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오는 30일 예고된 신용대출 규제 시행에 앞서 당장 이번 주부터 관련 규제에 나섰다. (사진=뉴시스)
지난 6월 신규 가계대출에서 변동금리 대출 비중 81.5%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사진=뉴시스)

[뉴시안=유희준 기자]지난 6월 신규 가계대출에서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약 7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하반기 기준금리 인상이 예고된 상황에서 금리 상승 위험에 노출될 차주(借主)가 많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6월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가운데 신규 취급액 기준 고정금리 대출은 18.5%로 전년 동월 대비 11.6%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 1월 기준 고정금리 대출 비중은 50.2%로 과반이었으나, 1년5개월 사이에 31.7%포인트나 급락한 것이다. 

변동금리 대출은 81.5%로 2014년 1월(85.5%)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변동금리 비중은 2019년과 2020년까지만 해도 각각 연 평균 53%, 63.8%에 그쳤지만 1~2년 새 17.7~28.5%포인트 뛴 셈이다.

통상 금리 하락기에는 변동금리가 유리하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저금리 상황이 오래되면서 가계대출 대부분을 변동금리 상품이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행이 올 하반기께 금리 인상을 예고하면서 변동금리 대출은 줄고, 고정금리 대출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대체로 금리 인상기에는 상대적으로 변동금리 대출이 취약한 탓이다.

그러나 이같이 전망과 달리 변동금리 비중이 치솟은 것은 향후 예상되는 변동금리 상승폭보다는 고정금리와 변동금리의 격차가 더 클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한 경기 회복 기대감 하락으로 금리 상승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강해지는 추세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은행의 코픽스(COFIX) 연동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지난달 16일 기준 연 2.49∼4.03% 수준이다. 최저금리 기준 지난해 7월 말(연 2.25∼3.96%)보다 최대 0.24%포인트 상승한 결과다.

그러나 주담대 금리 중 코픽스가 아닌 은행채 5년물 금리를 따르는 '혼합형(고정금리)' 의 경우 금리 상승폭이 이보다 컸다. 혼합형 금리는 지난 7월 기준 2.89∼4.48%로, 전년 동월 대비 상단과 하단이 각각 0.72%포인트, 0.45%포인트 상승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지난달 15일 은행권이 일제히 내놓은 '금리 상승 리스크 완화형' 주택담보대출 상품도 이렇다할 반응은 없는 상태다. 해당 상품은 금리가 올라도 이를 제한하거나 월 상환액이 고정되는 형태로, 금리 상승 위험을 어느 정도 회피하거나, 금리 하락 시에는 원리금 부담 축소를 함께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한편 한국은행이 하반기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한 가운데, 변동금리형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금리 인상이 늦으면 늦을수록 더 많은 대가를 치르기 때문에 연내 금리 인상을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면서도 "시작 시점은 코로나19 재확산 등을 고려해 추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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