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의원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 (사진=뉴시스)

[뉴시안=소종섭 편집위원]정치권에 때아닌 ‘두테르테’가 소환됐다. 로드리고 두테르테는 필리핀 대통령이다. 홍준표 의원이 영아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양아무개씨와 관련해 “내가 대통령이 되면 사형시킬 것”이라고 말한 것에 대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행정수반인 대통령이 형사처벌에 관한 사법집행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두테르테식'이다”라고 말한 것이 발단이 됐다. 

홍 의원은 윤 전 총장이 자신을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에 비유하며 비판하자 “나를 두테르테에 비유한 것은 오폭(誤爆)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두테르테이고, 귀하는 두테르테의 하수인이었다”라고 윤 전 총장을 직격했다. “내가 아니고 당신은 두테르테도 아니고 그 하수인”이라고 맞받은 것이다. 홍 의원의 말은 ‘사형제 부활’로 받아들여지며 논란을 낳았다. 우리나라는 1980년 이후 사형이 집행되지 않고 있는 사실상의 사형제 폐지 국가로 국제사회에서 인정받고 있다.

홍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적폐수사를 지시하자 중앙지검장으로 벼락출세한 보답으로 우리 진영 사람 200여명을 구속하고 5명을 자살케 한 분이 확정된 흉악범 사형수를 형사소송법에 의거 사형 집행을 하겠다는데 뜬금없이 두테르테에 비교하는 말을 하는 것은 번지수가 틀려도 한참 틀렸다. 자신부터 문대통령 지시로 보수우파 궤멸수사에 앞장섰던 지난날 적폐수사를 반성하고 국민 앞에 석고대죄 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윤 전 총장 측 이상일 공보실장은 “홍준표 후보는 대통령이 되면 사형을 시키겠다고 했는데 우리 헌법 체계에 맞지 않는다는 문제 제기를 윤 후보가 한 것이다. 이건 사법부가 할 일이고 대통령이 할 일은 흉악범죄 예방, 구멍이 났을 때 그걸 메울 수 있는 시스템 교정을 해야 되고 충격을 받은 국민들께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재발 방지 약속을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윤 전 총장의 ‘두테르테식’ 언급에 대한 맥락을 이렇게 설명한 것이다. 

‘사형제 폐지’와 관련한 논쟁이 아니라 ‘두테르테식’이라는 표현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상황이 뜬금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결국 이런 바탕에는 윤석열-홍준표 두 대선주자 간에 벌어지는 신경전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 지지율이 상승세를 그리고 있는 상황에서 추격전을 본격화하는 홍 의원의 공세가 날로 가팔라지고 있는 흐름이다. 그러나 본질을 벗어난 지엽적인 문제를 놓고 계속 공방을 벌일 경우 네거티브 역풍이 불 수도 있다는 것을 대선주자들은 명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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