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불가리스 사태와 관련해 지난 5월 대국민 사과 발표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불가리스 사태와 관련해 지난 5월 대국민 사과 발표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뉴시안= 박은정 기자]남양유업 매각이 결국 법정 공방으로 치닫게 됐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사모펀드 운영사 한앤컴퍼니(한앤코)의 부당한 경영간섭·비밀유지 의무 위반 등을 근거로 주식매매계약 해제를 통보한 가운데, 한앤코 측이 소송을 제기하며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홍원식, 한앤코에 계약해지 통보 

1일 홍원식 회장은 입장문을 통해 한앤코에 주식매매계약 해제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홍 회장은 "인수합병 거래에서는 이례적일 만큼 이번 계약에서 계약금도 한 푼도 받지 않았고 계약 내용 또한 매수인에게만 일방적으로 유리한, 불평등한 계약이었다"며 "그럼에도 남양유업 경영 정상화를 위한 경영권 교체라는 대의를 이행하고자 주식 매매 계약을 묵묵히 추진했다"고 그동안의 과정을 설명했다.

이어 "매수자 측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계약 이행만을 강행하기 위해 비밀유지 의무 사항들도 위배했다"며 "상대방에 대한 배려 없이 매도인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 등을 통해 기본적인 신뢰 관계마저 무너뜨렸다"라고 지적했다. 또 "거래 종결 이전부터 인사 개입 등 남양유업의 주인 행세를 하며 부당하게 경영에 간섭하기도 했다"라고 비판했다.

홍 회장은 재매각에 대한 의사를 드러냈다. 그는 "해당 분쟁이 종결되는 즉시 남양유업 재매각을 진행할 것"이라며 "남양유업을 더욱더 발전시키고 진심으로 임직원을 대해 줄 인수 후보자를 통해 경영권을 이전하는 것이 남양유업 대주주로서의 마지막 책임"이라고 말했다.

◆한앤코 정면 반박…"홍 회장, 가격 재협상 요구했다"

한앤코는 남양유업의 주장에 즉각 반박문을 내놓았다. 한앤코는 "8월 31일이 지나 계약이 해제되었다는 홍원식 회장의 발표는 사실이 아니고 법적으로도 전혀 타당하지 않다"며 "계약은 현재도 유효하며 법원에서도 한앤코의 입장을 받아들여 홍 회장의 지분이 임의로 처분되지 못하도록 가처분 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본 계약 발표 후 홍 회장 측에서 가격 재협상 등 수용하기 곤란한 사항들을 부탁했다"며 "그러다 8월 중순 이후에는 돌연 무리한 요구들을 거래종결의 '선결 조건'이라 새롭게 내세우기 시작했다"고 반박했다.

업계는 남양유업의 제3자 매각이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한앤코가 지난달 23일 서울지방법원에 홍 회장 등 매도인들을 상대로 거래종결 의무의 조속한 이행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앤코가 홍 회장을 상대로 한 전자등록주식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서, 홍 회장을 비롯한 남양유업 오너일가 지분 53%가 묶이게 됐다.

한편 홍 회장은 지난 5월 '불가리스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며 회장직 사퇴를 결정했다. 이후 같은 달 27일 한앤코에 홍 회장과 오너일가 보유 지분 53%를 3107억원에 넘기는 주식양도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남양유업 측이 당초 7월 30일로 예정돼 있었던 경영권 이전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를 돌연 9월 14일로 연기하면서 '매각 무산설'이 나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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