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블루제이스가 공개한 류현진의 2021시즌 프로필. (사진=토론토 블루제이스 트위터)
토론토 블루제이스가 공개한 류현진의 2021시즌 프로필. (사진=토론토 블루제이스 트위터)

[뉴시안=기영노 편집위원]사람은 누구나 승부를 겨루면서 살아간다. 저녁내기 같은 작은 승부도 있지만 때로는 자신의 운명을 걸어야 하는 큰 승부도 있다. 하물며 스포츠 세계에서의 승부는 늘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야 할 만큼 절박한 상황에서 벌어진다. 매주 목요일, 승부의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같은 행위의 반복을 통해 새로운 세계에 들어서는 스포츠인들의 몸부림을 들여다본다.

류현진, 고속 슬라이더 새롭게 장착

메이저리그 토론토 블루제이스 류현진 선수가 자신의 주 무기인 체인지업에 강력한 슬라이더를 장착한 후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류현진 선수는 패스트볼과 체인지업과 커터 그리고 커브와 슬라이더를 섞어서 던졌다. 그러나 슬라이더를 레퍼토리로만 집어넣었지 주 무기로 삼지는 않았었다.

류현진은 지난 8월 27일 시키고 화이트삭스와의 경기에서 3과 3분의 2이닝 7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되었고, 9월 1일 자신이 한 번도 패하지 않았었던 볼티모어 오리올즈와의 경기에서도 5와 3분의 2이닝 동안 3실점을 당해 2연패를 당하면서 뭔가 변화를 줘야겠다고 판단했다.

팀의 에이스 역할을 하는 로비 레이 투수의 슬라이더를 보고 자신도 슬라이더를 체인지업에 이은 두 번째 무기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하고, 레이 투수에게 직접 슬라이더 그립을 배웠다.

류현진 선수의 슬라이더는 이제까지 140km를 넘지 않았었다. 그런데 지난 9월 7일 뉴욕 양키즈 팀과의 경기에서는 슬라이더의 속도가 143km까지 나왔다. 고속슬라이더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뉴욕 양키즈 타자들은 류현진의 주 무기 체인지업만 생각하다가 오른쪽 타자 몸쪽으로 파고드는 고속 슬라이더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류현진은 4회에는 뉴욕 양키즈의 대표적인 강타자 지안카를로 스텐튼 선수를 슬라이더 4개만으로 삼진을 잡기도 했다.

류현진은 양키즈 전에서 패스트볼도 152km까지 나오는 등 컨디션이 매우 좋았다. 결국 6이닝 동안 3안타 무실점으로 13승 째(8대 0승)를 올렸다.

6회까지 공 80개를 던졌는데 패스트볼 30개, 슬라이더를 패스트볼 다음으로 많은 22개를 던졌진 것이다(체인지업 21개)

류현진은 오는 12일 볼티모어 오리올즈와의 원정 더블헤더(5시 35분, 9시 05분) 가운데 한 경기에 선발로 나올 예정이다.

볼티모어에게는 9월 1일 첫 패배를 당했었는데, 고속 슬라이더에 대한 대책을 세우고 나올 볼티모어 타자들을 어떻게 상대할 것인지 궁금하다.

로비 레이는 사이영상 후보

류현진에게 고속 슬라이더를 전수해 준 로비 레이 투수는 올 시즌 류현진 투수와 함께 토론토 블루제이스 마운드를 이끌어 가고 있는 투수다.

11승 5패(방어율 2.60), 방어율 1위로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후보다.

키 1m 88 몸무게 90kg의 좌완투수로 류현진과 체격조건이 비슷하고 나이는 류현진보다 3살 어리다.

레이는 153km의 싱커에 143km의 고속슬라이더 그리고 간간이 커브를 던지는데, 사실상 패스트볼, 슬라이더 투 피치 투수라고 할 수 있다.

슬라이더는 현대 야구 구종 가치 1위

현대 야구에서 투수들은 패스트볼(싱커 투심 등 포함),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포크 볼(스플리터), 스크류볼, 팜볼, 너클볼 등 8개 구질을 던진다.

그 가운데 슬라이더가 가장 많은 아웃 카운트와 삼진을 잡고 이어서 8개 구질 가운데 구종 가치 1위라고 할 수 있다.

슬라이더는 포 심 패스트볼의 공 잡는 법에서 검지와 중지를 공의 무게 중심에서 약간 바깥쪽으로 치우치게 쥔다.

투구 동작은 포심 패스트 볼을 던질 때와 똑같다. 공을 놓는 순간에는 검지보다 중지와 엄지에 특히 힘을 주게 된다.

일반적인 슬라이더는 우완 투수가 던질 때 7~8시 방향, 좌완 투수가 던질 때 4~5시 방향으로 공이 흘러나가듯 떨어진다.

슬라이더의 종류에는 옆으로 휘면서 떨어지는 횡 슬라이더,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종 슬라이더, 그리고 145km 안팎의 고속 슬라이더 세 종류가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횡 슬라이더는 앤드류 밀러 선수가 잘 던지고, 종 슬라이더는 제이크 아리에타가 좋고, 노아 신더가드 선수는 무려 153km의 초고속 슬라이더를 던지고 있다.

그리고 한국 팬들이 너무나 잘 알고 있는 LA 다저스의 클레이튼 커쇼, 맥스 슈어져, 일본 출신 메이저리그 다르빗스 유, 제이콥 디그롬, 게릿 콜 등의 슬라이더가 정상급이다.

그리고 전설적인 투수 랜디 존슨의 슬라이더도 대단했다.

한국 프로야구 최고 슬라이더는 선동열

선동열 선수는 손가락이 짧아서 포크 볼 등 변화구를 던지기 어려웠다.

선동열 투수는 광주일고 2학년 때 방수원 선배가 영남대로 진학한 후 광주일고 모교를 찾아와 후배들을 지도하는 시간을 가졌었는데, 그때 방수원에게 슬라이더를 배웠다.

선동열은 그렇지 않아도 손가락이 짧아서 손가락 끝으로 누르는 힘을 통해 공의 변화를 조절했었는데, 슬라이더는 마치 자신의 것처럼 딱 던지기 좋은 공이 되었다.

그 후 선동열은 155km 안팎의 패스트볼에 145km의 고속슬라이더로 한국과 일본 프로야구를 평정했었다.

지금도 수많은 투수가 슬라이더를 주 무기로 삼고 있다.

kt 위즈의 배제성 LG 트윈스의 고우석, 키움 히어로즈 조상우, 롯데 자이언츠 박세웅 등이 국내 프로야구 정상권 슬라이더를 던진다.

과거에는 1992년 롯데 자이언츠 우승의 주역 ‘염 슬라이더’ 염종석, 현대 유니콘스의 종으로 떨어지는 슬라이더 ‘종 수경’으로 불렸었던 김수경, 마무리 투수 대명사 현대 유니콘스의 ‘조 라이더’의 조용준 등이 있다..

또한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 2개를 끼고 있는 김병현의 슬라이더는 플라스틱 원반처럼 움직여서 “프리즈비 슬라이더‘로 불렸었는데, 언더핸드나 사이드암의 슬라이더는 변화가 심해서 타자들이 더욱 때리기가 까다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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