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 '하나원큐 K리그1 2020' FC서울-성남FC 경기, 성남 김영광 골키퍼가 공을 잡으려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2020년 '하나원큐 K리그1 2020' FC서울-성남FC 경기, 성남 김영광 골키퍼가 공을 잡으려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시안=기영노 편집위원]사람은 누구나 승부를 겨루면서 살아간다. 저녁내기 같은 작은 승부도 있지만 때로는 자신의 운명을 걸어야 하는 큰 승부도 있다. 하물며 스포츠 세계에서의 승부는 늘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야 할 만큼 절박한 상황에서 벌어진다. 매주 목요일, 승부의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같은 행위의 반복을 통해 새로운 세계에 들어서는 스포츠 인들의 몸부림을 들여다본다.

윤평국 김영광 결정적인 실책

골키퍼는 축구에서 그 팀의 ‘최후의 보루’다. 그의 뒤에는 아무도 없다. 따라서 골키퍼가 실수하면 골로 연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번 주중에 치러진 화요일과 수요일 두 경기에서 두 명의 골키퍼가 어이없는 실수를 저질렀다. 광주 FC의 윤평국 골키퍼와 성남 FC의 김영광 골키퍼였다. 윤평국, 김영광 두 골키퍼 모두 리그에서 정상을 다투는 최고 수준의 골키퍼들이기 때문에 그들의 실책들이 더욱 크게 보였다.

윤평국 골키퍼, 추가 시간에 결정적 실수

지난 21일 추석 당일, 광주축구 전용구장에서 벌어진 전북 현대와 광주 FC의 경기에서 광주 FC가 전북 현대에게 1-2로 패배했다. 광주 FC의 윤평국 골키퍼가 결정적인 실수를 저질렀기 때문이었다.

광주 FC는 막강 전북 현대와 홈경기이기는 하지만 승점 1점(무승부)을 노렸었다. 승점 3점(승리)을 얻으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만, 두 팀의 스쿼드를 볼 때 비기는 것이 현실적인 목표였다.

광주는 전, 후반 90분 동안 1대1 무승부를 기록해, 일차적인 목표를 달성했다. 그러나 축구는 정규 90분 외에 주심의 재량으로 추가 시간을 주게 되는데, 광주가 전북에 추가 시간에 통한의 결승 골을 허용 한 것이다.

추가 시간도 다 끝날 무렵, 전북 미드필드 진영에서 페널티 에어리어 안쪽으로 평범하게 날아 온 골을 광주의 윤평국 골키퍼가 두 팔을 뻗어 여유 있게 잡는 가 했지만, 공은 윤평국 골키퍼의 두 손 사이로 미끌어졌고, 떨어지는 공을 전북 현대 송민규 선수가 제기를 차듯이 가볍게 광주 골문으로 밀어 넣으며 ‘극장 골’이 되었다. 김호영 감독은 경기가 끝난 후 “우리 선수들 전북을 상대로 잘 싸웠다. 또한 (윤평국)이 빨리(실수를) 잊어 버리고 다음 경기에 대비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광주 FC는 도쿄 올림픽 이후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8월 8일 FC 서울과 원정 경기에서 0대1로 패한 이후. 8월 15일(인천 1대0), 8월 20일(대구 2대1), 8월 24일(성남 2대0) 내리 3연승을 올렸다. 그 후 9월 11일 수원(2대2)과 9월 18일 제주(1대1)와 내리 비겼지만, 최근 5경기에서 3승 2무를 올리며 8승 6무 14패 승점 30점으로 10위까지 올라 강등권에서 벗어나 있었다. 그러나 전북 현대에 패함으로써 8승 6무 15패를 기록, 승점 29점의 FC 서울(11위), 27점으로 최하위인 강원 FC에 쫓기게 되었다.

김영광, 보기 드문 ‘극장 자책골’ 기록

성남 FC의 국가대표 출신 김영광 골키퍼는 프로축구 사상 최초로 ‘극장 자책골’의 주인공이 되었다.

