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뉴시스)

[뉴시안=유희준 기자]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상향해 0.75%로 조정했다. 지난 3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아시아 주요 국가 가운데에서는 가장 먼저 인상에 나선 것이다. 

한은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인상하기는 2018년 11월 이후 2년 9개월 만에 처음이다.  

한은 금통위는 26일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의 0.5%에서 0.75%로 0.25%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앞서 지난해 3월 한은은 코로나19 팬데믹이 가시화되면서 국내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사상 최저 수준인 연 0.75%로 낮추는 '빅컷'을 단행한 데 이어 같은해 5월 0.5%로 추가 인하했다. 이후 지난달까지 14개월간 9차례 연속 동결해 왔다. 

한은은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있고, 저금리 장기화로 인한  부채가 주식, 부동산 등 자산시장으로 유입돼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추겨 실물 경기와 금융자산 가격간 괴리가 커지는 등 '금융불균형'을 가져왔다는 우려에 따라 이같이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에 따르면 올 2분기 말 가계빚(가계신용)은 전분기 대비 41조2000억 늘어난 1805조9000억원이다. 2003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다. 가계 빚 역시 전년 동기 대비 168조6000억원 늘어나 사상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올해 소비자물가도 한은 물가안정목표(2.0%)를 상회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서 올해 소비자 물가는 4월(2.3%), 5월(2.6%), 6월(2.4%), 7월(2.6%) 등 네 달 연속 2%를 웃돌았다. 4개월 연속 2%대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진 만큼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2000명대를 기록하며 4차 확산세가 잡히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도 수출 호조세는 지속되고 있고, 학습 효과와 백신접종 확대 기대감 등으로 소비가 전만큼 줄지 않아 실물경제에 끼치는 악영향은 미미한 수준이라고 봤다.

실제로 코로나19 4차 확산 초기인 7월 소비 지표는 큰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획재정부가 최근 발표한 '경제동향'에 따르면 7월 카드 국내승인액은 1년 전보다 7.9% 늘어 지난 2월 이후 6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백화점 매출도 6.5% 증가해 6개월 연속 늘었다. 전달 감소했던 할인점 매출은 7월 9.5% 늘어 한 달 만에 증가 전환했다. 온라인 매출도 45.9% 늘었다.

소비자의 경제상황에 대한 심리를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8월 소비심리지수는 전월대비 0.7포인트 하락하기는 했지만 102.5로 100을 넘어서면서 낙관적인 상황을 나타냈다. 4차 대유행이 지속되고 있음에도 소비자심리지수 하락폭이 전월대비 크게 축소된 것은 코로나19 학습 효과와 백신접종에 따른 거리두기 완화 기대감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7월 수출액은 554억40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29.6% 증가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 1월부터 7월까지 누적 수출액도 3587억 달러로 사상 최대 였다. 7월 취업자 수도 2764만8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54만2000명(2.0%) 늘어나는 등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앞서 한은은 지난 5월 연내 기준금리 인상 의사를 밝힌 후 줄곧 이같은 의지를 표명해 왔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간담회를 통해 "다음 금통위부터는 통화정책 완화 정도의 조정이 적절한지 아닌지를 논의하고 검토할 시점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지난 3일 공개된 금통위 의사록에서도 다수의 금통위원이 가까운 시일 내에 현재의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입장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은이 이같은 인상 기조를 이어갈지에 대해서는 미지수다. 올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통위는 10월 12일, 11월 25일 등 두 차례 더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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