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22일 전북 전주시 전북도의회 브리핑룸을 방문해 기자회견을 열고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22일 전북 전주시 전북도의회 브리핑룸을 방문해 기자회견을 열고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시안=소종섭 편집위원]더불어민주당 경선에 ‘수박’이 등장했다. 이 표현을 둘러싸고 이재명 지사 측과 이낙연 지사 측 사이에 ‘혐오’ ‘호남’ 공방이 거세다. 이런 흐름은 호남 경선을 앞두고 양측이 사활을 건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양측 간 감정이 쌓이면서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는 것을 상징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경선 이후 민주당이 어떻게 화학적 결합을 이룰지가 새로운 숙제도 대두됐다고 볼 수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21일 밤 페이스북에 “성남시의 공영개발을 막으려고 발버둥 친 것도 성남시 국민의힘 정치인들(이다). 저에게 공영개발을 포기하라고 넌지시 압력을 가하던 우리 안의 수박들(도 있다)”이라고 적었다. 이 지사는 한 시간 쯤 뒤 ‘수박들’ 표현을 ‘수박 기득권자’로 바꿨다. “이재명이 기득권자와의 전쟁을 불사하는 강단이 없었다면 결과는 민간개발 허용으로 모든 개발이익을 그들이 다 먹었을 것”이라며 이른바 ‘화천대유 의혹’과 관련해 아무 잘못이 없다고 항변했다. 

문제는 ‘수박’이라는 표현이었다. 이 지사 측 박찬대 수석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호남 비하가 아니냐고 하는데 수박이라는 표현은 겉과 속의 색깔이 다르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수박이라는 표현이 호남 관련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분들이 없더라. 왜 자꾸 호남 비하로 연결하는지, 이건 셀프 디스 아닌가 생각한다. 호남의 동정을 이끈다든가 하는 부분으로 연결하는 건 무리”라고 말했다. 이 지사도 기자들과 만나 “겉과 속이 다르다고 일상적으로 쓰는 용어인데 그렇게까지 해석해가면서 공격할 필요가 있냐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낙연 전 대표 측 이병훈 대변인은 “사실관계도 맞지 않고 민주당 후보가 해선 안 될 혐오표현”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이재명 후보마저 '수박'이라는 혐오표현을 쓰기 시작했다. 경선 내내 이 지사 지지자들은 이 전 대표의 지지자들을 문파, 똥파리, 수박이라고 공격하면서 이들에 대한 차별과 적개심, 언어적 폭력을 선동해왔다”고 비판했다. ‘수박’이라는 표현은 일베에서 시작된 용어이고, 호남을 비하·배제하는 것이니 사용을 중단해달라고 요청해왔지만 이재명 캠프와 지지자들은 ‘관용구로 사용했을 뿐’이라며 별것 아닌 일로 치부해왔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수박’ 표현을 계기로 맞붙고 있는 이재명-이낙연 전선은 9월 25-26일 진행되는 호남 경선을 앞둔 양측의 힘겨루기다. 이른바 ‘명낙대전’의 수위가 갈수록 올라가고 감정의 골이 깊어가는 모양새다. 이런 상태라면 후보가 정해진 뒤에 원팀 기조가 형성될 수 있겠냐는 말이 나온다. 이낙연 캠프 정무실장인 윤영찬 의원은 “원팀이라고 생각한다면 한쪽에서 상처로 생각하는 용어를 굳이 그렇게 써야 될 이유가 없다‘고 비판했다.

한국사회여론조사연구소(KSOI)가 지난달 27~28일 TBS 의뢰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지지후보가 최종 후보가 되지 못할 경우 같은 당의 최종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응답은 민주당 지지층(66.2%)이 국민의힘 지지층(75.5%)보다 낮았다. 특히 이낙연 후보 지지층 가운데 45.2%만 ‘같은 정당 최종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응답했다. 이 지사 지지층(68.6%) 보다 20%P 이상 낮은 수치다. 이 정도면 위험수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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