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모델3. (사진=테슬라)
테슬라 모델3. (사진=테슬라)

[뉴시안= 남정완 기자]100년 전통의 미국 렌터카 업체 ‘허츠’가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25일 허츠가 테슬라 전기차 ‘모델3’ 10만대를 구매하겠다고 발표하자 테슬라의 주가가 주당 1000달러를 넘어서며 ‘천슬라(1000달러+테슬라)’가 현실화됐다. 시가 총액 1조 달러에 오른 테슬라의 숨은 공신이 된 허츠의 속내는 무엇일까?

자동차를 직접 구매하지 않고 필요할 때 빌려 타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기존의 렌터카 시장이 장거리 여행이나 출장 등에 주로 사용됐다면, 카셰어링은 시간 단위나 기간제로 자동차를 빌릴 수 있어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경영난 악화로 고전하던 허츠가 돌연 테슬라 전기차 10만대를 계약하게 된 배경에는 차량공유서비스 업체 ‘우버(Uber)’가 있다. 적과 동침인가? 차량 렌터카 시장에서 그간 경쟁을 벌여온 두 업체가 한배를 탔다. 하지만 허츠는 2016년부터 우버에 차량을 제공하며 공생 관계를 유지해 왔다.

30일 외신에 따르면 마크 필즈 허츠 CEO는 “향후 3년 동안 우버에 테슬라 전기차를 15만 대까지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2023년까지 테슬라 전기차 5만 대를 우버에 공급한다는 발표보다 더 진전된 소식이다.

우버 운전자들은 내달 1일부터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 샌디에이고, 워싱턴DC에서 허츠의 렌터카 프로그램을 통해 테슬라 모델3를 빌려 운영할 수 있다. 대여 비용은 주당 334달러(약 39만원)이다.

허츠, 우버 CI. (사진=각사)
허츠, 우버 로고. (사진=각사)

지난해 5월 파산 보호 신청 후 상장 폐지라는 고배를 마신 허츠는 렌터카 산업의 지형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행히 미국 백신 수급 상황 등이 개선되고 개인의 이동 제한이 풀리면서 올해 2분기 18억7000만달러(약2조1900억원) 매출을 거두며 꺼져가는 불씨를 되살렸다.

지난 25일 테슬라 주가가 사상 최고치인 1024.88달러로 치솟을 때 허츠 주식도 10% 오른 27.17달러에 거래됐다. 허츠는 되살아난 불씨를 꺼트리지 않기 위해 연내에 나스닥 거래소 재상장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초 허츠의 새로운 수장이 된 마크 필즈 CEO는 미국 자동차 기업 포드의 CEO를 역임한 업계 베테랑이다. 그가 허츠에 오자마자 한 첫 번째 일이 바로 테슬라와의 협력이다. 단순히 렌터카 업체로 머무르지 않고 공격적인 전기차 확대로 렌터카 관련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전략이다.

마크 필즈 허츠 CEO는 “테슬라 모델3를 렌트하는 운전자는 미국과 유럽 전역에 위치한 테슬라의 슈퍼차저 충전소 3000여 개를 이용할 수 있다”며 “우리는 테슬라의 최신 전기차를 통해 경쟁업체와 차별화된 경험을 고객에게 제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 계산만으로도 테슬라 전기차 10만 대는 약 42억달러(약4조9000억원)에 달한다. 허츠는 무슨 수로 이 비용을 충당할까? 허츠는 올해부터 매출이 상승하고 있는데다 향후 상장에 따른 기업가치 상승과 외부 투자 등을 동원해 전기차 전환에 사활을 걸 것으로 보인다. 

허츠의 경쟁사인 미국의 에어비스버짓그룹, 엔터프라이즈 홀딩스 등 렌터카 업체들은 신차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중고차 시장에서 최신 모델의 차량을 사들이고 있다. 반면 허츠는 기존 운영 중인 중고 렌터카를 자동차 온라인 장터인 카바나를 통해 매각하고 신형 전기차 확보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허츠와 우버 사이에서 진정한 승자는 테슬라다.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을 이끄는 테슬라로서는 전기차 보급 속도를 높이는 게 관건이다. 전기차 10만 대를 개인 고객에게 판매하는 것과 렌터카나 차량공유서비스 업체를 통해 보급하는 것은 전혀 다른 결과를 불러온다. 아직 선뜻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는 잠재 고객들이 테슬라 전기차를 빌려 타 보는 경험이 늘어날수록 향후 신차 구매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게 자명하다.

GM·포드 등 테슬라를 뒤쫓고 있는 완성차 업체들이 ‘반값 전기차’ 개발 경쟁에 나서고 있다. 테슬라는 전기차 시장 선점 효과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미국과 유럽·아시아 등 150여 개 국가에 영업망을 갖추고 있는 허츠는 그야말로 ‘큰 손’이다. 허츠 역시 새 사령탑을 갖추고 체질 개선에 나선 만큼 실적으로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 최신 전기차 이미지를 가진 테슬라와 전기차 확대에 적극적인 우버와 손잡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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