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로봇업체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버트 플레이터 CEO(왼쪽)와 애론 사운더스 CFO가 로봇개 ‘스팟’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지난 10일 로봇업체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버트 플레이터 CEO(왼쪽)와 애론 사운더스 CFO가 로봇개 ‘스팟’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뉴시안= 남정완 기자]최근 현대차와 테슬라는 물류 로봇인 ‘스트레치’와 휴머노이드 로봇인 ‘테슬라봇’ 등을 공개했다.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 공통점을 가진 글로벌 자동차 회사가 로봇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이들이 그리는 미래 모빌리티 청사진에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테슬라는 첨단 로봇을 활용한 모빌리티 혁신이라는 빅픽처를 그리고 있다. 현대차와 테슬라는 로봇으로 무엇을 하려는 걸까? 가시적으로는 로봇시스템을 활용해 사람이 손으로 직접 해오던 일들을 대체하겠다는 전략이다. 가까운 예로는 공장 관리나 물류 업무를 로봇이 대신하는 식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13일 국회 모빌리티포럼에서 로봇 비전을 제시했다. 정 회장은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도 세계 최고의 로보틱스 인재를 영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로봇 운영체계나 인공지능 분야에서 구글·아마존 등과의 협업 가능성도 시사했다.

앞서 지난 10일 현대차그룹은 온라인 미디어 간담회를 열고 로봇개 ‘스팟’과 물류로봇 ‘스트레치’를 공개하며 지난 6월 인수한 미국 로봇업체 보스턴다이내믹스와의 협업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이날 행사에서 로버트 플레이터 보스턴다이내믹스 CEO는 “현대차그룹과 우리는 모빌리티 이동성의 미래에 관해 공동의 목적을 가지고 있다”며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자동차 산업과 로봇산업의 미래는 비슷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두 산업 모두 데이타 기반의 산업으로 인간에게 안전과 편의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공통분모를 가졌다.

공개한 물류로봇 스트레치는 1시간 동안 800개의 상자를 운반할 수 있으며, 좁은 공간에서도 최대 23kg까지 들어 올릴 수 있다. 사람의 손에 의해 이뤄지는 하역 작업은 물류 운영에 있어서 중요한 이슈 중 하나다. 이 때문에 기존 사람의 노동력을 대체하는 로봇의 활용이 어디까지 가능할 것인지를 놓고 관련 업계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 로보틱스, 로지스틱스 등 인력을 대거 충원 중이다. 지난 4월 로지스틱스 그룹을 신설하고 소프트웨어 전문가인 송창현을 본부장으로 영입했다. 그는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등을 거쳐 네이버에서 인공지능 스피커와 번역 프로그램 파파고 개발에 참여했으며 2019년 자율주행 스타트업 포티투닷을 창업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이 로봇산업에 진출하며 광폭 행보를 보이는 것은 글로벌 자동차 기업을 넘어 모빌리티 전반을 융합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선도해 나가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19일 테슬라가 공개한 테슬라봇 (사진=테슬라 유튜브 갈무리)
지난달 19일 AI 데이에서 공개된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 ‘테슬라봇’ 사양. (사진=테슬라 유튜브 갈무리)

현대차 발표에 앞서 지난달 19일(현지시간) 테슬라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AI데이’ 행사에서 휴머노이드(인간을 닮은) 로봇인 ‘테슬라봇(Tesla Bot)’을 제작한다고 발표했다. 이날 행사에는 로봇이 아닌 실제 사람이 로봇 모습으로 디자인된 보디슈트를 입은 채 등장해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사람이 반복적으로 하는 단순하고 지루한 노동을 대체할 것이며 육체노동은 선택이 될 것”이라며 “인건비 절감을 통해 세계 경제가 뒤바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개한 테슬라봇은 약 172cm의 키에 56kg의 몸무게를 가졌다. 이 로봇은 최대 20kg의 물건을 옮길 수 있으며 약 68kg까지 들어올릴 수 있고 최대 시속 8km로 달릴 수 있다. 테슬라는 2022년에 테슬라봇 시제품을 공개할 계획이다.

현대차와 테슬라는 로봇을 통한 인간의 노동력 대체라는 공통의 목표를 가졌지만, 로봇을 통한 모빌리티 산업 확장에 무게를 둔 현대차에 비해 테슬라는 로봇시스템과 자율주행 기술을 동시에 개발하며 현재의 자율주행차 기술을 더욱 고도화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현대차와 테슬라의 로봇산업 진출과 관련해 주목할 점은 인간이나 개와 같은 특정한 로봇의 형태가 아니라 그 안에서 구현되는 로봇시스템에 있다. 이 시스템을 복합적인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는 자동차에 성공적으로 구현할 수 있다면 교통수단뿐만 아니라 산업 및 물류 자동화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하는 길이 열리게 된다. 이런 점에서 지동차 산업은 로봇시스템을 테스트하기에 가장 이상적인 테스트베드 역할을 한다. 자동차 산업은 더는 이동 수단에 그치지 않고 이동과 관련된 모든 활동과 데이터를 활용하는 인프라 산업으로 탈바꿈 중이다. 따라서 미래 모빌리티 혁신을 누가 주도할 것인지를 놓고 치열한 기술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와 로봇의 결합이 아직 생소한 면이 있지만 가까운 미래에 현재의 자동차 산업을 뛰어넘는 새로운 모빌리티 환경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며 “미래 모빌리티 분야는 자율주행뿐만 아니라 드론을 통한 택배 배달, 인공지능 로봇에 의한 물류 작업 등 로보틱스를 기반으로 해 다양한 산업으로 확장해 나갈 전망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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