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혐의를 받고 있는 충북 청주지역 활동가 중 3명(왼쪽에서 2, 4번째 제외)은 지난 2일 구속됐다. (사진=뉴시스)

[뉴시안= 김진영 기자] 충북 청주 지역 간첩단 사건의 불똥이 어디로 튈지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근 이 사건과 관련해 고발장이 접수돼 사정당국이 조만간 수사에 착수할 전망이다. 

13일 사정기관 소식통에 따르면 공안수사당국은 간첩단이 운용한 자금용처를 추적하는 한편 이들이 추가로 더 많은 자금을 운용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조사 중이다. 

또 수사당국은 이들이 운용한 자금의 일부가 정치권으로 흘러들러간 정황을 포착하고 어떤 용도로 누구에게 자금이 들어갔는지 여부도 추적할 계획이라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간첩단이 운용한 활동자금 수사는 이 사건이 정치권으로 확대될지 여부를 결정짓는 핵심요소다. 

여기에 활동자금을 철저히 수사해 달라는 고발장까지 접수돼 사건 수사의 핵심은 ‘활동자금’이 될 조짐이다. 

사법시험준비생모임(사준모)은 11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에 성명불상의 정치인을 충북동지회와 함께 국가보안법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바 있다.

이 단체는 북한 지령에 따라 간첩활동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충북 청주 지역 활동가(자주통일 충북동지회)들이 정치인에게 후원금을 냈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를 수사해달라는 고발장을 경찰에 냈다. 

이 단체는 고발장 접수와 관련해 ”활동가들이 국가보안법 폐지 및 스텔스기 도입 반대 등 국가안보를 훼손시키는 확실한 방법은 정치인들에게 후원금을 제공해 법을 폐지시키거나 국방예산을 감액시키는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 단체는 "고액 후원금(300만원 이상) 후원자 명단을 입수해 활동가들과 대조했으나 일치하는 이들은 존재하지 않았다"며 "활동가들의 직업 등을 고려할 때 고액 후원금을 내는 것은 힘들어 보이므로, 이들이 낸 소액 후원금이 정치인에게 흘러들어갔는지 여부에 대한 수사가 필요해 보인다"고 고발 이유를 밝혔다.

공안당국에 의해 간첩활동을 해온 것으로 드러난 4명은 북한으로부터 2만 달러를 건네받은 정황이 있다. 

이에 이 단체는 활동가들의 구속영장 청구서 내용을 바탕으로 “이 자금이 정치권 로비에 사용된 것인지 여부를 밝혀야한다”고 촉구함과 동시에 “활동기간과 활동내역을 감안하면 북한으로부터 제공받은 금액만으로는 목적을 이루기에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분명 더 많은 자금이 운용됐을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아울러 이 단체는 성명불상자들을 고발하며 "활동가들이 개인계좌 또는 타인계좌를 통해 활동자금을 지원받거나, 시민단체를 구성해 후원금 등을 모금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충북동지회 활동에 자금과 편의를 제공한 국민이 있다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처벌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이들은 중국·베트남 등지에서 북한 공작원과 접촉, 일종의 보안수칙을 하달 받고 공작금을 수령했다는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북한과 수시로 소통했고, 이 과정에서 약 60명을 포섭대상자 등으로 언급했다는 의심도 받고 있다. 

이 고발 건 수사와 관련해 정치권 일부에서 “대선정국에 사건 수사가 여권을 겨냥하게 되면 그 파장이 상당할 것”이라며 “현재까지는 조사 중이기 때문에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지만 여권 인사들 중 이들과 접촉하거나 상당히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이들이 있다는 말이 무성하다”는 말이 돌고 있다. 

이에 야권은 이 간첩단 사건의 철저한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다분히 ‘여권-간첩단 연결 정황’을 의식한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의힘 소속 국회 정보위원인 김기현·이철규·하태경·조태용 의원은 지난 11일 오전 국회 기자회견을 갖고 "북한이 작년 4월 총선에 직접 개입했다는 증거가 최근 ‘청주 간첩단’ 사건에서 명백히 드러났다"며 "북한은 본인들이 구축한 한국 내 지하조직을 통해서 야당 후보 낙선 운동을 지시했다. 그리고 민주당 선거전략 등 동향을 파악하게 했으며 심지어는 반보수 민주대연합까지 결성하려고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북한의 국내 정치개입은 명백한 남북합의 위반"이라며 "향후 북한의 대선개입을 막기 위해서라도 국회 정보위를 즉각 소집해서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그러나 시급하게 정보위를 소집하자는 국민의힘의 요구에 민주당은 거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보위 즉각 소집을 거부한다면 민주당이 북한의 국내 정치개입을 용인한다고 국민들은 판단할 것"이라며 "국민의힘 정보위원 일동은 민주당이 지금이라도 정보위 소집에 응해 줄 것을 다시 한번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 정보위 간사인 김병기 의원은 입장문을 내고 "안보를 이용한 정치공세"라며 "간사 논의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이미 결산국회를 앞두고 오는 24일 정보위 전체회의를 열기로 되어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사안으로 보고도 제한될 수밖에 없어, 수사를 지켜보고 그때 가서 다뤄도 늦지 않는 만큼 시급히 진행할 사안은 아니다"라고 야권의 맹공을 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김 의원은 "국민의힘이 정보위 소집 여부를 가지고, 민주당의 북한 정치개입 용인 운운하는 것 자체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국가안보에 관한 사항은 정쟁거리가 될 수도 없고 돼서도 안 되는 것으로, 국민의힘은 안보문제에 대해 신중해질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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