성남은 지난 22일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K리그 31라운드 수원 FC와의 원정 경기에서 후반 22분 뮬리치의 선제골로 앞서나갔다.

그러나 성남은 후반 29분 수원의 잭슨에게 동점 골을 허용했다. 그리고 전, 후반 90분을 1대1 무승부로 끝낸 후 주어진 연장 4분 만에 허무하게 2골을 내 주며 1대3으로 완패를 당했다. 추가시간 1분경 교체 투입된 수원의 정재용 선수에게 추가 골을 얻어맞은 것은 어떤 골키퍼도 막을 수 없는 어쩔 수 없이 허용한 골(1대2)이었다.

그러나 추가시간 4분경, 주심의 종료 휘슬이 울리기 불과 3~4초 전, 성남의 수비가 김영광 골키퍼에게 백패스를 했는데, 그 공을 김영광 골키퍼가 헛발질했는데, 그 공이 그대로 성남 골문 방향으로 때구루루 흘러가는 것을 김영광 골키퍼가 다이빙하며 잡으려 했지만, 이미 볼은 골라인을 지나 골문으로 들어간 후였다.

‘골 때녀 결승전도 양은지 골키퍼의 알까기로 끝나

지난 22일 밤 방송된 SBS 예능프로 “골 때리는 그녀들”의 FC 국대패밀리(차범근 며느리 한채아, 쇼트트랙 국가대표 박승희 등)와 불나방(종영 프로그램 '불타는 청춘' 출연자들)의 미니축구대회 결승전도 골키퍼의 알까기로 승부가 가려졌다.

후반전 1분을 남겨 놓고, 1대1 상황에서 국대패밀리 양은지 골키퍼가 페널티에어리어 안에서 평범하게 굴러오는 볼을 잡을까 찰까 망설이다가 두 다리 사이로 흘려서 ‘극장 골’을 내 주고 말았다.

경기 직후 SBS 박정훈 사장은 우승을 차지한 불나방 팀에 1천만 원의 상금을 주었다. 양은지 골키퍼가 1천만 원짜리 알까기를 한 셈이다.

양은지(1m 70cm, 38세) 골키퍼는 아이 돌 베이비복스, 지니스 출신으로 국가대표 축구선수 출신 이 호와의 사이에 딸이 하나 있다.

양은지는 경기가 끝난 후 남편 이 호의 품에 안겨 하염없이 울었고, 이 호는 “내가 예상 했었던 것보다 훨씬 잘했다”며 위로를 했다.

김병지 골키퍼의 K리그 유일한 ‘골키퍼 극장 골’

프로축구 39년 역사에 골키퍼가 극장 골을 넣은 것은 김병지 골키퍼가 유일하다.

1998년 10월 24일, 울산 현대와 포항 스틸러스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을 가졌다.

1대1 상황에서 추가 시간 종료 직전 김병지 골키퍼는 골문을 비운 채 포항 페널티에어리어로 달려갔고, 크로스 된 볼이 정확하게 김병지 골키퍼의 머리에 맞아 골로 연결 되었다.

그 골은 K리그 사상 처음이자 마지막 골키퍼 필드 골이었다.

김병지 골키퍼는 프로축구 선수 생활 24년 동안 울산, 포항, 서울, 경남, 전남 등 5개 팀에서 K리그 최다 706경기에 출전해서 754골을 허용(실점률 1.0680)했다. 229경기에서는 무실점을 기록했었고, 153경기 연속 무 교체 출전기록도 세웠다.

K리그 최고령(45년 5개월 15일) 기록도 갖고 있고, 골키퍼로서 3골(1골은 필드골, 2골은 페널티 골)도 넣었다.

김병지는 22일 벌어진 ‘골 때녀’ 미니축구대회 결승전에 올라 준우승에 그친 ‘FC 국대 패밀리’ 팀의 감독을 맡기도 했다.

저작권자 © 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