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이자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나오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이자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나오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시안=소종섭 편집위원]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법원은 “김씨에 대한 구속 필요성이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즉 구속할 사유가 안된다고 본 것이다. 보통은 구속 사유가 인정되더라도 도주 및 증거 인멸 가능성을 따져보고 구속 여부를 결정하는데 이번 검찰의 영장 청구는 사유 자체가 안된다는 것이니 검찰이 체면을 구겨도 한참 구긴 셈이다. 쉽게 표현하면 도주 및 증거 인멸 여부는 차치하고 구속 자체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법원은 본 것이다. 검찰이 혐의 소명 자체에 실패함으로써 검찰 수사에 대한 비판이 커질 수밖에 없고 이것은 특검 필요성을 더 높이는 쪽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김씨에 대한 영장 재청구 여부를 검토 중이다. 그러나 당분간 쉽지 않아 보인다. 법원 판단을 뒤집을만한 증거를 보강해야 재청구를 할 수 있을텐데 현재로서는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김씨의 뇌물 수수 당사자이자 배임 혐의 공범으로 지목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구속만료일은 20일이다. 구속만료일 이전에 기소를 해야 하는데 유 전 본부장의 공소장에 김씨 관련 내용을 넣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검찰 수사가 꼬이는 형국이다. 

대장동개발 특혜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는 여러모로 부실하게 진행됐다. 유 전 본부장의 휴대폰 확보에 실패한 것이 상징적이다. 검찰 수사팀이 압수수색을 하기 위해 찾아오자 “창밖으로 휴대폰을 던졌다”는 말이 나오자 검찰은 “압수수색 전후로 창문이 열린 흔적이 없다”며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경찰 수사팀이 구성되면서 하루도 안돼 휴대폰이 창밖으로 던져졌고 이것을 가져간 사람까지 특정해 휴대폰을 회수했다. “검찰이 CCTV를 들여다보기는 한 것이냐”는 비판이 안 나올 수 없었다. 

11일 검찰에 출두한 김만배씨가 조사를 받고 12일 새벽 귀가한 뒤 만 하루도 되지 않은 당일 오후 5시쯤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도 이례적이다. 김씨가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고 해도 이처럼 빨리 영장이 청구되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애초에는 김씨를 상대로 조사할 것이 많아 한 번 더 부를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왔던 터였다. 검찰이 서두르고 있다, 부실하게 조사한 상태에서 영장을 청구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던 이유였다. 당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이 “대장동 사건에 대해 검찰과 경찰은 적극 협력해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로 실체적 진실을 조속히 규명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 달라”고 밝혔기에 ‘검찰의 정권 눈치보기’라는 비판도 있었다.김씨 변호인들도 영장 청구 직후 “조사 하루 만에 구속영장을 청구한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김씨에 대한 영장이 기각됨으로써 검찰이 정영학 회계사가 제출한 녹취록 외에 뚜렷한 증거를 확보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만 확인됐다. 

이런 흐름은 검찰이 수사를 제대로 하는 것이냐는 비판으로 이어진다. 광범위한 기초조사를 하고 주변 인물들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거친 뒤 핵심 인물을 불러 조사하고 구속하는 수순으로 이어지는 것이 그동안 특수수사의 일반적인 흐름이었다. 그러나 이번 수사팀은 초기 단계에서 이번 사건 핵심 인물인 유동규 전 본부장을 불렀고 구속했다. 기존 수사의 ABC와는 달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계좌추적은 제대로 되고 있는 것이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검찰 수사 전반에 대한 불신이 높아가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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