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공덕역 주변 아파트 전경(사진=뉴시안 DB)

[뉴시안=박용채 편집위원] 온통 부동산이다. 정부는 연일 부동산 대책을 내놓고 있고, 대선 예비후보들의 1번 공약도 부동산이다. 따지고 보면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으로 시작해 부동산으로 끝나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고나면 오르는 아파트값에 모두들 혼이 나갈 정도이다. 1980년대 후반 앞다퉈 사고보는 일본의 거품 절정기때의 모습 그대로이다.

 신문에는 부동산면이 늘어가고 있고, 서점가에는 부동산 책이 흘러넘친다. 정부의 부동산정책을 예측하고 어느 곳을 사면 훗날 값이 오를 지를 얘기한다. 재건축, 재개발 예정지는 물론 GTX 노선도를 그려놓고 값이 오를 곳을 찍어놓은 책도 있다. 이쯤되면 ‘족집게’ 수준이다. 

 창비에서 최근 나온 『부동산은 어떻게 여성의 일이 되었나』는 그런 점에서 예외적이다. 책은 일반적인 부동산 투자 서적과는 궤를 달리한다. 저자는 여성학 박사인 최시현 연세대 국학연구원 학술연구교수이다. 최 교수는 젠더와 계급을 중심으로 한국 도시 중산층 가족을 연구해왔으며 최근에는 도시 주거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 페미니스트 가족연구자이다.

 이 책은 지난 4년간의 노력의 산물이다. 저자는 1950~80년대에 출생한 중산층 여성 25명의 주거생애사를 추적해 한국사회에서 집을 욕망한 이들의 면면을 내밀히 들여다본다.
 책의 목적은 한국의 고질적인 가족문제에 문제를 제기하고 여성의 역량에 힘을 실어주기 위함이다. 저자는 공식석상에서 부동산투기 문제가 제기되면 얼버무리고, 모른 척하고, 겸언쩍어하면서 슬며시 "집사람이" 라는 말로 빠져나가는 남성들의 허위의식과 젠더문제를 꼬집는다.

 저자에 따르면 과거 가부장적 사회에서 ‘집’은 여성의 소관이었다. 그러던 것이 1980년대초반 주식시장 호황과 집값 폭등으로 여성들의 생각이 바뀌어갔다. 투자를 잘해 시세차익을 얻으면 좋은 엄마가 될 뿐 아니라 중산층, 모범가족의 지위를 굳힌다. 서울 강남이나 목동 등 주요 학군과 상급지로 이주하기 위해 방법을 고안해냈고 그중 일부는 남편의 소득을 넘어선 자본이득을 창출했다. 자연스레 가족내 자율성과 주체성도 획득했다. 이런 측면에서 부동산은 여성들의 계급창출 수단이자 사회적 능력을 입증할 좋은 소재였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사실 전통적인 가족주의는 여성이 가족안에서 모범적 어머니 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바람직하게 여겼지만 신자유의 체제에서는 경제적 능력을 갖춘 여성을 옹호한다. 자산확보가 존재근거이자 시장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최적화된 조건이다.

  이 책을 읽는다 해서 부동산 열풍이 줄어들 것으로 여겨지지는 않는다. 부동산은 이제 ‘여성의 일’이 아니라 대한민국 모든 ‘국민의 일’이 되었다. 언론은 패닉바잉, 묻지마 투자, 질풍노도 같은 용어를 사용해 가며 부동산 열풍을 얘기한다.

  미친 부동산의 나라에서 대처하는 법은 딱 두가지이다. 부모의 도움을 받거나 혹은 영끌을 해서라도 부동산열차에 탑승한 뒤 경쟁적이고 성취 지향형으로 사는 쪽이 한 축이다. 또 다른 한 축은 영끌을 해도 안정적 주거가 어려운 집단이다. 영끌조차 불가능한 이들은 더욱 많다. 이들에게 부동산은 논외의 일이다. 최근 젊은 층이 코인에 몰두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전자와 후자는 결코 합쳐질 수 없는 라이프스타일이다
 
부동산은 이미 양극화와 자산 격차, 그리고 사회적 불평등을 고착시키는 단단한 경로가 되었다. 대안적인 주거전략과 새로운 주거윤리는 무엇인가. 공급폭탄이니 집값 안정이니 하는 공허한 정책보다는 이제라도 주거철학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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