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사진=뉴시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사진=뉴시스)

[뉴시안= 조현선 기자]삼성이 오는 2023년까지 3년간 반도체와 바이오 등 전략 사업에 240조원을 신규 투입하고, 4만명을 직접 고용키로 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13일 가석방으로 출소한 지 11일 만에 나온 대규모 투자 계획이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그룹 주요 관계사는 24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투자·고용 및 상생 산업 생태계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첨단 혁신사업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투자를 통해 글로벌 산업구조 개편을 선도해 '새로운 미래를 여는 기업'으로서 역할을 다 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삼성은 향후 3년간 총 240조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하고, 이 가운데 180조원을 국내에 투입키로 했다. 지난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총 180조원의 신규투자를 완료했던 것을 감안할 때 약 33% 늘어나는 셈이다. 삼성은 이를 통해 전략사업의 주도권을 확보하고, 과감한 기업 인수·합병(M&A)으로 기술습득과 함께 시장에서의 리더십 강화에 나설 방침이다. 

반도체-바이오 글로벌 리더십 강화…대규모 인수합병 가능성 열어둬 

먼저 반도체 부문은 오는 2030년까지 171조원을 투입해 △선단공정 조기 개발 △선제적 투자를 통해 글로벌 리더십을 강화한다.

메모리 분야는 기술 및 원가 경쟁력의 격차를 확대하고, 14나노 이하의 D램 및 200단 이상 낸드플래시 혁신적인 차세대 제품 솔루션 개발에 투자한다.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는 선당공정의 적기 개발, 과감한 투자 등으로 GAA 등 신기술을 적용한 신구조 개발을 통해 3나노 이하 제품의 조기 양산 등 제품 경쟁력을 확보할 방침이다.

아울러 시스템반도체 사업의 경우 기존 모바일 중심에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신규 응용부문 등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관련 생태계 조성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메모리 분야의 경우 단기적인 시장 변화보다는 중장기 수요 대응에 초점을 맞추고, 시스템반도체의 경우 기존 투자 계획에 대한 적극적인 조기 집행에 나서기로 했다. 

바이오 부문에 대한 투자도 강화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4공장 완공 후 생산능력이 62만ℓ로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분야의 압도적인 세계 1위로 올라설 전망이다. 바이오 사업에 뛰어든 지 약 9년 만에 이룬 성과다. 바이오시밀러를 담당하고 있는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현재 10번째 제품이 임상에 돌입, 5개 제품이 글로벌 시장에 출시된 상태다.

두 회사의 공격적인 투자 기조를 지속, CDMO 분야에서 5공장과 6공장 건설을 통해 글로벌 바이오 의약품 생산 허브로서의 역할을 확보한다. 또 바이오의약품 외에 백신 및 세포·유전자치료제 등 차세대 치료제 CDMO에도 신규 진출할 예정이다.

바이오시밀러에 대해서도 파이프라인을 지속 확대하고 고도화에 집중 투자하기로 했다. △전문인력 양성 △원부자재 국산화 △중소 바이오텍 기술지원 등을 통해 국내 바이오산업 생태계와 클러스터도 활성화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차세대 통신기술이나 AI 등 첨단기술에 대한 투자도 강화하기로 했다. 5G 상용화에 이어 차세대 통신의 리더십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통신망 고도화·지능화를 위한 소프트웨어 투자와 차세대 네트워크사업 리더로 성장하기 위한 신사업 영역 및 제품 포트폴리오 확장을 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AI, 로봇 등 미래 신기술과 신사업 R&D 역량을 강화해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주도권을 선도한다는 방침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가석방으로 경영일선에 복귀한 만큼 대규모 투자 결정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관ㅊ윽이 나온다.

미래 유망사업 중 하나인 로봇 분야에서는 핵심 기술 확보와 폼팩터 다양화를 통해 '로봇의 일상화'를 추진하고 첨단산업 분야의 설계와 개발을 위한 슈퍼컴퓨터 활용도 확대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디스플레이·배터리 분야에서는 차세대 OLED·QD(퀀텀닷) 디스플레이 사업화, 고에너지 밀도 배터리 및 전고체 전지 등을 통해 기존 제품의 한계를 뛰어넘는 차세대 기술로 시장 주도권을 강화하기로 했다.

국정농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월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뉴시스)

3년간 4만명 채용키로…첨단산업 위주 고용

삼성은 국가적 최우선 과제로 부상한 고용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도 나선다. 직접 고용을 늘리는 것은 물론, 교육 기회 제공 및 창업 지원으로 청년들의 혁신 역량을 기업과 사회에 더 크게 기여하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향후 3년간 4만명을 직접 채용한다. 통상적인 채용 계획상 3년간 고용 규모는 약 3만명이었으나, 첨단산업 위주로 고용을 확대한다. 대규모 투자에 따른 고용 유발 56만명 등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발생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회안전망 구축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와 주요 관계사의 공채 제도도 지속 유지한다. 삼성의 소프트웨어(SW) 교육 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해 양질의 SW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청년SW아카데미(SSAFY)'를 전국 단위로 확대하고 사업 규모도 확대한다. 

아울러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 강화를 위한 C랩 사업도 확대할 예정이다. 사내벤처 육성을 위한 C랩 인사이드는 삼성전자 내 기존 세트(CE, IM) 부문 외에 DS 부문에도 적용하고, 외부 스타트업 성장 지원을 위한 C 랩 아웃사이드는 초기 스타트업 외에 예비 창업자들에게도 기회를 주기로 했다.

또한 전국적인 창업 분위기 조성을 위한 '스타트업 데이'를 운영하고, 비영리 부문에서도 '청년 활동가 지원 프로그램'을  개설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청년 지원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중소기업과 상생협력 확대…기초과학-원천기술 R&D 지원 등 산학협력 강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대중소기업간 격차 확대 및 양극화 해소를 위한 상생 방안도 마련한다.

먼저 산학협력과 기초과학·원천기술 R&D 지원을 위해 최근 3년간 3000억원을 지원한 데 이어 향후 3년간은 3500억원으로 지원 규모를 확대한다. 앞서 삼성은 지난 2013년부터 10년간 기초과학, 소재, ICT 등 3대 분야에 1조5000억원을 조성해 지원하는 미래기술육성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또 반도체·디스플레이분야 산학과제와 박사급 인력 양성을 지원하고 반도체 및 차세대 통신분야를 선도할 수 있는 '인재 인프라' 구축을 위해 주요 대학과 반도체·통신분야에 계약학과와 연합 전공을 신설하기로 했다.

아울러 국내 중소기업의 제조 역량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효과가 입증된 '스마트공장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그동안의 기초 단계 지원에서 한단계 더 나아가 중소기업 제조 역량을 고도화, 내실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를 통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격차는 물론 지역간의 격차 완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중소 협력사의 경영 안정화를 위한 상생펀드와 물대펀드를 지속 운영하는 한편 우수 협력사 대상 인센티브와 소재·부품·장비분야 협력사 지원을 위한 민관 R&D 펀드를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협력사 안정화를 지원하기 위한 상생펀드와 물대펀드는 규모를 유지하고, 우수협력사에 대한 안전·생산성 격려금은 3년간 2400억원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소재·부품 국산화와 차세대 선행 기술 지원을 위한 민관 R&D펀드는 규모를 현행 200억원에서 300억원(중기부 150억원·삼성전자 150억원)으로 확대 추진한다.

삼성의 사회공헌(CSR) 활동이 사회에 더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CSR의 방향성을 재정립하고 구체적 방안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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