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구글 코리아 본사 (사진=뉴시스)<br>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구글 코리아 본사 (사진=뉴시스)

[뉴시안= 조현선 기자]이른바 '구글갑질방지법(인앱결제방지법)'으로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문턱을 넘었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중복 규제 등을 지적한 금지행위 관련 조항 2개는 빠졌으나, 구글의 인앱결제 정책 변경을 목전에 두고 방통위가 규제 권한을 양보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5일 전체회의를 열고 인앱결제방지법인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지난달 2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법안이 의결된 지 한 달여 만이다.

개정안은 이날 새벽 과방위 안전조정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단독 의결로 통과됐다. 국내 앱 콘텐츠 산업 발전 및 지속가능한 생태계 구축을 위해 인앱 결제 강지 방지를 위한 법안 처리를 더이상 늦출 수 없다고 판단했다는 게 민주당측 설명이다.

법사위는 당초 개정안에서 앱마켓 사업자의 금지행위 관련 조항 2가지를 뺐다. '앱마켓 사업자가 모바일콘텐츠 등 제공사업자로 하여금 다른 앱 마켓에 모바일 콘텐츠 등을 등록하지 못하도록 부당하게 강요·유도하는 행위', '그 밖에 앱 마켓사업자가 모바일콘텐츠 등 제공사업자에게 차별적인 조건·제한을 부당하게 부과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이다. 

공정위는 해당 조항이 공정거래법에 명시된 반경쟁 행위라며 추가 숙려를 요청했다. 이에 국회는 법안 처리가 지연될 것을 고려해 이를 조정했다. 방통위는 추가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지만 약 한달 여 기한을 남긴 정책 시행 전까지 관련법 제정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해 부처간 합의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국회는 지난해 9월 구글이 인앱결제 정책 변경을 예고한 직후부터 개정안을 논의해 왔다. 구글은 그동안 모바일 게임을 대상으로 적용해 왔던 구글플레이마켓 내 인앱결제 의무화, 수수료 30% 부과 항목 등을 오는 10월부터 모든 콘텐츠에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앱결제란 자사의 구글플레이 결제 시스템만을 사용토록 하는 것이다. 안전한 결제 방식으로 사용자를 보호하는 조치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구글플레이 결제 시스템 사용 시 금액의 30%를 플랫폼 운영비 명목으로 부과한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구글의 새 정책에 따르면 앱에서 웹툰, 웹소설 등의 콘텐츠를 판매하는 중소 콘텐츠 사업자들이 수수료를 30%를 내게 돼 부담이 커지게 된다. 이는 결국 콘텐츠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결과적으로는 소비자에게 피해가 돌아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고 거센 반발을 야기했다. 구글은 일부 대상에 대해 수수료 15% 인하, 적용 시점 연기 등 한 발 물러서는 듯 했으나 업계에서는 실효성 없는 대안이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개정안은 구글, 애플 등 앱마켓 사업자가 거래상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해 모바일 콘텐츠 제공 사업자에게 특정한 결제 방식 사용을 강제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이 골자다. 앱 심사를 부당하게 지연시키고, 앱을 삭제하는 행위도 금지했다.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구글은 물론, 애플도 자사 결제 수단을 강요할 수 없게 된다. 실제로 애플은 이 같은 인앱결제 방식을 약 10여년째 이어오고 있다. 

국내 앱 개발사들은 자체 결제 시스템 등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며, 수수료 부담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모바일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모바일 앱 매출액 상위 기업 246곳이 구글에 내는 수수료는 1조529억원으로 집계됐다. 4분기부터 구글의 인앱결제 의무화 및 수수료 인상이 시작될 경우 이들 기업의 수수료 부담은 지난해 대비 최대 3442억원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 국내 대부분의 대기업 앱 사업자들은 수수료 인상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것이라고 응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정안이 본회의에서 통과된다면 구글은 물론, 애플도 자사 결제 수단을 강요할 수 없게 된다. 애플 앱스토어는 당초 앱 제작사의 자체 결제 시스템을 사용할 수 없었다. 

애플은 이날 본사 명의 입장문을 내고 "이번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앱스토어가 아닌 다른 경로로 상품을 구매한 이용자들을 사기 위험에 노출시키고 개인정보보호 기능을 약화시킬 것"이라며 "개정안이 이대로 국회를 통과한다면 앱스토어 구매에 대한 이용자들의 신뢰가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고객의 구매 관리를 어렵게 만들 뿐만 아니라 앱스토어에 장착된 고객보호 장치들의 효과를 떨어뜨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한국이 구글, 애플 등 앱 마켓 사업자의 인앱결제를 규제하는 최초의 국가가 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 인앱 결제 문제는 전세계 곳곳에서 논란이 되고 있으나, 주요국 중에서 이를 규제하는 장치를 법제화한 곳은 아직 없다. 실제로 미국 연방의회 상원과 하원에서도 유사한 내용의 '오픈 앱 마켓법'이 각각 발의된 상태다. 영국, 독일에서도 인앱결제 강제를 반독점행위로 보고 조사를 진행 중이다. 

법사위를 통과한 개정안은 이르면 내달께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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