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월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의 글로벌기술센터(GTC)를 점검하던 모습. (사진=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월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의 글로벌기술센터(GTC)를 점검하던 모습. (사진=뉴시스)

[뉴시안= 김진영 기자] 국정농단 사건으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9일 광복절 가석방이 결정돼 재수감된지 7개월만에 13일 풀려나게 됐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9일 가석방심사위 종료 후 법무부 청사에서 직접 브리핑을 하며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국가적 경제상황과 글로벌 경제환경에 대한 고려 차원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가석방 대상에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법무부 주변에서는 이 부회장 가석방 배경을 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국가경제 위기론이 작용했다고 분석한다. 

전례 없는 코로나19 상황에서 가석방을 통한 이 부회장의 역할론을 놓고 여러 추측이 나온다. 재계 1위 삼성그룹의 경제적 위상과 글로벌 영향력을 백신확보에 활용할 것이라는 추측도 없지 않다. 글로벌 제약사와 네트워킹이 가능한 이 부회장을 사면해 백신 확보전에 구원투수로 투입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재계 안팎에서 돌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국가 경제 위기와 반도체·배터리 등 첨단산업의 글로벌 환경 급변 등이 가석방의 가장 큰 명분이 된 만큼 이 부회장이 이 부분에서 주목할 행보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가석방으로 이 부회장이 안심하긴 이르다. 이 부회장은 회계부정·불법합병 의혹 사건과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로 각각 재판을 받고 있어 수감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이 부회장 가석방을 둘러싼 특혜 논란도 향후 커질 조짐이어서 회계부정 등의 재판 때 여론이 반영돼 다시 수감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아울러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 가석방 이후 삼성이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M&A)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취업제한과 2건의 다른 재판으로 인한 제약이 따를 것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공식적인 활동에 대한 이야기일 뿐 실제 역할론과는 별개다. 

일단 이번 가석방이 정부의 작품인 만큼 정부가 기대하는 부분에서 삼성의 역할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백신확보를 위한 대규모 빅딜과 국내 주력사업의 해외 확장 등이 그것이다. 

삼성은 이미 여러 부분에서 미국과 대규모 투자계약을 맺고 사업을 추진중이다. 여기에 삼성의 자금투입과 관련해 이 부회장의 '도장'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삼성의 대규모 해외 투자 사업과 백신확보 사이의 함수관계를 이 부회장이 풀어낼 것이라는 기대가 정치권과 재계에서 커지고 있다. 

재계는 이 부회장이 가장 먼저 반도체와 스마트폰 등 시장 상황을 점검하고, 그에 대한 대책의 일환으로 해외 투자 증대를 확정짓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이 부회장이 수감돼 있는 동안 삼성전자가 따라잡아야 할 파운드리 경쟁사 대만의 TSMC와는 점유율 격차가 더 벌어졌고, 인텔까지 파운드리 사업 재진출을 선언하며 대규모 투자와 M&A로 삼성전자를 압박하고 있는 실정이다.

삼성전자의 주력인 메모리 부문에서도 미국의 마이크론과 SK하이닉스가 각각 176단 낸드와 DDR5 D램의 기술 개발 및 생산에서 삼성전자를 앞지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삼성 안팎에서 삼성전자의 초격차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이에 이 부회장 가석방이 삼성전자의 모멘텀으로 작용하길 재계는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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