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모빌리티 택시
카카오모빌리티 택시. (사진=뉴시스)

카카오의 무분별한 문어발식 사업 확장에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카카오가 영세업종까지 마구잡이로 뛰어들자 생존권을 위협받은 영세업자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최근 3개월간 계열사를 13곳이나 늘린 카카오는 '1577-1577'과 손 잡고 전화콜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 자회사 CMNP는 1577 대리운전을 운영하는 코리아드라이브와 합작법인 '케이드라이브'를 최근 설립했다.  

코리아드라이브는 전화콜 기반 대리기사 시장 점유율 1위 업체로, 과거 개그맨 이수근을 모델로 기용하며 '앞뒤가 똑같은 전화번호'라는 광고 문구로 잘 알려져 있다. 

케이드라이브는 코리아드라이브를 통해 1577 전화콜 운영서비스를 이관받고, 이를 카카오T 플랫폼에서 통합 운영할 방침이다. 이창민 카카오모빌리티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대표를 맡는다. 신설 법인의 지분 비율은 공개되지 않았다.

대리운전 시장은 상당수의 이용자가 애플리케이션(앱)보다 전화로 대리기사를 요청하고 있어 디지털 전환이 더딘 업종으로 꼽힌다. 약 3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대리운전 시장에서 전화콜 비중은 80%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특성상 모빌리티 기업들은 사업 확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타다 역시 "대리운전 시장은 서비스의 디지털 전환에 예상보다 오랜 기간이 필요하며, 사회적 거리두기 장기화로 인한 시장 위축으로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사업 종료를 예고한 바 있다. '타다 대리'를 선보인 지 약 10개월 만이다. 

카카오모빌리티 역시 사정은 같았다. 지난 2016년 5월 대리운전 시장에 진출했으나 점유율은 미미했다. 그러나 대리운전 시장을 포기하기보단 기존의 앱 호출 방식 외에도 전화콜 방식을 추가해야 한다고 판단, 1577과의 합작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카카오모빌리티는 전화 기반 대리운전 배차업차 콜마너와의 제휴에 이어 대리기사들을 대상으로 한 '카카오T 전화콜' 서비스 출시 등을 예고한 바 있다. 카카오는 "코리아드라이브가 콜마너로 프로그램을 전환하는 과정에서 CMNP와 제휴 관계를 구축했고, 보다 효과적인 협력을 위해 신설 법인 설립에 뜻을 모았다"는 설명이다. 

이번 신설 법인 설립에 대해서도 카카오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는 전화콜 업체들과 상생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밝혔지만 대리업체들은 '대기업의 영세업체 죽이기'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현 시점에서 카카오 진입은 다른 업체에 더욱 치명적이라는 입장이다. 

대리운전 중소업체 모임인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는 대기업의 지나친 현금성 마케팅 활동 금지 정책 등을 요청하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연합회는 지난 5월 정부의 동반성장위원회에 대리운전업을 '중소기업 적합 업종'으로 지정해 줄 것을 신청한 바 있다. 지정까지는 통상 1년이 소요된다.  

여론 역시 부정적이다. 카카오가 막대한 영향력을 기반으로 대리운전 시장까지 삼킬 경우 결과적으로는 이용요금이 올라 고객들이 피해를 볼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금까지 카카오가 다른 업종에서 해오던 행태로 볼 때 뻔히 앞날이 예견된다는 것이다.

카카오는 최근 커머스, 콘텐츠 시장은 물론 은행·보험 등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오는 6일 계열사인 카카오뱅크가 유가증권시장(KOSPI)에 상장될 경우 카카오의 시총은 1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이상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 보유사가 아닌 국내 대표 대기업인데도 여전히 각종 골목 상권을 집어삼키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카카오는 소비자 편익을 위해 시장을 혁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 과정에서 중소업체와 자영업자들은 막대한 피해를 입어 왔다.

카카오는 기존 시장에 진입, 막대한 자본력을 기반으로 경쟁 업체를 제치고 수수료를 인상하는 식으로 시장을 장악해 왔다. 특히 '카카오택시'를 활용, 모빌리티 시장 점유율 80%를 확보한 데 이후 최근 택시 기사를 상대로 한 유료 멤버십을 도입했다. 2년 전 택시업계의 강력한 반발로 인해 사업을 중지한 '카풀' 서비스 역시 그대로 카카오T 앱에 포함돼 있어 언제든 재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또 이날 카카오T 퀵이 화물자동차 운송주선사업 허가증을 인수, 기존 운송수단인 도보·이륜차·자전거·킥보드·자동차에 이어 다마스, 라보 등 경상용차를 추가한 것을 두고 물류사업까지 진출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퀵 서비스를 넘어, 공장과 물류창고를 오가는 미들마일(중간물류) 사업 진출에도 이번 사업 면허가 활용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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