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NH농협은행 본점에 가계 대출 한시적 신규 취급 중단 안내문이 붙어있다.(사진=뉴시스)

[뉴시안= 김진영 기자] 은행들의 대출중단 조치가 확산되자 이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여권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은 일단 대출전면중단이라는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대국민설득에 나섰지만 이를 그대로 믿는 이들은 많지 않다. 

무엇보다 실수요자들은 “집값 폭등으로 세금 폭탄만 날아오고 실거래는 종적을 감추는 분위기”라며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주담대)에 이어, 전세자금 대출까지 틀어막아 집을 사고파는 것도 못하고 이사를 가지도 못하게 됐다”고 성토하고 있다. 

특히 정부는 지난 4년간 총 26번의 부동산 관련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집값은 오히려 폭등했고 이와 더불어 전·월세난이 심화되는 등 부작용만 더 커지고 있다. 

가계부채가 급증한 근본적인 원인이 부동산 정책 실패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문재인 정부 지지층에서도 나오는 상황이다. 

부동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27일 “집값 상승의 원인을 ‘투기세력’으로 규정하고 대출 규제만 강화해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며 “부동산 정책을 규제에만 초점을 맞춰 추진하다보니 부동산 소유와 거래의 본질이 심각하게 왜곡돼 있다”고 말했다.  

복수의 금융권 소식통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이 오는 11월 말까지 신규 주담대 취급을 전면 중단한데 이어 우리은행은 9월 말까지 전세자금대출을, SC제일은행은 일부 주담대 취급을 중단키로 했다. 

또 농협중앙회도 27일부터 지역농·축협에서 준조합원·비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카카오뱅크는 개인 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 1배로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제2금융권의 대출 길도 좁아졌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저축은행·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에도 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 이내로 제한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금융권 일각에서는 “대출중단은 단행하는 은행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관측한다. 

은행권의 갑작스런 대출 중단이 확대되면 주택 매매와 전세 계약 등에서 실수요자들이 큰 애로를 겪게 된다. 

금융당국은 이번 대출중단 사태는 금융사들이 올해 증가분 목표를 준수하기 위한 금융사들의 자체적인 조치로, 아직 한도에 여유가 있는 타 금융사들까지 대출중단을 할 가능성은 낮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금융권의 한 인사는 “금융권에서 대출규제가 강화되기 전 미리 대출을 받아두려는 가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며 “타 은행들의 대출 중단 조치가 다음 수순이 될 것”이고 전망한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지난 17일부터 20일까지 마이너스통장 신규건수는 7557건으로, 한 주 전 같은 기간(10~13일) 5671건 보다 33.25%(1886건) 늘어났다. 특히 20일 하루에만 2318건이 신규 개설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네티즌들 사이에선 “농협 등에서 대출이 막힌 대출자들이 타 은행으로 옮겨가고 있고 선수요가 몰리면서 대출 증가분 한도가 소진되면 타 은행들도 대출중단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라고 예상하고 있다. 현재 정부가 대출을 줄이라고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출을 적극적으로 열어둘 금융사들은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또 지난해 고신용자 신용대출 증가율과 관련해 금융연구원은 21.2%라고 밝히면서 2017~2019년 연평균 증가율(11.2%)의 두 배 가까이 된다고 밝혔다. 이 중 상당부분이 주택, 주식 등 자산시장으로 유입된 것으로 금융연구원은 추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급증한 가계부채를 철저하게 관리할 필요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천편일률적으로 총량을 줄이는 방식은 문제라고 지적한다. 

가계부채 관리 목표치를 맞추기 위해 주담대 뿐 아니라 전세대출, 신용대출까지 막을 경우 정작 자금이 꼭 필요한 실수요자들만 폭탄을 맞게 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가계대출을 전방위적으로 막고 있는 이유는 급증한 가계부채가 부실화 돼 추후 금융시스템의 뇌관으로 작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여기에 한국은행이 26일 기준금리를 연 0.5%에서 0.75%로 0.25%포인트 인상하면서 기존 대출자들의 이자부담이 더 높아졌다. 결국 자산이 상대적으로 적어 ‘영끌'·'빚투'에 나섰던 젊은층들이 타격을 더 받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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