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일본 도쿄 올림픽스타디움에서 2020 도쿄패럴림픽 폐막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뉴시스)
지난 5일 일본 도쿄 올림픽스타디움에서 2020 도쿄패럴림픽 폐막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뉴시스)

 한국체육이 올림픽에 이어 패럴림픽에서도 추락했다. 5일 밤 폐막한 2020 도쿄 패럴림픽에서 한국은 종합순위 41위(금 2, 은 10, 동메달 12)로, 1968년 텔아비브 대회 ‘노메달’이래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지난달 8일 폐막한 2020 도쿄올림픽에서 종합순위 16위(금 6, 은 4, 동메달 10)로, 45년 전인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종합 19위) 수준으로 후퇴한 한국체육이 장애인들의 제전인 패럴림픽에서도 기대 이하의 성적에 머물렀다.

아무리 올림픽이나 패럴림픽이 참가에 의의가 있다고 하지만 한국체육이 그동안 쌓아온 국제적 위상을 감안할 때 문화체육부나 대한체육회, 대한장애인체육회 등 관계부처의 분발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한국의 보치아가 패럴림픽 9회 연속 우승의 ‘기적’을 일구었고, 남자 탁구 또한 금, 은, 동메달을 휩쓸어 풀죽은 선수단에 조금이나마 위안이 됐다. 한국선수단 경기력을 중심으로 2020 도쿄 패럴림픽을 결산해본다.

갈길 먼 장애인스포츠 과학화…예산지원 필수

 지난달 24일 개막, 13일간 도쿄에서 펼쳐진 ‘조화로운 불협화음’2020 패럴림픽은 지구촌 161개국과 난민팀 등에서 4403명이 참가, 22개 종목 539개 세부종목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계를 넘어 인간의 잠재력을 증명해 보이는 감동의 레이스를 벌였다. 한국은 14개 종목 158명의 선수단(선수 86명, 임원 72명)이 참가, 종합 20위(금 4, 은 9, 동메달 21)를 노렸으나 선수 노령화(평균 나이 40.5세), 준비 부족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정진완(55) 대한장애인체육회 회장은 지난 4일 도쿄 현지에서 가진 결산 기자회견에서 “마음이 무겁다. 이번 대회를 통해 많은 숙제를 얻었다”고 전제한 뒤 “훈련시스템, 신인 선발, 전임지도자 양성 등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2000년 시드니 패럴림픽 사격 금메달리스트로 문화체육관광부 장애인 체육과장에 이어 이천 장애인 선수촌장을 거친 그는 지난 2월 경선 끝에 대한장애인체육회장에 당선, 이번 대회를 준비해왔다. 정회장은 “우리나라의 장애인 스포츠 과학화는 걸음마 단계다. 장애등급에 따라 선수를 발굴, 육성하는 세분화 계획이 필요하며 종목별 장비, 체력, 심리, 기술분석 등 분야별 전문 인력 확보를 위한 예산 지원이 뒤따라야한다”고 지적했다.

사실 한국은 1988년 서울올림픽에 이어 열린 패럴림픽에서 종합 7위(금 40, 은 35, 동메달 19)에 올랐고 2000년 시드니 패럴림픽에서도 종합 9위(금 18, 은 7, 동메달 7)를 기록하는 등 세계 10위권에 들었으나 최근 5년 사이 경기력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악조건 속 남자 탁구 금 은 동 싹쓸이 쾌거

 선수단의 침체된 분위기속에서도 한국은 보치아 페어에서 일본에 역전승을 거두고 금메달을 따 1988년 서울 패럴림픽부터 9회 연속 우승의 금자탑을 쌓았다. 장호원(35 · 강원도)-김한수(29 · 경기도)-최예진(30 · 충남)으로 구성된 보치아 페어 대표팀은 지난 4일 도쿄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페어(BC3) 결승에서 일본의 가와모토 게이스케-다카하시 가즈키-다나카 게이코조와의 연장 접전 끝에 5대4로 역전승했다.
한편 지난달 30일 메트로폴리탄체육관에서 열린 남자 탁구 단식(1등급)에서는 주영대(48·경남)와 김현욱(26·울산), 남기원(55·광주)이 금, 은, 동메달을 나란히 목에 걸었다. 한국 탁구가 패럴림픽 한 등급에서 금, 은, 동메달을 싹쓸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6년 리우 패럴림픽 개인·단체에서 각각 은메달에 머물렀던 주영대는 이날 결승에서 김현욱을 세트스코어 3대 1로 누르고, 자신의 패럴림픽 첫 금메달이자 이번 대회 한국선수단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동료끼리의 맞대결이었지만 승부는 치열했다. 주영대와 소속팀이 같은 대표팀 김민 코치는 공정한 승부를 위해 경기장에 들어오지 않았다. ‘맏형’ 남기원은 관중석에서 지켜봤다. 둘은 두 세트에서 듀스 접전을 펼친 끝에 세계 랭킹 1위 주영대가 5위 김현욱을 꺾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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