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 A6 인포테인먼트. (사진=아우디코리아)
아우디 A6 인포테인먼트. (사진=아우디코리아)

[뉴시안= 남정완 기자]차량용 내비게이션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초행길이나 잘 모르는 지역을 운전할 때 내비는 구원자 역할을 한다. 하지만 차량에 부착된 내비에 대해서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적지않다. 

특히 수입차의 경우 순정형 내비의 불만이 폭증한다. 독일 3사인 벤츠·BMW·아우디 등은 내비를 기본 옵션으로 제공한다. 차량 가격에 내비값이 포함됐다는 의미다. 하지만 높은 차량 가격에 반해 내비의 품질은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다.

너나없이 자율주행, 커넥티드, AI 등 요란한 홍보문구를 쏟아내고 있는 것에 비하면 내비의 저품질은 이해하기 어렵다. 

국내 아우디 차주들은 아우디 A6 등 최근 출고되는 신차의 순정 내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애플 카플레이 등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오류 등의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아우디 측은 하드웨어 교체 또는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조치를 무상으로 진행할 예정이나 부품 수급과 교체에 시일이 소요돼 불만은 쉬 사그러들지 않고있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순정형 내비의 지도 데이터가 국내에 적합하지 않고 내비의 그래픽 시인성도 떨어진다는 점이다. 또 인터페이스가 직관적이지 못해 사용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이에따라 상당수 운전자는 순정 내비는 거의 사용하지 않고 스마트폰을 통해 티맵·카카오맵 등을 거치해 사용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수입차 순정형 내비의 또 다른 문제는 업데이트 방식이다. 지도 업데이트를 위해 USB 스틱에 주기적으로 업데이트된 지도 데이터를 내려받아 사용자가 직접 설치하거나 공식 서비스 센터를 방문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이는 실시간 업데이트되는 스마트폰 내비와 가장 많이 차이 나는 부분으로, 자동차 업체들의 내비 기술이 사용자 경험을 쫓아오지 못하는 형국이다.

국내 최대 자동차 커뮤니티인 보배드림 회원들 다수는 수입차의 순정형 내비게이션에 대체로 부정적인 견해다. 회원 A씨는 “차라리 순정형 내비를 빼고 차량 가격을 낮추는 게 낫다. 길 안내도 스마트폰 앱에 비해 정확도가 떨어지고 필요한 순간에 먹통이 되기 일쑤다. 가장 돈 아까운 옵션 중 하나”라고 말했다.

국내 완성차 업체인 현대·기아차의 경우 무선으로 내비를 업데이트하는 방식을 도입한 상태이다. 차량이 스스로 서버에 연결해 내비의 소프트웨어와 지도의 버전을 확인한 후 자동으로 다운로드·업데이트한다. 이 부분은 국산 차가 한발 앞서가는 부분이다.

현대자동차 쏘나타 가격표. (사진=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 쏘나타 Modern 모델 가격표. (사진=현대자동차)

다만 국산차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국산차 순정형 내비의 대표적인 불편함은 ‘옵션 끼워팔기’ 논란이다. 이는 현대·기아 누리집에 접속해 차량별 가격표나 옵션 선택사항을 확인해 보면 쉬 알수 있다. 예컨대 쏘나타 프리미엄 플러스 모델의 경우 인포테인먼트 옵션으로 10.25인치 내비(블루링크, 폰 프로젝션, 현대 카페이)가 듀얼 풀오토 에어컨, 스마트폰 무선 충전, 디지털 키 등의 패키지로 묶여 있다. 모던 모델의 경우 인포테인먼트 내비 I 추가 옵션이 141만원으로 표기돼 있다. 준중형인 아반떼 인스피레이션 모델의 경우 기본 옵션으로 10.25인치 내비와 보스(BOSE) 프리미엄 사운드가 함께 구성돼 있다. 아반떼 스마트 모델의 경우에는 웰컴시스템, 스마트 트렁크 옵션 등과 묶인 인포테인먼트 내비 I 옵션 가격이 250만원에 달한다.

이처럼 차량 모델이나 등급에 따라 순정형 내비가 기본 또는 선택 옵션으로 변경되지만, 내비를 제외할 경우 원하는 옵션을 선택할 수 없는 구조는 여전하다.물론 현대차·기아 신차를 구매한 국산 차주들은 블루링크(현대)·유보(기아) 등 무선통신 기반으로 스마트폰에서 차량의 시동을 걸고 온도를 조절하고 내비게이션 목적지를 미리 설정하는 등의 편리성을 이유로 순정형 내비게이션 옵션에 긍정적인 이들도 적지않다.

최근 출시되는 신차는 안드로이드 오토, 애플 카플레이 등 스마트폰과 연결해 내비나 음악 감상 등을 하는 기능을 기본 제공하고 있다. 

차량용 내비를 둘러싼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완성차 업체들이 순정형 내비를 포기하지 못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향후 자율주행 기능 구현을 위한 데이터(차량 이동, 운전자 습관) 확보에 내비가 필수이다. 여기에 외부와 연동하는 차량 인포테인먼트는 전장 사업에서 가장 규모가 큰 분야다. 또 운전자들의 체감 만족도를 좌우하는 파트로, 완성차 업체로서는 가장 공을 들여야 하는 분야이기도 하다.

볼보 XC60은 티맵 기반의 SKT 통합형 인포테인먼트를 기본 탑재했다. (사진=볼보자동차)
볼보 XC60은 티맵 기반의 SKT 통합형 인포테인먼트를 기본 탑재했다. (사진=볼보자동차)

이런 점에서 볼보의 최근 시도는 흥미롭다. 볼보는 최근 출시한 XC60을 비롯해 S90·V90CC 모델에 SKT의 통합형 인포테인먼트를 기본탑재했다. 여기에는 인공지능 기반의 ‘티맵(TMAP)’과 음성인식 기반의 AI 플랫폼인 ‘누구(NUGU)’를 비롯해 차세대 커넥티브서비스가 모두 포함돼 있다. 음성을 통한 차량제어, 목적지 안내, 전화 연결, 음악추천, 날씨 및 정보 탐색도 가능하다. 스마트폰으로 차량잠금 및 해제, 주행전 온도 설정 등 디지털 키 기능을 가진 앱도 있다. 물론 최근 나온 현대 기아의 차량에도 이런 기능이 탑재돼 있다. 이런 점에서 보면 내비는 이제 단순히 길잡이가 아닌 인포테인먼트를 구성하는 중요 요소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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