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남욱 변호사가 1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에 도착한 후 검찰에 체포돼 이동하고 있다. 천화동인 4호 소유주인 남 변호사는 검찰 수사 전 미국으로 떠났다가 한 달 만에 귀국했다. (사진=뉴시스/공동취재단)
성남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남욱 변호사가 1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에 도착한 후 검찰에 체포돼 이동하고 있다. 천화동인 4호 소유주인 남 변호사는 검찰 수사 전 미국으로 떠났다가 한 달 만에 귀국했다. (사진=뉴시스/공동취재단)

[뉴시안= 김진영 기자]대장동 개발 특혜·로비 의혹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남욱 변호사가 귀국했다. 이에 따라 향후 대장동 수사가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남 변호사는 귀국 직후 공항에서 곧바로 체포됐다. 

남 변호사의 신병을 검찰이 확보하면서 남 변호사가 검찰에 어떤 진술을 할지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남 변호사는 귀국 직후 “검찰에 모든 진실을 말할 것”이라고 말하는가 하면 배당금과 로비자금에 대해서도 일부는 알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향후 검찰 수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장동 개발사업 민간투자사인 화천대유의 자회사 천화동인4호 소유주인 남 변호사는 이 사업에 8721만원을 투자해 1007억원의 배당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개발 사업 초기인 2009년 ‘대장프로젝트금융투자’를 통해 대장동 사업에 합류했다.

앞서 남 변호사가 미국으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검찰의 뒷북수사 비판이 일었다. 검찰은 남 변호사가 핵심인물임에도 그에 대한 아무런 조사도 하지 않았고 그의 귀국시점이 임박해서야 성남시청을 압수수색하는 등 앞뒤 순서가 뒤바뀐 수사를 벌여 ‘봐주기 수사’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검찰이 남 변호사의 신변을 확보함에 따라 대장동 수사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지 아니면 모르쇠로 일관하는 남 변호사의 주장에 휘둘리게 될지 국민적 시선이 검찰에 쏠리고 있다. 

일단 검찰은 18일 이날 새벽 귀국한 남욱 변호사를 서울중앙지검으로 압송해 조사를 벌였다.

남 변호사는 귀국 후 검찰에 자진출석하는 형태로 조사를 받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검찰은 세간의 비판여론과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남 변호사가 입국하자마자 공항에서 곧바로 체포했다. 여기에는 검찰의 ‘늑장수사’에 대한 비난여론을 불식시키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남 변호사가 체포되긴 했지만 검찰이 대장동 의혹을 얼마나 촘촘하게 수사할지는 미지수라는 시각도 있다. 예컨대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의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된 것도 영장청구내용이 부실했기 때문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야권의 한 인사는 “대장동 수사와 관련해 검찰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된다”며 “검찰은 최근 성남시청을 압수수색할 때 시장실을 제외했다. 이 뿐만 아니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휴대전화를 확보하는 과정에서도 경찰과 불협화음을 내고 있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또 이 인사는 “여권 핵심 인물들이 검찰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여권 대선주자인 이재명 후보에 불리한 수사를 늦추거나 피하려는 일련의 움직임이 파악되고 있다”며 “대장동 수사는 검찰이 아니라 특검으로 가야하고 그것이 국민의 뜻이기도 하다”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검찰은 김만배 씨 구속영장청구와 관련해 법원으로부터 '범죄사실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는 판단과 함께 영장기각 통보를 받았다. 또 법원은 정영학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 외에 로비 정·관계 로비를 입증할만한 뚜렷한 증거가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는 검찰이 수사를 통해 따로 확보한 물증이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검찰은 김만배 씨와 함께 남 변호사를 상대로 정 회계사의 녹취록에 등장하는 의혹들을 뒷받침할 추가적인 물증이나 진술을 확보하는데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 주변에서는 남 변호사가 부동산과 관련된 법률지식이 밝고 행정에 대해서도 잘 아는 만큼 법망을 피해나갈 논리를 이미 탄탄하게 구성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남 변호사의 신병을 확보했어도 그를 통해 밝혀낼 수 있는 부분은 극히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한다. 

남 변호사는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50억원씩 7명에게 350억원을 주기로 했다는 얘기를 (김만배씨로부터) 계속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검찰의 한 소식통은 “남 변호사가 지금 언론 등을 통해 이야기 한 내용은 자신과는 무관하다는 취지의 원론적 사안에 불과하다”라면서 “남 변호사는 윤 전 본부장과 한 몸일 경우 그가 진술할 내용은 지극히 한정적이고 원론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소식통은 “남 변호사는 자신의 로비와 부당이득 편취 혐의에 대해 소명할 것으로 보여지는데, 이와 관련해 이미 법적으로 상당부분 방어논리가 확보된 것으로 보인다”며 “검찰이 남 변호사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선 관련자들의 자백이 필수인데 이 부분이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검찰이 성남시청 압수수색 등을 통해 확보한 자료는 이미 법적인 문제소지를 걸러내 문서화한 것들이어서 이를 통해 혐의를 직접적으로 입증하긴 어려워 보인다는 것이다. 남 변호사는 정영학 회계사,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과 함께 이른바 ‘대장동 개발 사업 핵심 4인방’으로 꼽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검찰 수사와 남 변호사의 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민주당은 남 변호사가 대장동 개발 의혹과 관련, 이재명 후보의 연루 의혹에 대해 검찰에 어떤 진술을 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여권에서는 남 변호사가 과거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에 몸 담은 적 있다는 점을 들어 대장동 의혹을 ‘국민의힘-대장동 커넥션’으로 몰고 가려는 분위기다. 

그러나 검찰 안팎에서 검찰 수사에서 대장동 사업과 관련해 이재명 후보에 대한 진술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 민주당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남 변호사 등 4인방의 대질조사가 이뤄질 경우 그 과정에서 성남시의 사업추진 과정에 문제가 드러날 수도 있다는 전망도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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