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도쿄올림픽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지난 5일 경기도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열린 공개 훈련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5일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축구대표팀의 공개 훈련 모습. (사진=뉴시스)

지난 22일자 동아일보 스포츠면에 57년 전의 낡은 흑백 사진 한 장이 실렸다. 1964년 10월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축구 국가대표팀의 임원 선수 23명이 대한체육회에서 당시 대한체육회 민관식 회장, 김종렬 사무총장 등과 함께 찍은 사진이다. 이들은 ‘영원한 GK’ 함흥철, 공격수 차경복, 득점왕 조윤옥, 21세의 수비수였던 김정남 등 당대 한국 축구를 대표했던 스타플레이어들이었다. 하지만 ‘우물안 개구리’였던 이들은 1964 도쿄올림픽 본선 조별리그에 나가 처절한 패배를 맛봐야했다. 체코에 1대6, 브라질에 0대4, 이집트가 주축을 이룬 아랍공화국에 0대10의 수모를 당한 것. 당시 최연소 선수로 체코와 아랍공화국 2경기에 나섰던 김정남(78) 전 한국OB축구회 회장은 “처음으로 세계적인 팀들과 맞붙어 시종 수비만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당시 3경기에서 1득점 20실점을 했는데 1득점의 주인공인 이이우 선배는 캐나다에 살고 있고 김삼락(전 올림픽팀 감독) 이우봉(전 국제심판) 선배를 뺀 나머지 분들은 모두 돌아가셨다”며 무심한 세월을 돌이켰다. 

“한국축구 많이 컸다…반세기 사이 확 달라져” 

필자가 굳이 반세기도 더 지난 과거사를 소환한 것은 ‘동네북’이었던 한국축구대표팀이 지난 28일 도쿄올림픽 축구 D조예선 3차전에서 온두라스에 6대0 대승을 거두고 조1위로 8강전에 올라 그 옛날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한국축구팀은 25일에도 루마니아를 4대0으로 물리쳐 거푸 대량 득점에 성공했다. 다만 22일 뉴질랜드와의 1차전에서 슈팅수 12대2의 일방적 경기에도 불구, 0대1로 져 흠집을 남겼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인 저력의 한국축구가 2승 1패의 전적으로 2016년 리우올림픽에 이어 3회 연속 올림픽 8강에 안착한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귀결이었다. 한국축구의 세계랭킹은 39위로 43위 루마니아, 67위 온두라스, 122위 뉴질랜드에 비해 객관적인 전력이 앞서있다. 그래도 뉴질랜드에 ‘한방’먹었다. 남은 경기를 위한 ‘예방백신’을 맞은 것이다.

8강상대 멕시코 만만찮은 전력…2012년 올림픽 우승팀

문제는 오는 31일 열릴 멕시코와의 8강전이다. 멕시코와 23세이하 대표팀 역대 전적은 3승4무로 절대 우세다. 올림픽 본선에서는 1996년 애틀란타(0-0), 2004년 아테네(1-0), 2012년 런던(0-0), 2016년 리우(1-0) 등 4차례 만나 2승2무를 기록중이다. 한 번도 진적이 없다. 하지만 멕시코는 2012년 런던올림픽 우승팀으로 전력이 만만치 않다. 국가대표팀끼리의 대결에서는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손흥민의 득점에도 불구, 1대2로 무릎을 꿇는 등 역대전적은 4승2무8패. 우리나라는 멕시코를 꺾는다 해도 브라질-이집트 승자와 4강전을 치러야 한다. 첩첩산중을 넘어 결승에 오를 경우는 올림픽 개최국 일본과 격돌할 가능성이 크다. 세계랭킹 28위인 일본은 1968년 멕시코 올림픽 동메달리스트로 2012년 런던올림픽 3, 4위전에서 한국에 져 4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홈그라운드의 일본을 9년 전 런던올림픽 수준으로 가볍게 볼 수는 없는 상황이다. 

‘월드 스타’손흥민 공백 클듯…김민재도 뽑았어야

하지만 김학범 축구대표팀 감독은 6월30일 확정 발표한 22명의 대표팀 명단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활약하고있는‘월드 클래스’ 손흥민(29·토트넘)과 ‘괴물 수비수’로 불리는 김민재(25·베이징 궈안)를 넣지 못했다. 손흥민이나 김민재 모두 2018년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우승, 이미 병역면제 혜택을 받았으나 도쿄올림픽 상위입상을 위해서는 이들을 와일드카드로 합류시켜야 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손흥민의 차출은 소속팀 토트넘도 긍정적 입장이었는데 김 감독은 선수 선발 공식발표에서“손흥민은 부상이 우려돼 뽑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도 “김감독이 햄스트링 우려가 있는 손흥민을 선수보호차원에서 제외한 것으로 안다”면서“김감독의 손흥민 제외에는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축구계에서는 “손흥민은 ‘축구황제’ 펠레(81)가 뽑은 역대 세계 베스트 11에 선정될만큼 뛰어난 선수인데 부상 우려를 이유로 선발하지 않은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펠레는 6월2일 게임업체 일렉트로닉 아츠(EA)가 발표한 온라인 게임 ‘FIFA 21’의 ‘펠레 팀’ 왼쪽 미드필더에 손흥민을 지명했다. 손흥민과 함께 이름을 올린 스타플레이어는 음바페, 네이마르(이상 파리 생제르맹) 메시(바르셀로나) 호날두(유벤투스) 살라흐(리버풀) 이미 고인이 된 마라도나(아르헨티나) 등 ‘월드 스타’11명이다.

김민재의 경우는 손흥민과는 사정이 다르다. 김학범 감독이 수비진을 강화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노력했지만 소속팀 베이징 궈안으로부터 허락을 받지 못해 김민재 차출이 무산되고 말았다. 그 결과 축구대표팀은 7월13일 아르헨티나(2대2), 16일 프랑스(1대2)와의 평가전에서 4실점의 공백을 보이기도했다. 대한축구협회가 김민재 차출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베이징 궈안과 접촉했다면 좋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었는데 그러하지 못해 아쉽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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