전 총장의 친구인 권성동 의원도 SNS에서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을 위험하다고 평하는 것은 정치평론가나 여당 인사가 할 말"이라고 비판했다.

두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당대표실을 찾아 이 대표에게 직접 우려를 전달했다.

정 의원은 이 자리에서 "정권교체를 위해선 우리가 대동단결해야 하고, 윤 전 총장을 자꾸 평가 절하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자신의 SNS에 이를 반박하는 글을 올렸다. 이 대표는 자신이 윤 전 총장을 폄하하고 있다는 중진 의원들의 주장을 수용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너무 선을 넘었다. 정중동 자세로 가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중진 반발에 대해 지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이 대표는 글을 통해 "송영길 대표가 (윤 전 총장을) 계륵이라 공격해 춘천 닭갈비는 맛있을 수 있다고 하고, 김어준 방송에 나가서 윤 전 총장 장모 의혹을 디펜스(방어)해줬던 것이 누구겠나"라고 되짚었다. 

이에 이 대표와 친윤계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각자의 입장을 표출하면서 양측 신경전이 갈등으로 고조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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