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뉴시안=박용채 편집위원] ‘아마존되다’가 될 것인가, ‘카카오되다’가 될 것인가

#6일 발표된 카카오의 실적은 깜짝 놀랄 만 하다. 2분기 매출 1조3522억원, 영업이익 1626억원.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1.9%, 66,3% 오른 수치이다. 이날 상장된 카카오뱅크는 따상에는 실패했지만 오랫동안 한국 금융계를 지배해오던 KB금융이나 신한지주를 제치고 대장주가 됐다.
 
#1일 현재 카카오의 계열사는 128개에 달한다. 5~7월 3개월 사이에만 안테나, 예원북스, 스튜디오 하바나 등 13개의 자회사를 늘렸다. 가장 많은 계열사를 거느린 SK의 156개에 이은 두 번째 규모이다. 삼성의 계열사가 59개인 것에 비하면 놀라운 확장력이다.

 #블룸버그통신의 최근 집계에 따르면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의장은 자산이 134억억달러(약 15조4천억원)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121억달러(약 13조 9천억원)를 제치고 한국 최고 부자로 등극했다. 삼성SDS 출신의 김 의장이 마침내 삼성가 오너를 제친 셈이다. 

 카카오의 부상은 수십년간 한국 경제를 지배해온 재벌의 시대는 가고 자수성가한 IT 창업자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예고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흔히 네이버와 카카오는 경쟁자로 대비되지만 양사의 플랫폼이 검색엔진과 유통엔진을 대변한다는 점에서 차이는 크다. 미국의 구글과 아마존이 서로 다른 영역을 개척하고 있는 것과 비슷한 구도이다.

 카카오의 성장 발판에는 김 의장의 독보적인 승부사 기질이 작용했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카카오는 현재 커머스, 광고, 컨텐츠, 금융, 모빌리티 등 사업의 전부문에 걸쳐 펀더멘털이 개선되고 있다. 카카오의 영향력은 전방위적이고도 압도적이다. 연계사업은 거미줄처럼 뻗어있다. 그럼에도 늘 배고파한다.

 실제 카카오모빌리티는 최근 대리운전 1위업체를 인수하면서 3조원대의 대리운전 시장에 진출했다. 택시호출 시장에 이은 것이다. 소비자의 편의성을 높이면서 일부 대리업체의 횡포가 사라질 것이라는 기대도 있지만 영세한 대리업체 입장에서는 막강한 플랫폼 기술과 자본으로 무장한 카카오의 등장은 공포 그 자체이다. 소비자에게도 반드시 득이 된다고 할 수만도 없다.

 예컨대 택시호출 시장을 장악한 카카오빌리티는 최근 스마트호출 요금제를 정액제(1000원)에서 탄력 요금제(최대 5000원)로 바꿔 적용했다. 카카오는 배차가 잘 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하지만 시장을 장악한 뒤 수익을 내기위한 행동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안다. 꽃 배달, 방문수리, 예약중개서비스, 헤어숍 등 사람이 숨을 쉬고 있는 어느 곳에든 카카오는 진출해 있다, 독과점 지위에 오르면 시장과 소비자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는 예측불허이다.

 아마존은 서점으로 시작해 현재 미국 온라인 소비시장의 절반을 장악하고 있다. 오프라인시장뿐 아니라 빅데이터 시장에서도 선두이다. 식탐은 끝이 없다. 홀푸드를 인수해 식품시장에 진출했고, 필팩을 사들여 의약품 유통시장에도 진입했다. 영화 드라마 콘텐츠는 물론 주유소 여행업 보험업에 진출해 기존의 모든 규칙을 깨부수고 있다. 아마존이 진출한 영역은 초토화된다는 뜻의 ‘아마존되다’(to be amazoned)’나 당신에게 남은 건 망하는 일뿐이다는 ‘당신은 아마존됐다’(you are amazoned)는 말은 일상어가 됐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시장에 신규 진입한다는 것은 기존 업체들과 경쟁을 한다는 뜻이고, 더 나아가 경쟁자를 무너뜨리겠다는 다른 식의 표현일 게다. 하지만 무료를 내세워 영역을 확장한뒤 슬그머니 가격을 올리는 것은 소비자에 대한 기만이나 다름없다. 기만은 거짓말보다 더 나쁘다. 대기업이 골목상권에 뛰어드는 것도 온당치 않다. 대학생이 초등학생 리그에서 우승한들 박수칠 이는 아무도 없다. 실력이 뛰어나도 신뢰받지 못한 기업은 오래가지 못한다.

 시민들이 그동안 카카오에 박수를 보낸 것은 상상을 뛰어넘는 재기발랄함 때문이었다. 김범수 의장이 ‘더기빙플레지’에 참여해 재산의 절반 이상을 기부하기로 서약한 것이 환호를 받았던 것은 회사 재산으로 기부활동을 해온 기존 재벌들과는 다른 문법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모습이라면 카카오 역시 ‘아마존되다’는 도그마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처럼 보인다. 카카오는 ‘카카오되다’는 새 문법을 만들어야 한다. 그 문법의 기저에는 소비자에게 이득은 물론 기존 사업자들과도 윈윈할 수 있는 공감능력과 배려가 깔려있어야 함은 두말할 것도 없다. 

저작권자 © 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