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노조와 갈등이 담긴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한 40대 택배대리점주 이모씨의 발인식이 진행된 2일 경기도 김포시 한 택배업체 터미널에 고인의 분향소가 마련돼 있다. (사진=뉴시스)
택배 노조와 갈등이 담긴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한 40대 택배대리점주 이모씨의 발인식이 진행된 2일 경기도 김포시 한 택배업체 터미널에 고인의 분향소가 마련돼 있다. (사진=뉴시스)

[뉴시안= 박은정 기자]경기도 김포 택배 대리점주 사망과 관련해 책임 공방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끝내 법정 공방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3일 업계에 따르면 CJ대한통운 대리점연합회는 경기 김포시 대리점주 A씨(40) 사망과 관련해 유가족과 함께 법무법인 율촌을 선임하고, 괴롭힘에 가담한 12명의 택배기사를 고소·고발한다. 연합회 측은 고인의 유언장 내용을 바탕으로 사실관계를 확인한 후, 비극을 초래한 원인자에게 책임을 물겠다는 계획이다. 빠르면 다음주 내로 법적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회에 따르면 A씨와 대리점 소속 택배기사들은 지난 4월부터 대리점 관할구역을 나누는 것을 두고 갈등을 빚어왔다. 이후 5월경 택배기사들이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에 가입하면서 갈등은 심화됐다.

실제로 A씨가 남긴 유서에 택배노조 활동으로 인한 어려움이 담겨 있었다. A씨는 유서를 통해 "처음 경험해본 노조원들의 불법태업과 쟁의권도 없는 그들의 쟁의활동보다 더한 업무방해, 무책임한 집배업부, 파업이 종료됐어도 더 강도 높은 노조활동을 하겠다는 통보에 비노조원들과 몸으로 버티는 하루하루는 지옥 같았다"라고 토로했다. 

이에 지난 2일 전국택배노동조합은 A씨의 사망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원 일부가 A씨에게 인간적 모멸감을 줄 수 있는 내용의 글을 단톡방에 게재한 사실에 대해 인정했다. 다만 폭언이나 욕설 등의 내용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택배노조는 A씨의 사망 사건이 원청인 CJ대한통운에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택배노조는 기자회견에서 CJ대한통운 김포지사장의 통화 녹취록을 공개했다. 녹취록에는 "저는 제 목표대로 A씨가 장기대리점에 발 못 붙이게 하려고 새로운 점주를 뽑은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노조는 "고인은 집도 매각할 정도로 매우 어려운 경제적 생황에서 분할되는 대리점 1곳이라도 운영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있었으나 김포지사장은 마지막 소망마저 짓밟았다"며 "CJ대한통운이 결정적 원인 제공자"라고 말했다.

유가족은 택배노조의 기자회견이 끝난 후 입장문을 통해 즉각 반발에 나섰다. 유가족들은 "노조의 기자회견은 고인의 죽음을 모욕하는 패륜적 행위로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노조는 확인되지도 않은 사실을 앞세워 고인의 마지막 목소리마저 부정하는 파렴치한 태도를 보여줬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A씨는 유언장을 통해 노조의 괴롭힘이 극단적 선택의 원인이라고 명백하게 밝혔다"며 "부디 노조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폭력과 괴롭힘을 밝혀주시기를 간곡히 호소드린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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