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선을 돌파했다. (사진=AP/뉴시스)

[뉴시안= 남정완 기자]국제유가의 상승세가 무섭다. 코로나 위기로 1배럴당 가격이 30달러 밑으로 떨어진 게 2020년 3월이었다. 이후 2020년 12월에 50달러까지 반등했지만 최근 급등세가 가팔라지면서 60달러, 70달러선이 차례로 무너지면서 80달러를 돌파했다. 원·달러 환율은 1200원을 위협하고 있다. 위드 코로나에 따른 경기회복 기대감이 유가 급등으로 꺽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외신에 따르면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82.4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2014년 10월 이후 7년 만에 최고치다. 북해산 브렌트유 12월 인도분은 배럴당 84.33달러로 거래를 끝냈다. 또 중동산 원유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 현물 가격도 지난 14일 배럴당 82.28달러를 기록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원유수요 급증 전망이 국제 유가 상승을 부채질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주요 산유국은 11월에도 추가 증산에 나서지 않기로 하며 상승 압력을 보탰다. 글로벌 원자재 기업들은 물론 JP모건도 연내 배럴당 100달러 급등을 예상한다

 지난 12일 국제통화기금(IMF)이 주요 선진국의 경제 성장률을 5.6→5.2%로 0.4%p 하향 발표한 것도 유가 급등과 무관치않다. 한국의 성장률은 지난 7월과 같은 4.3%로 유지했지만 유가와 환율 인상 등이 겹치면서 낙관할 수만도 없다. 

 실제 국제유가가 치솟고 원달러 환율까지 급등하면서 시민들의 체감하는 유가는 이미 100달러선이나 다름없다. 유가가 올라도 원화가 강세이면 체감도가 낮지만 원화마저 약세로 흐르면서 고유가 체감도는 훨씬 강하다.

 한국석유공사의 유가 정보 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19일 현재 ℓ당 휘발유 가격은 전국평균 1729.64원이다. 서울 평균은 1807.70원이다.

 유가가 100달러를 넘어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지난 2008년 7월 국제 유가가 사상 초유인 142달러를 돌파했을 때를 떠올리면 답은 쉬 알 수 있다. 휘발유 값은 2000원을 넘어섰고, 시민들은 아우성을 쳤다. 물가가 급등하면서 가계소비는 급락했다. 자동차·항공업계 등 산업계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OECD는 당시 한국의 경제 성장률을 5.2%→4.3%로 0.9%p 하향 조정했다.  

최근의 유가 급등만으로도 이미 국내 소비자 물가는 상당한 영향을 받고있다. 기획재정부가 15일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에 따르면 원자재 가격 상승과 유가 급등에 따라 국내 물가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 3%대 물가상승률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전기세 인상에 이어 도시가스 요금 인상 가능성도 내비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경우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르면 약 350억원(연간 유류 소비량 3300만 배럴 기준)의 손실이 발생한다. 아시아나항공은 절반 수준인 약 150억원의 손실을 입는다. 여파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물류비 상승으로 이어져 기업의 영업이익률도 떨어지며 경영에 부담을 지우게 된다. 

지난 10일 오후 서울시내 한 주유소에 유가 정보가 표시돼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10일 오후 서울시내 한 주유소에 유가 정보가 표시돼 있다. (사진=뉴시스)

 직접적으로 항공, 조선, 화물 운송 등 물류 전반에도 영향을 끼친다.  한국은 아직 중화학공업 위주의 제조 기반 산업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원유를 들여와 정제를 거쳐 플라스틱부터 비닐까지 다양한 화학제품을 만들어낸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거의 모든 일상 제품들이 원유를 통해 만들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가가 오르면 결국 서민들이 허리띠를 졸라 메야 하는 지경에 빠진다. 

 한 나라의 경제 성장률이 둔화하고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 이웃한 국가 간 교역량이 자연히 줄어들 수밖에 없고 이는 세계 경제의 둔화로 이어진다. 미국은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경기 침체를 해결하기 위해 시장에 돈을 푸는 양적완화 정책을 펼쳐왔는데 최근 양적완화 조치를 점진적으로 축소하는 긴축정책으로 돌아서는 중이다. 긴축 움직임에 따른 달러 강세로 원-달러 환율이 추가로 오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건물 밖에 성조기가 걸린 모습. (사진=AP/뉴시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건물 밖에 성조기가 걸린 모습. (사진=AP/뉴시스)

최근들어 세계 각국이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서두르고 있지만 여전히 전 세계 산업은 석유 기반 위에 이뤄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업계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상승과 유가 급등, 환율 인상 등 돌발적인 외부 경제 요인들에 정부는 금리 인상 등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민간 부분과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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