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쓰오일 울산공장 내 잔사유 고도화시설(RUC) (사진=에쓰오일)
에쓰오일 울산공장 내 잔사유 고도화시설(RUC) 전경. (사진=에쓰오일)

[뉴시안= 남정완 기자]코로나19 등의 여파로 항공·운송 연료의 수요가 줄어들면서 지난해 누적 5조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부진의 늪에 빠졌던 국내 정유 4사가 올 상반기에만 누적 4조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거두며 모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는 올해 상반기에만 총 3조8995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유社 별 (잠정) 실적 공시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영업이익은 에쓰오일이 1조2002억원, GS칼텍스 1조118억원, SK이노베이션 1조90억원, 현대오일뱅크 6785억원 순으로 집계됐다. 특히 전체 영업이익에서 비정유 부문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올 상반기 평균 정제마진은 배럴당 1.9달러에 불과해 정유사 입장에서는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다. 업계는 정제마진이 뚜렷한 개선을 보이지 않은 상황에서 윤활유·윤활기유와 석유화학 등 비정유 사업 강화에 나선 것이 실적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SK이노베이션이 이날 공시한  올 상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1조9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상반기 기준 비정유 부문(6498억원)과 정유 부문(6492억원)의 영업이익이 각각 절반가량을 차지하며 비슷한 점유율을 보였다. 지난 2분기 윤활유·윤활기유 사업 부문에서 226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전체 영업이익(5065억원)의 44.7%를 차지했다.

GS칼텍스는 올 상반기에 1조11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상반기 기준 비정유 부문(4139억원·40.9%)과 정유 부문(5978억원·59.1%)의 영업이익은 18.2%p 차이를 보이며 정유 부문이 앞섰다. 지난 2분기 윤활유·윤활기유 사업 부문에서 159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전체 영업이익(3792억원)의 42%를 차지했다.

국내 정유사 중 최대 영업이익을 거둔 에쓰오일은 올 상반기에 1조200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상반기 기준 비정유 부문의 영업이익(7057억원·58.8%)이 정유 부문 (4945억원·41.2%)보다 17.6%p 앞섰다. 지난 2분기 윤활유·윤활기유 사업 부문에서 284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전체 영업이익(5710억원)의 절반(49.8%)을 차지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올 상반기에 6785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상반기 기준 비정유 부문의 영업이익(3560억원·52.4%)이 정유사업(3022억원·44.5%)보다 7.9%p 앞섰다. 지난 2분기 윤활유·윤활기유 사업 부문에서 92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전체 영업이익(2657억원)의 34.7%를 차지했다.

정유업계의 구원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윤활유 사업은 전기차 보급에 따른 윤활유 시장의 확대에 기대를 걸고 있다. 업계는 오는 2025년까지 전 세계 전기차용 윤활유 시장이 6배 이상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가장 먼저 전기차용 윤활유 시장에 뛰어들었다. 윤활유 사업 자회사인 SK루브리컨츠는 2013년부터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약 70만대분의 전기차용 윤활유 제품을 공급해오며 최근 2년간 전기차용 윤활유 판매량이 연평균 33% 증가했다고 밝혔다. GS칼텍스는 지난해 6월 전기차 전용 브랜드 킥스 이브이(Kixx EV)를 출시했고 에쓰오일도 전기차용 윤활유 출시를 앞두고 있다.

윤활유 사업뿐만 아니라 비정유사업인 석유화학 사업 부문에도 힘을 쏟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등 2차전지 사업과 친환경 폐플라스틱 재활용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GS칼텍스는 올레핀 생산시설(MFC) 증설에 나서 올 하반기 내 상업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지난 2019년 잔사유고도화 시설(RUC)과 석유화학 시설(ODC) 본격 가동을 시작했다. 현대오일뱅크도 롯데케미칼과 합작해 건설한 중질유 석유화학시설(HPC)을 오는 11월부터 가동한다는 목표다.

국내 정유 4사의 탈정유 사업 전략에 따른 사업 다각화가 향후 실적으로 얼마만큼 이어질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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