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마라톤이 열릴 일본 삿포로에서 훈련중인 오주한. (사진=무타이 코치 제공)<br>
도쿄올림픽 마라톤이 열릴 일본 삿포로에서 훈련중인 오주한. (사진=무타이 코치 제공) 

케냐 귀화선수인 남자마라톤의 오주한(33·청양군청·케냐명·윌슨 로야나에 에루페)이 내년 9월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9월 10~25일)에서 도쿄올림픽 중도 포기의 불명예를 만회할까?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매우 낮다. 오주한이 지도자 없이 케냐에서 혼자 훈련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체육회와 대한육상연맹, 청양군청 등 관계기관이나 소속팀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선수 관리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 남자마라톤은 1951년부터 2018년까지 18차례 열린 아시안게임에서 7번이나 우승했으나 2010년 이후 ‘금맥’이 끊겼다.

오주한은 지난 8월 8일 일본 삿포로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남자마라톤 레이스 도중 13.6km 지점에서 왼쪽 허벅지에 경련이 일어나 쩔뚝거리다 경기를 포기해 메달을 기대했던 많은 국민에게 실망을 안겨주었다. 오주한은 8월 10일 그의 코치인 엘리자 무타이(42·케냐)와 함께 귀국, 2주간의 자가격리를 마친 뒤 소속팀 청양군청 등을 방문하고 8월 29일 케냐 캅타갓 훈련 캠프로 돌아가 자율훈련에 들어갔다.

 오주한, 지도자 없이 혼자 훈련…효과 의문

문제는 자율훈련이다. 도쿄올림픽이 끝나자 대한체육회는 축구 야구 등 모든 종목의 국가대표팀을 해체하고 선수들은 소속팀으로 복귀해 소속팀 지도자와 함께 훈련 스케쥴을 소화하도록 했다. 오주한과 함께 도쿄올림픽에 나갔던 남자마라톤의 심종섭(30·한국전력), 여자마라톤의 안슬기(29·SH공사)와 최경선(29·제천시청)도 소속팀에서 훈련중이다. 하지만 오주한은 양아버지처럼 따랐던 오창석(59·백석대 교수)국가대표 남자마라톤 감독이 지난 5월 5일 아프리카 풍토병 증세로 사망한 뒤 지도자가 없다. 케냐인 무타이 코치가 오감독을 대신해 도쿄올림픽까지 오주한을 지도했으나 올림픽이 끝난 뒤 급여가 중단돼 자연스레 코치직을 그만둔 상태다.

따라서 오주한은 해발 2300m의 케냐 캅타갓 고지에 오창석 감독이 마련해 놓은 캠프에서 케냐 현지의 마라톤 지망생들과 자율훈련을 하고 있는데 그 효과가 의문시되고 있다. 오주한은 원래 23일 귀국, 2주간의 자가격리를 마친 뒤 10월 12일 경북 구미에서 열릴 제102회 전국체전 육상 1만m 경기에 충남 대표로 참가할 계획이었으나 코로나19 여파로 대학 일반부 경기가 취소돼 기량 점검의 기회마저 놓치고 말았다. 전문가들은 선수가 지도자와 한 몸이 돼 훈련해도 기량 향상이 어려운데 선수가 자율훈련을 통해 소기의 성과를 얻기는 매우 힘들다고 지적했다. 

지난 8월 8일 일본 삿포로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남자마라톤 경기 도중 오주한이 허리를 숙여 부상 부위를 주무르고 있다. (사진= MBC 도쿄올림픽 중계 영상 캡처) 

도쿄올림픽 중도 포기도 훈련부족이 원인

이와 관련, 오주한이 도쿄올림픽에서 갑작스런 부상으로 경기를 중도 포기한 것 역시 훈련 부족의 결과가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정상적인 훈련을 소화했다면 메달을 따지 못하더라도 49위를 한 심종섭처럼 완주는 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대표선수 관리를 총괄하는 대한체육회나 대한육상연맹은 2시간 5분 13초의 마라톤 기록을 보유한 오주한의 기록향상을 위해 어떤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오주한에게 매년 8천만 원의 연봉을 지급하고있는 청양군청도 오주한을 위한 지도자 파견 계획은 없다. 하지만 오주한이 자율훈련을 통해 내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선발전인 3월의 서울국제마라톤에서 무난히 출전 티켓을 따낼 것으로 전망했다. 

김돈순 대한육상연맹 사무처장은 “현재 오창석 감독처럼 케냐에 상주하며 오주한을 지도할 한국인 코치는 없다”며 “청양군청이 선수 관리 차원에서 예산을 세워 지도자를 케냐 현지에 파견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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