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개최된 '2017-18 국제빙상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4차 대회 마지막날 서울 양천구 목동아이스링크. (사진은 본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뉴시스)
지난 2017년 개최된 '2017-18 국제빙상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4차 대회 마지막날 서울 양천구 목동아이스링크. (사진은 본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뉴시스)

[뉴시안=기영노 편집위원]지난 8일 디스패치가 심석희와 여자 국가대표 코치 A씨의 지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나눈 메시지를 보도해 파문이 일고 있다. 두 사람의 대화에서 심석희와 A 씨는 수시로 최민정을 향해 "브래드 버리 만들자"고 한다.

브래드 버리는 호주 출신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로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 때 안현수, 오노, 리자쥔 등 세계 최정상 선수들이 앞서가다 넘어지는 바람에 금메달을 땄다. 실제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1000m 결승전에서 심석희는 추월을 시도하는 최민정과 부딪혀 넘어졌고 결국 두 사람 모두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당시에는 뜻하지 않은 돌발 상황에 두 선수에게 동정 여론이 일었다.

브래드버리, 3번이나 행운이 따라

2002 솔트레이크동계올림픽 남자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에 출전한 호주의 스티븐 브래드 버리 선수는 무려 3번의 행운이 따라줘서 금메달을 딴 동, 하계올림픽 사상 최고의 행운이 따른 선수였었다.

브래드버리는 세계 쇼트트랙 남자 선수 가운데 랭킹이 겨우 10위권 안팎의 선수였다. 자신의 주 종목인 남자 1000m에서 세계선수권대회 5위가 가장 좋은 성적일 정도로 무명 선수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올림픽은 실력뿐만 아니라 최선을 다하면서 운도 따라 주어야 금메달을 딸 수 있다’는 말이 실감 나게 하는 일이 벌어졌다.

브래드버리는 남자 1000m 준준결승에서 스타트부터 뒤지기 시작해 준결승 진출에 실패 하는가 했지만 앞서 가던 선수들이 서로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고 자리다툼을 벌이다 모두 넘어지는 바람에 2위까지 주어지는 준결승 티켓을 따냈다.

준결승전에서도 레이스 도중 자신의 실력에 맞는 4위를 유지하면서 ‘역시 올림픽은 수준이 높다’며 결승 진출은 어렵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에도 중국의 리자 준이 앞서 달리던 김동성의 무릎을 치는 바람에 두 선수 모두 넘어지며 조 2위까지 주어지는 결승 티켓을 거머쥐었다.

브래드버리에게 두 번이나 행운이 따라 주었던 것이다.

그러나 브래드버리의 행운은 여기서 끝난 게 아니었다.

결승전은 안현수 등 5명이 출발

남자 1000m 결승전은 원래 4명이 출전해야 하는데, 대회 주최 측에서 억울하게 넘어진 선수까지 결승 티켓을 주는 바람에 5명이 스타트 라인에 섰다.

결승 라인에 선 5명은 행운이 잇따라 겹쳐서 결승전까지 오른 호주의 브래드버리와 함께 세계 최강 한국의 안현수, 미국의 안톤 오노 그리고 중국이 자랑하는 리자 준 등이었다.

브래드버리는 이변이 없는 한 5위가 자신의 현주소였었고, 운 좋게 컨디션이 나쁜 선수 한 명을 제친다 해도 4위 정도가 고작이었다.

그러니까 두 번의 행운이 겹쳐서 결승 전까지 올라왔지만 금메달은커녕 동메달도 언감생심, 욕심을 낼 처지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런데 앞서 달리던 리자 준과 오노가 서로 몸싸움을 하다가 넘어졌고, 두 선수가 넘어지면서 뒤따르던 안현수까지 겹으로 넘어져서 4위로 달리던 브래드버리가 그야말로 무혈입성을 하고 말았다.

브래드버리의 올림픽 금메달은 물론 자신의 기본적인 실력도 있었지만, 3번이나 행운이 겹친 금메달이 아닐 수 없었다.

“저는 원래 금메달감이 아니었는데, 운이 좋아서 그만….”

금메달을 목에 건 뒤 가진 인터뷰에서 브래드버리가 밝힌 솔직한 고백이지만 솔트레이크시티 동계 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스피드 스케이팅 1000m 금메달의 주인공은 바로 그였다.

브래드버리의 경우를 보면,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려면 ‘운삼기칠’ 즉 운이 30%, 기량이 70% 차지한다는 말이 무색했다. 어떻게 보면 운이 70% 기량이 30%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운도 실력이 있어야 따라 준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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