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 (사진=뉴시스)

[뉴시안=소종섭 편집위원]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이 진흙탕 싸움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재명 경기도 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 사이가 그렇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했느냐’를 둘러싸고 한바탕 격돌하더니 이번에는 ‘백제 발언(호남불가론)’을 둘러싸고 감정싸움으로까지 치닫고 있다. 누가 유리한가 불리한가를 떠나 논쟁 자체가 퇴행적이다. 노무현이 소환된 데 이어 지역주의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안팎에서 비판이 거세다. 현 정부에 대한 공과 평가와 향후의 비전과 정책을 둘러싼 논쟁이 아니라 과거지향적인 것에 매몰돼 있다는 지적이다. 

두 후보의 치열한 샅바싸움은 이 지사의 지지율이 답보 상태에 있는 가운데 이 전 대표가 강하게 치고 올라가면서 형성됐다. ‘굳히기’냐, ‘뒤집기’냐의 한판 승부가 펼쳐지는 것이다. 예비경선에서 이른바 ‘국밥 전략’을 쓰면서 소극적이고 방어적으로 임했던 이 지사는 다시 ‘사이다전략’으로 돌아가면서 이 전 대표를 맹공했다. 이 과정에서 ‘노무현 탄핵’ ‘백제 발언’이 나왔다. 호남 출신인 이 전 대표가 이 지사의 발언이 ‘호남 불가론’이라고 문제 삼으면서 확전되는 양상이다. 이에 대해 이 지사는 ‘망국적 지역주의 조장’이라고 맞받아치고 있다. 

‘백제 발언’은 민감성이 있다. 이 발언은 “약점이 많다는 것인가”라는 중앙일보 기자의 발언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5천년 역사에서 백제 쪽이 주체가 돼 한반도 전체를 통합한 때가 한 번도 없었다. (이낙연 전 대표가) 이긴다면 역사라고 생각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충청하고 손을 잡은 절반의 성공이었지 않나.” 이 답변에 이어 기자가 “그런데 상황이 바뀌었다는 건가”라고 물었고 그에 대한 이 지사의 답은 이랬다. “지형이 바뀐 거다. 우리가 이기는 게 더 중요한 상황이 됐다. 현실적으로 이기는 카드가 뭐냐 봤을 때 결국 중요한 것은 확장력이다.”

이 지사가 ‘호남 불가’를 말하지는 않았지만 맥락상 그렇게 읽힐 수 있는 답변이다. ‘약점’을 물었는데 ‘백제’를 말한 것부터가 그렇다. 그런 답변 이후 ‘확장성’을 말했다는 점에서 ‘호남 후보로는 확장성이 없지 않느냐’는 맥락을 담아 답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이 지사 측에서 이를 인정하기는 어렵다. 인정하는 순간 비판이 쏟아지며 지지율이 영향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이 지사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 같지는 않다. 민주당 내 호남 유권자들의 감성을 건드리는 묘한 지점이 있기 때문이다. 

70여 만명에 달하는 민주당 권리당원의 28%는 호남 유권자들이다. 수도권 권리당원들 중에도 호남과 연고가 있는 이들이 많다. 수도권과 호남을 합하면 민주당 권리당원의 70% 이상이 된다. 이번 발언 파문이 어떻게 받아들여지느냐에 따라 이재명-이낙연의 지지율이 출렁일 가능성이 있다. 두 사람의 혈투는 경선 이후까지 앙금을 남길 정도로 상황이 심각해지는 모양새다. 

저작권자 © 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