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4강전 대한민국과 브라질의 경기, 박정아가 공격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6일 오후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4강전 대한민국과 브라질의 경기, 박정아가 공격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시안=기영노 편집위원]사람은 누구나 승부를 겨루면서 살아간다. 저녁내기 같은 작은 승부도 있지만 때로는 자신의 운명을 걸어야 하는 큰 승부도 있다. 하물며 스포츠 세계에서의 승부는 늘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야 할 만큼 절박한 상황에서 벌어진다. 매주 목요일, 승부의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같은 행위의 반복을 통해 새로운 세계에 들어서는 스포츠인들의 몸부림을 들여다본다.

 

빅게임에는 희생자가 나오기 마련

스포츠 빅 이벤트에는 언제나 영웅과 희생자가 따른다.

지난 2020 도쿄올림픽 희생자는 프로야구 kt 위즈의 강백호 선수였다.

강백호는 도미니카와 동메달 결정전에서 우리나라가 6대10으로 뒤지고 있던 상황에서 더그아웃에서 (의례적으로) 멍하니 껌을 씹고 있는 모습이 중계 화면에 잡혀 KBS에서 해설하고 있던 박찬호 씨에게 “저러면 안 됩니다”라는 지적을 받은 후 결국 공개 사과까지 해야 했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는 여자배구의 박정아 선수가 코너에 몰렸었다.

한국은 예선에서 라이벌 일본 카메룬 등을 꺾으며 8강까지 올랐다.

한국(세계랭킹 10위)은 세계랭킹 14위였었던 네덜란드를 쉽게 이기고 4강에 오를 줄 알았다. 그러나 박정아의 리시브가 크게 흔들리면서 네덜란드에 1대3으로 패해 탈락하고 말았다.

박정아는 소속팀에서는 공격형 레프트인데 국가대표로 와서는 김연경이 있어서 수비형 레프트를 보느라 서브리시브를 적극적으로 해야 했었기 때문에 실수를 거듭한 것이다. 쏟아지는 비난에 결국 인스타 계정을 비공개로 해야 했었다.

축구의 임국찬도 빅게임 희생자였다.

1970년 멕시코 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 한국과 호주의 경기에서 ‘비운의 스타’ 임국찬은1-1이던 후반 20분 페널티킥을 실축했다.

당시 한국축구는 그 경기에서 이겨야 호주와 2승 1무 1패로 동률을 이뤄 최종전을 치를 수 있었지만, 한국은 임국찬의 실축으로 1954년 스위스 월드컵 이후 16년 만의 월드컵 본선 진출을 뒤로 미뤄야 했다.

임국찬은 자신에게 쏟아지던 엄청난 비난들을 이겨내지 못하고 끝내 미국에 이민을 떠났다.

한국은 그로부터 16년 후인 1986년 멕시코 월드컵 본선에 진출할 수 있었다.

1964년 도쿄올림픽 남자농구 예선 문현장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1964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한국은 요코하마에서 열린 남자농구 올림픽 예선에서 멕시코와 경기를 하고 있었다.

9개국이 출전해 4위까지만 올림픽 본선 티켓이 주어졌고, 한국은 2승 2패 상황에서 멕시코를 잡으면 본선에 오를 수 있었다.

한국 남자농구 팀은 전설적인 선수들인 김영기, 신동파, 故 김영일, 문현장, 방열 등이 주축멤버였었다.

경기 종료 40초를 남기고 77-74로 앞선 한국은 멕시코의 파울 작전으로 자유투를 얻었다.

그러나 평소 자유투 성공률 90% 이상을 자랑하던 문현장은 자유투 두 개를 모두 실패했다.

한국이 77-76, 1점 차로 앞서는 상황에서 문현장이 드리블을 하는 순간 또다시 멕시코 선수의 파울이 나왔다. 이제 남은 시간은 5초. 문현장은 이번에도 자유투 두 개 모두 실패하고 말았다.

문현장이 자유투에 실패하자 리바운드 볼을 잡은 멕시코 선수는 종료 버저와 동시에 슛을 했다. 공은 림을 세 바퀴나 빙글빙글 돌다가 백보드를 맞더니 그대로 골인되고 말았다. 지금으로 말하자며 버저비터를 얻어맞은 것이다.

한국 남자농구는 결국 도쿄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하고 말았다.

한국이 멕시코에 단 한 점 차이로 패해 탈락이 확정되자 동료선수들은 땅을 쳤고, 라디오 중계를 청취하던 국민들은 분통을 터트렸다.

그날 밤 종로에 있던 문현장 선수의 집에는 돌이 날아들었고, 문현장 선수의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았는지 전화벨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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