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1 KBO리그 kt wiz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3회초 두산 미란다가 역투하고 있다. 그의 모자에 SOS CUBA라고 쓰여있다. (사진=뉴시스)
1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1 KBO리그 kt wiz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3회초 두산 미란다가 역투하고 있다. 그의 모자에 SOS CUBA라고 쓰여있다. (사진=뉴시스)

[뉴시안=기영노 편집위원]“어린이에게는 꿈을, 젊은이에게 정열을, 온 국민에게 건강한 여가선용을....”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1982년 출범했던 프로야구(KBO)가 어느덧 40주기를 맞았다. 

그동안 프로야구팀 수도 6팀에서 10팀으로 늘었고, 1998년 이후 외국 선수들도 합류해 프로야구의 ‘양과 질’이 매우 높아졌다.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는 금메달을 땄지만, 방심했는지 2020 도쿄올림픽에서는 미국, 일본은 물론 도미니카에도 패해 4위에 머무르기도 했다.

프로야구 40년 주년을 맞아 재미있고 의미 있는 40개의 스토리로 매주 수요일 찾아간다.

미란다의 이닝당 1, 3개 탈삼진은 세계적인 기록

두산 베어스 아리엘 미란다가 1984년에 고 최동원 선수가 세웠던 한 시즌 최다 탈삼진(223개) 기록을 깨트리고 새 기록을 세웠다.

미란다는 지난 2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 트윈스와 더블헤더 1경기(팀 간 시즌 15차전)에 선발 등판해 삼진 3개를 추가해 역대 한 시즌 최다 탈삼진 기록(225개)을 경신했다.

그런데 미란다의 이닝 당 탈삼진(173과 3분의 2이닝 동안 225개) 1.3개의 기록이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엄청난 기록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고 최동원 이닝 당 탈삼진 1개 못 미쳐

고 최동원 선수가 223개의 탈삼진 기록을 세웠던 1984년, 284와 3분의 2이닝을 던졌다. 이닝당 0.78 그러니까 한 이닝당 1개도 빼앗지 못했다.

메이저리그에도 이닝당 1개 이상의 탈삼진을 기록한 선수가 많지 않다.

메이저리그 역대 최다 탈삼진을 기록하고 있는 놀란 라이언(5714개)은 5386이닝을 던져 이닝당 1개(1.06)가 겨우 넘는다.

놀란 라이언은 1973년에 ‘메이저리그 한 해 최다 탈삼진’ 383개를 기록했는데, 그때 326이닝을 던져 이닝당 1.17개밖에 안 된다.

놀란 라이언이 한해 최다 탈삼진을 세우기 전까지 기록(382개)을 갖고 있었던 샌디 쿠펙스도 당시 335와 3분의 2이닝을 던져 이닝당 1.14개밖에 빼앗지 못했다.

미란다, 자신을 넘어서다 

미란다는 메이저리그, 일본 프로야구, 대만프로야구 그리고 한국프로야구를 모두 거친 쿠바 출신 좌완 투수(32세, 1m 88cm, 90kg)다.

몸값은 계약금 15만 달러, 연봉 55만 달러, 인센티브 10만 달러를 합해 총액 80만 달러로 100만 달러가 채 되지 않는다.

미란다는 2016년 볼티모어 오리올즈, 2016~2018년까지 시애틀 매리너스 등 메이저리그 팀에서 4시즌 동안 223이닝을 던지며 186개의 탈삼진을 빼앗아 이닝당 0.83개의 탈삼진을 기록했었다.

일본 프로야구에서는 소프트뱅크 호크스팀에서 2018~19 두 시즌 동안 133과 3분이 2이닝 동안 98개의 삼진을 빼앗아 이닝당 7.3개의 삼진을 빼앗는 데 그쳤다.

미란다는 2020년 대만프로야구 중신 팀에서 156과 3분의 1이닝 동안 170개의 삼진을 빼앗아 이닝당 1.08개의 탈삼진을 빼앗았다.

미란다는 좌완 정통파 투수다.

패스트볼이 평균 146km, 최고 151km까지 나오고, 오버핸드 폼이라 타점이 매우 높다.

세컨 피치로는 120km 후반~130km대 초반대의 포크볼을 던진다. 써드 피치로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10% 비율로 던진다.

그동안 미란다의 약점은 제구력이었다.

일본 프로야구에서도 98개의 탈삼진을 기록하는 동안 볼넷이 75개(삼진 대 볼넷 비율 1.3)에 이를 정도로 제구가 좋지 않았다.

그러나 올 시즌 커맨드가 좋아져서 225개의 삼진을 기록하는 동안 볼넷이 불과 63개(삼진과 볼넷 비율 0.28)밖에 안 된다.

미란다가 KBO리그에서 꽃을 피운 것은 커맨드가 좋아졌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미란다 어깨부상으로 두산 마운드 날벼락

미란다가 고 최동원 선수의 기록을 경신하기 위해 너무 무리했던 모양이다.

미란다는 지난 25일 오전, 병원에서 MRI 검진을 받았다. 어깨의 피로 누적이라는 소견이 나왔다. 두산은 미란다를 1군에서 말소시켰다. 앞으로 10일 동안 정규리그에서 마운드에 오를 수가 없다. 미란다는 지난 24일 LG와 더블헤더 1차전에 선발로 나선 것이 마지막이었다. 당시 4⅓이닝 3피안타 7볼넷 4탈삼진 2실점을 기록하며 탈삼진 신기록을 세웠지만, 미란다답지 않게 볼넷 7개가 나오는 등 내용이 좋지 않았다. 미란다는 정규시즌 마지막 날인 30일 대전 한화 전에 등판해야 하는데, 구멍이 생긴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두산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해도 미란다를 보지 못할 수도 있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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