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동원 기자 = 30일 오전 청담동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미디어데이에서 GS칼텍스 조혜정감독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dwlee@newsis.com
조혜정 전 배구 국가대표 선수. (사진=뉴시스)

[뉴시안=기영노 편집위원]사람은 누구나 승부를 겨루면서 살아간다. 저녁내기 같은 작은 승부도 있지만 때로는 자신의 운명을 걸어야 하는 큰 승부도 있다. 하물며 스포츠 세계에서의 승부는 늘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야 할 만큼 절박한 상황에서 벌어진다. 매주 목요일, 승부의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같은 행위의 반복을 통해 새로운 세계에 들어서는 스포츠인들의 몸부림을 들여다본다.

'나는 작은 새'의 실제 키는 1m 63cm

2020 도쿄올림픽이 한창 절정에 이르던 8월 7일 밤, 기자는 KBS 제 1라디오 스포츠 프로에서 올림픽 해설을 하고 있었다. 다음날 여자배구가 세르비아와 동메달 결정전을 앞두고 있어서 ‘나는 작은 새’라는 환상적인 별명을 가진 조혜정 전 국가대표 배구 선수와 인터뷰를 했었다.

기자; 내일 (한국 대 세르비아) 경기 어떻게 예상하세요?

조혜정 씨;; 세르비아는 어제 경기를 했었던 브라질과는 달리 보스코비치 선수 하나만 잘 막으면 돼요. 우리도 김연경이라는 세계적인 선수가 있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요.

기자; 그런데 조혜정 씨는 그 작은 키로 어떻게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땄어요? 키가 알려진 것(1m 64cm)보다 더 큰 거 아니에요?

조혜정 씨: 솔직히 저 알려진 것보다 1cm 더 작아요.

기자 ; !?!

45년 전인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 한국 여자배구팀의 공격수들은 조혜정, 이순복, 변경자 등이 있었지만 주 공격수는 조혜정이었고, 2020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대표팀의 공격수들도 김연경, 박정아, 김희진 등이었지만 주 공격수는 김연경이었다.

이미 알려진 것처럼 한국은 세르비아의 왼손잡이 거포 티야나 보스코 비치(1m 93cm)를 막지 못해 도쿄올림픽 여자배구에서 4위에 머무르고 말았다.

한국 여자배구가 도쿄올림픽에서 비록 메달을 따지 못하고 4위에 그쳤지만, 원래 목표가 8강이었었고, 예선에서 라이벌 일본, 케냐, 도미니카 그리고 8강전에서 우리보다 랭킹이 높은 터키까지 이기는 과정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귀국할 때 국민에게 엄청난 환영을 받았다.

도쿄올림픽 직후 ‘백 년에 한번 나오기 어렵다는“ 김연경 선수가 국가대표에서 은퇴해서 이제 한국 여자배구는 ’암흑기‘에 접어들게 되었다.

세계적인 거포 김연경 선수가 있을 때도 2012 런던올림픽 4위,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8강 그리고 2020 도쿄올림픽 4위 등 메달을 따지 못했었는데, 이제는 올림픽 본선 진출도 어려워진 것이다.

그런데 1m 92cm의 엄청난 높이와 파워의 거포 김연경이 못 이룬 메달을 꿈을, 45년 전인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1m 63cm의 땅꼬마 조혜정 선수가 어떻게 이뤄냈었을까?

준결승전 미리 포기하고, 속공이 살아나 동메달 획득

한국 여자배구는 1972년 뮌헨올림픽에서 메달을 딸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당시 한국 팀의 주 공격수 조혜정 선수가 허리 통증을 느끼는 등 컨디션 난조를 보이면서 북한과 동메달 결정전에서 0대3으로 완패를 당해 4위에 그쳤었다.

그로부터 4년 후.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에서 한국 여자배구는 구소련, 쿠바, 동독 등 당시 여자배구에서 맹위를 떨쳤었던 공산권 국가들과 B조에 속했다.

구소련은 1968년 멕시코 올림픽, 1972년 뮌헨올림픽 금메달을 딴 명실공이 세계최강이었었다.

한국은 구소련에는 1대3으로 패했지만, 동독과 쿠바 두 팀에게 풀세트 접전 끝에 3대2로 이겨 2승 1패 조 2위로 준결승전에 올랐다.

한국은 일본과의 준결승전에서 첫 세트를 접전 끝에 13대15로 내 준 후, 일본에 이기기 어렵다고 보고, 2세트부터 주 공격수 조혜정과 이순복 등을 빼고 동메달 결정전에 대비했다. (일본은 결승전에서 구소련을 3대0으로 완파하고 1964년 도쿄올림픽 이후 두 번째 금메달 획득)

한국은 헝가리와 동메달 결정전에서 조혜정 이순복뿐 만 아니라 막내 공격수 변경자(당시 20살)와 그동안 부진했었던 주전 세터 유경화까지 컨디션이 좋아졌다, 세터 유경화의 컨디션이 좋아졌다는 것은 단신 팀이 장신 팀을 꺾을 수 있는 비장의 무기 현란한 속공이 살아났다는 의미다.

한국은 헝가리에 첫 세트를 12대15로 내 줬지만 이후 내리 세 세트를 빼앗아 3 대 1로 이겨 구기 종목 올림픽 출전 사상 첫 메달을 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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