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가 지난 29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부동산 공약 발표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뉴시안= 김진영 기자]국민의힘 대권 주자인 윤석열 경선후보가 내부협공에 시달리면서 야권 1위 후보의 위상에도 조금씩 금이 가고 있다. 무엇보다 그동안 유지돼 온 윤 후보의 신뢰성에 의문을 갖는 기류가 확산되고 있어 윤석열 캠프 주변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윤 후보는 주택 공급 확대와 대출·세금 완화를 골자로 한 부동산 공약을 첫 번째 정책 공약으로 발표했으나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경쟁후보들로부터 집중공격을 받고 있다. 

앞서 경선룰에 대해서도 ‘역선택 방지조항’을 주장해 유승민 홍준표 등 주자들이 비판의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경쟁후보들은 ‘준비되지 않은 후보’ ‘위험한 정치초보’ ‘인기는 있어도 정책은 없는 후보’라는 수식어를 윤 후보에 붙이기 바쁜 모습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갈등이 불거지면서부터 야권 안팎에서 “윤석열 과연 믿을만한 후보인가”라는 의문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내놓은 1호 공약이 도마에 올랐다.  

윤 후보는 지난 29일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택 정책의 최우선 목표를 ‘모든 국민의 주거 수준 향상 실현’에 두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에서 △역세권 용적률 인센티브·수도권 3기 신도시 등 5년간 전국에 250만호 이상, 수도권 130만호 이상 신규주택을 건설 △보유세·양도소득세 부담 완화 △신혼부부·청년층 LTV 80%로 인상 △무주택 청년 가구를 위한 원가 주택, ‘역세권 첫 집 주택’ 공급 등 다양한 부동산 정책을 내놨다. 

윤 후보는 부동산문제와 관련, 공급 확대를 약속하면서 “문재인정부의 과도한 규제를 풀고, 세제 완화를 통해 주택시장 정상화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또 2030세대가 주요 공급 대상이지만 소득과 재산이 적고 장기 무주택에 자녀가 있으면 가점을 부여하고, 재산이 일정 수준 이하이면서 다자녀 주택인 4050세대도 포함하겠다는 게 윤 후보 측의 설명이다.

또 윤 후보는 5년간 20만호의 ‘역세권 첫 집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종부세 과세 체계의 전면 재검토 등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수정·보완에 대해 윤 후보는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과도한 규제를 완화하고 양도소득세 세율을 인하하겠다”며 “공시가격 현실화 속도를 늦춰 보유세 급등을 차단하고 1세대 1주택자 재산세 부담을 경감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야권 내 경쟁주자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비판을 쏟아냈다. 

유승민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5년 이내에 30만 호의 청년 원가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한 윤 후보의 공약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경기지사의 기본소득, 기본주택 같은 허황된 포퓰리즘"이라고 정면 비판했다.

그는 "원가 주택은 엄청난 국가 재정이 필요한 비현실적 공약으로, 이보다는 민간주도 개발 및 공급이 집값 및 전월세 안정에 더 빨리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준표 후보도 페이스북에서 "좌파보다 더한 원가주택 운운은 기가 막히는 헛된 공약(空約)"이라며 "이 지사보다 더 허황된 공약을 1호 공약이라고 내세우는 것을 보니 다음 공약도 보나 마나 뻔하다"고 말했다.

홍 후보는 "비아냥대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평생 하신 검찰 사무 공약부터 먼저 하시는 게 어떠신지요"라고 적었다.

이와 함께 '역선택 방지조항'을 둘러싼 국민의힘 대권주자들 간의 날선 공방이 연일 오가고 있다. 

'역선택 방지조항'은 다가오는 국민의힘 경선을 둘러싼 변수가 될지 주목된다. 

윤 후보와 최재형 후보는 고의적인 여론조사 왜곡으로 '약체 후보'가 선출되는 것을 방지하려면 경선룰에 역선택 방지조항을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홍 후보와 유 후보는 '중도확장성'을 이유로 역선택 방지조항 도입을 분명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본선 경쟁력을 갖춘 최종 후보를 뽑으려면 경선 단계에서 보수층과 진보층을 구분해서는 안 된다는 게 반대의 이유다.

유 후보는 지난 29일 페이스북에서 그는 특히 윤 후보 측이 역선택 방지를 가장 강하게 주장한다고 지목하면서 "여론조사에서 확장성이 낮게 나오니까 이러는 것 아닌가"라고 의구심을 표시했다.

유 후보는 "중도층·수도권·청년층의 마음을 얻지 못하는 후보로는 대선에서 필패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홍 후보는 앞서 지난 27일 호남지역 범보수권 대선후보 적합도에서 18.5% 지지율로 1위를 기록한 여론조사를 공유하면서 "이래도 이것을 역선택이라고 하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윤 후보 측은 역선택 방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 결과 홍 후보이나 유 후보 등 일부 주자에 대한 여권 지지층의 선호가 눈에 띄게 높게 나타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윤 후보는 역선택 방지를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경선 룰은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결정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개인적으로 선관위 결정에 따를 생각"이라고만 밝혔다.

당 선관위는 다음 달 5일까지 대권주자 의견수렴과 전문가 자문을 종합해 역선택 방지조항 도입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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