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 김진영 기자］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와 천화동인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가 지난 4일 구속된 이후 검찰 내부는 폭풍전야와 같은 분위기다. 

일단 검찰은 성남시청·성남시의회 등 '윗선' 규명을 위한 검찰 수사도 다시 동력을 얻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서보민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검찰이 김씨에 대해 특경법상 배임, 뇌물공여·뇌물공여약속 등 혐의로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씨와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된 도 이날 구속됐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12일에 김씨에 대해 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피의자에 대한 구속의 필요성이 충분히 소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기각한 바 있다.

'대장동팀' 핵심 인물들이 구속된 것은 지난달 3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 이어 두 번째다.

이들의 구속되자 검찰가 수사가 진척을 보이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김씨 등 '대장동팀'이 특혜 개발을 설계한 과정이 구체적으로 소명됐고, 검찰의 배임 액수 산정과 자금 추적도 상당부분 수사가 진행됐다는 것이다. 법원도 이 같은 부분을 인정해 핵심인물들의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 소식통에 따르면 검찰은 '윗선' 규명과 로비 수사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검찰은 김씨와 남 변호사 등이 대질신문 과정에서 서로 '말 맞추기'를 한 정황을 포착했다. 이에 일각에서 핵심들의 증거인멸을 도와주는 외부세력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말도 나온다. 

검찰 수사와 관련해 가장 관심을 모으고 있는 대목은 수사가 대장동 개발사업의 이른바 ‘윗선’으로 향할지 여부다. 대장동 개발사업에 대한 관리·감독권을 가진 성남시청의 개입 여부 규명은 남은 수사의 핵심으로 꼽힌다. 

김씨는 전날 영잠심사 전 이같은 검찰의 움직임을 의식한 듯 "(이재명 당시 시장은) 최선의 행정을 하신 것"이라며 "저희는 그 분의 행정지침이나 시가 내놓은 정책에 따라서 공모를 진행한 것"이라고 말해 주목을 끌었다.

당시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대장동 관련 공문에 여러 차례 서명했고, 2015년 2월께 정민용 변호사로부터 공사 이익을 확정한 내용의 공모지침서를 보고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비슷한 시기 유한기 전 성남도개공 개발사업본부장이 황무성 전 성남도개공 사장에게 사퇴를 종용하면서 이 시장과 그의 측근인 정진상 전 정책실장을 언급한 녹취록도 공개됐다.

이 후보와 정 변호사 모두 직보 의혹은 부인하고 있다. 정 변호사는 직보 의혹이 제기되자 검찰에 출석하면서 "보고한 적 없다"고 했고, 이 후보도 "하급 실무자에게 보고받은 기억이 없다"면서도 “시장실에서 2∼3차례 합동회가 있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 후보의 연루의혹에 대한 수사가 장기전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성남시와 대장동팀 사이에서 핵심 연결 고리역할을 한 정 변호사의 영장이 기각되면서 ‘윗선’수사가 사실상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동시에 검찰 수사가 결국 몸통은 건드리지 못하고 깃털만 다루다 끝나게 될 것이라는 ‘검찰수사회의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검찰의 한 소식통은 “검찰은 정 변호사를 상대로 공모지침서 작성 과정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면서 “그동안의 수사를 통해 의미있는 정황들을 수집했기 때문에 조만간 성남시를 조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 수사가 연말연시에 걸릴 경우 윗선규명 수사는 더 늦어져 수사의 장기화를 피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없지 않다. 

또 검찰 안팎에서는 심상치않는 말도 조금씩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서 대장동 의혹 수사팀 내부에서 수사방향과 방식을 놓고 의견충돌이 발생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대장동 의혹 수사가 국민적 관심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여론의 도마에 오르고 있어 수사팀과 검찰지휘부가 예민한 것은 사실”이라며 “사건 수사 방식을 두고 여러 고민이 있을 수 있는 것 아니냐. 의견충돌이란 표현은 너무 나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검찰 주변에서 지휘부의 수사지침을 수사팀이 부담스러워하고 있다는 소리와 함께 최근에는 “수사팀 내에서 수사정보가 외부로 새 나가고 있다”는 소문까지 확산되고 있어 검찰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와 함께 검찰은 성남시의회 관계자들에 대한 로비 의혹도 정조준하고 있다. '대장동팀' 관계자들의 구속영장에 김만배 씨가 성남시의원을 상대로 활발한 로비 작업을 벌였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수사 초기 정영학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에는 '성남시의장에게 30억원, 성남시의원에게 20억원이 전달됐고, 실탄은 350억원'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는데, 이 중 '성남시의장'은 최윤길 전 의장으로 지목됐다.

최 전 의장은 2011년께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에게 유 전 본부장을 소개해 준 인물이다. 그는 시의회 활동을 그만둔 뒤 화천대유 임원으로 근무하면서 성과급으로 40억원을 챙기고 대장동 아파트를 분양받는 등, 대장동팀과 밀접한 관계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검찰은 최근 성남시청 압수수색 자료들과 제기된 의혹들을 토대로 이 후보가 특혜 개발 구조 설계에 관여했는지 그리고 금전적 이득을 챙겼는지 등을 추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