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일 국세청 조사국장이 지난 9일 정부 세종 청사에서 대기업 및 사주일가 등 탈세혐의자 30명을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동일 국세청 조사국장이 지난 9일 정부 세종 청사에서 대기업 및 사주일가 등 탈세혐의자 30명에 대해 세무조사를 착수했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뉴시안= 남정완 기자]도대체 왜 못된 짓만 배우는 것일까. 국세청이 국내 중견기업의 편법 승계와 불법 탈세 탈루 정황을 포착해 조사에 착수했다는 보도자료를 보고 드는 생각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중견기업인 A사는 주가가 하락시 전환사채의 주식 전환가액이 낮아진다는 점에 착안해 콜옵션이 부여된 전환사채를 발행했다. 그런 다음 사주 자녀에게 콜옵션을 무상 양도한다. 사주의 아들딸들은 콜옵션을 행사해 전환사채를 저렴하게 취득한다. 이후 주식 가치가 급등하는 시점에 주식으로 전환해 거액의 시세차익을 챙겼다. 대기업들이 즐겨 사용해왔던 ‘전환사채(CB) 콜옵션’을 이용한 편법 지분 늘리기이다.

또 다른 중견기업인 B사는 사주자녀 지배회사에 주요 사업부를 무상 양도해 일감을 몰아주고 부당 이익을 챙기도록 했다. 사주 자녀는 챙긴 이익금을 통해 수백억원의 고액 배당금을 받고 해외 고가주택 9채를 사들였다. 회삿돈을 개인의 쌈짓돈으로 쓴 셈이다.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변칙 증여, 사주 일가 사익편취 등 중견기업의 불법 경영 실태는 대기업의 사례와 조금도 다를 바 없다.

국세청 발표에 따르면 불공정 탈세 혐의자 30명 중 12명은 IT·부동산·건설업 등 코로나 호황 업종에 속하는 기업들이다. 이들은 고액의 급여와 배당금을 받고 회삿돈으로 슈퍼카·고급주택 등을 사들이는 등 사적 편취를 일삼았다. 9명은 사주자녀 명의로 일명 ‘요람회사’를 만들어 사업 기회를 제공하고 일감 몰아주기 등의 방법으로 경영권을 편법승계했다. 또 중견기업인 9명은 대기업 탈루를 흉내내 변칙 자본거래를 벌였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들 기업의 2016년 대비 2020년 재산 분석결과이다.  이 기간에 사주 일가 재산 총액은 30.1% 증가했디. 특히  사주 부부의 재산 증가율(37.%)보다 사주 자녀의 증가율(39%)이 더 높았다. 일감을 몰아 준 9곳에 한정해 자녀들의 연령별 재산 증가율을 보면 10대의 경우 주식과 예적금이 각각 508.2%, 373.7% 증가했다. 20~40대 경우도 주식과 부동산, 예·적금 증가율이 높게 나타났다.

국세청은 대기업의 편법 승계와 사익편취 등과 관련한 탈세에 대해 최근 4년간 약 9조원의 세금을 추징했다. 그럼에도 이같은 수법은 기업 규모에 관계없이 이뤄지고 있다. 정부의 처벌이 솜밤망이인지, 아니면 기업들이 정부 머리 위에서 노는 것인지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국세청이 해당 기업의 이름을 익명이 아니라 실명으로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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