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 가로수길 애플스토어 (사진=뉴시스)
강남구 가로수길 애플스토어. (사진=뉴시스)

[뉴시안= 조현선 기자]A씨는 지난 2019년 7월 수리 보장 프로그램인 '애플케어플러스'(2년 보증)에 가입한 아이폰 XS의 수리 보증 기간인 지난해 9월, 액정 파손으로 지정 서비스센터에 방문해 AS를 요구했다. 그러나 애플 측은 "무단 개조돼 수리불가로 애플케어플러스를 포함한 모든 보증 적용이 어렵다"며 거부했다. 이에 A씨는 고가의 보험 프로그램인 애플케어플러스에 가입했고, 무단 변조· 사설 수리·분해한 사실이 전혀 없음에도 수리를 거부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무상 보증을 요구했다.

국내에서도 이용자의 '단말기 수리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맞춰 '단말기 수리권 보장'에 관한 법안이 발의됐다. 

김상희 국회부의장(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은 13일 소비자의 휴대폰 수리권을 보장하기 위한 '단말기 유통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휴대폰 제조업자는 합리적 이유 없이 휴대폰 수리에 필요한 부품과 장비 등의 공급·판매 등을 거절하거나 지연하는 행위, 휴대폰 수리를 제한하는 소프트웨어 등을 설치·운용하는 행위 등을 금지한다. 위반 시 방송통신위원회의 사실 조사 후 시정명령이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최근 미국을 포함, 세계적으로 애플의 폐쇄적인 사후서비스(AS) 정책에 대한 반감이 고조되는 추세다. 애플은 그동안 자체 공인 수리 시설에 대해서만 교체 부품 주문, 불량 진단 등의 권한을 부여하는 AS 정책을 시행해 왔다. 또 사설 수리 센터를 이용할 경우 애플의 제품 보증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방침에 따라 이용자들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값비싼 공인 서비스를 이용해야 했다. 

이에 미국 바이든 정부는 지난 7월 이같은 애플의 AS정책에 대해 '자가 수리 또는 제3자를 통해 수리하는 경우 제조업자가 소비자에게 AS서비스 제공을 거부하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같은달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애플을 비롯한 스마트폰 제조 업체의 사설 수리 제한 관행을 독점금지법, 소비자보호법 등의 위법 행위로 보고 제재하겠다고 밝혔다. 바이든 정부가 애플과 소비자의 '자가수리권'를 두고 벌이는 신경전에 힘을 실어준 셈이다. 

이같은 지적은 국내에서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휴대폰의 비싼 기기값에 비해 사후서비스(AS)가 취약한 데다, 수리비용이 높아 가계통신비 부담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일종의 '보험' 서비스로 마련된 애플케어플러스 역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에 대해 소비자의 '자가수리권'을 법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면서 김 부의장이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법안을 내놓은 것이다.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애플은 기존과 달리 무단 개조나 하자와 무관한 사유 등에 따른 수리 거부를 할 수 없다. 이는 과기부 해석에 따라 휴대폰 외 태블릿 수리 정책에도 적용된다. 

김상희 부의장은 “최근 LG의 휴대폰 사업 철수로 인해 애플과 삼성의 독주 체제가 된 국내 단말기 시장에서, 폐쇄적인 애플의 수리 정책은 소비자 수리권을 크게 저해하고 있다"며 "이런 폐쇄적 정책으로 인해 국민의 가계통신비 부담이 증가하는 것은 방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로 국내 소비자가 해외 소비자와 동등하게 휴대폰 수리권을 보장받고, 휴대폰 수리 시장의 경쟁 활성화로 관련 시장이 증진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애플은 지난 3월 한국을 포함한 40여개 국가에서 공인 수리 서비스 센터와 동일한 비용으로 부품을 제공하는 등의 '개별 수리 제공 프로그램(IRP)' 도입을 발표했다. 이후 사설 업체로부터 신청서를 받았으나 이렇다 할 선정 결과를 내놓지 않는 상태다. 

저작권자 © 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